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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왜 나는 항상 옳고 너는 그른가
  • 오둔 달
  • 19,800원 (10%↓1,100)
  • 2026-09-25
  • : 1,870
왜 우리는 서로를 ‘비이성적’이라고 단정하는가
오둔 달 『왜 나는 항상 옳고 너는 그른가』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
이 문장은 오늘날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정서를 압축한다. 정치, 젠더, 기후, 역사 인식 등 거의 모든 쟁점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도덕적 확신을 자명한 진실처럼 내세우고, 상대의 입장을 ‘감정에 휘둘린 변덕’이나 ‘이기심의 산물’로 치부한다. 코넬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오둔 달의 『왜 나는 항상 옳고 너는 그른가』(북트리거, 배동근 옮김)는 바로 이 익숙한 사고방식을 정면으로 문제 삼는다.

원제 Between Fixed and Fickle이 말해주듯, 책은 두 극단을 동시에 거부한다. 하나는 “도덕적 진리는 자명하고 변하지 않는다”는 고정된 진실의 신화이고, 다른 하나는 “사람들은 감정과 이해관계에 쉽게 휘둘려 도덕을 바꾼다”는 변덕스러운 도덕의 신화다. 저자는 발달심리학의 실증 연구를 바탕으로 제3의 길을 제시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납득할 수 있고, 타인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고 믿는 이유가 생길 때 도덕적 관점을 바꾼다는 것이다.

이 변화는 세 차원에서 일어난다.
첫째, 새로운 도덕적 관심사가 생기는 경우(관심사의 변화).
둘째, 이미 가진 관심사를 새로운 사실에 연결하는 경우(연결의 변화).
셋째, 서로 충돌하는 관심사들 사이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하는 경우(조율의 변화).

어린아이가 “남을 때리면 안 된다”는 판단을 형성할 때부터, 성인이 기후위기나 역사적 불의를 새롭게 인식할 때까지, 도덕적 변화의 메커니즘은 동일하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노예제가 한때 ‘자연스러운 질서’로 여겨졌던 사실, 그리고 오늘날 우리가 그것을 명백한 악으로 보게 된 과정 역시 이 틀 안에서 설명된다.

책의 미덕은 도덕심리학을 ‘옳고 그름을 판정하는 재판관’이 아니라 ‘사람들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이해하는 도구’로 위치시킨다는 점이다. 저자는 상대를 악마화하기 전에 “그 사람이 어떤 이유를 가지고 있는가”를 먼저 탐색하자고 제안한다. 이는 단순한 상대주의가 아니다. 오히려 도덕적 대화의 가능성을 회복하려는 시도에 가깝다.

물론 한계도 있다. ‘이유’의 기준이 다소 느슨하게 느껴질 수 있고, 실제 정치적 갈등에서 제시되는 이유가 진정한 동기인지 사후 정당화인지를 구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점은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오늘날 한국 사회에 시의적절하다. ‘내로남불’이 일상어가 되고, 도덕적 확신이 곧 정치적 무기가 되는 시대에, 저자는 묻는다. 우리는 정말 상대의 이유를 제대로 들어본 적이 있는가.

도덕적 확신이 강한 사람일수록 이 책을 읽어야 한다. 자신의 확신이 어디서 왔는지, 그리고 그것이 왜 타인에게는 자명하지 않은지를 돌아보게 만들기 때문이다. 갈등과 단절이 일상화된 시대에, 이 책은 서로를 ‘비이성적 존재’로 낙인찍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드는 지적 제동장치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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