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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lleco님의 서재
  • 카오스의 가장자리
  • 데이비드 수실로
  • 19,800원 (10%↓1,100)
  • 2026-09-15
  • : 1,065
데이비드 수실로의 『Emergence: A Memoir of Boyhood, Computation, and the Mysteries of Mind』는 단순한 성공 회고록이 아니다. 헤로인 중독 부모 아래서 폭력과 방임을 겪고 알버커키의 집단보호시설을 전전한 소년이, 컴퓨터와 과학에 빠져 컬럼비아와 스탠퍼드를 거쳐 계산신경과학과 AI 연구자가 되기까지의 여정을 그리면서, 한 가지 질문을 끈질기게 던진다. 복잡한 존재와 지능은 어떤 단순한 조건들의 상호작용에서 출현하는가.

저자는 자신의 삶을 ‘개인의 의지’나 ‘타고난 천재성’만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누이 에스터와 함께 보육원으로 들어간 경험, 외조부모와 교사의 관심, 영재교육 프로그램, 초기 PC와 BASIC, 《King’s Quest》에 대한 매혹, 그리고 반복된 실패와 학습이 서로 되먹임을 주며 한 연구자의 자아를 만들어 낸다. 특히 초등학교 과학 탐구대회에서 니켈과 철못을 식초에 넣어 산화를 관찰한 장면은 인상적이다. 통제된 실험실에서는 강력한 설명을 얻을 수 있지만, 현실 세계는 커피잔과 선인장, 폭포와 프레리도그처럼 이질적인 요소들이 공존하는 복잡계다. 과학의 성공이 곧 인간 경험 전체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아니라는 통찰이 여기서 드러난다.

컴퓨터는 도피처이자 세계를 이해하는 언어였다. “세심하게 작성한 레시피를 입력하면 컴퓨터는 불평 한마디 없이 영원히 충실하게 실행한다”는 깨달음은 어린 수실로에게 거의 마술처럼 다가온다. 그러나 그는 인간 마음과 삶이 코드의 직선적 실행으로 환원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더 또렷이 보여 준다. 신경세포 하나가 의식을 갖지 않듯, 한 인간의 삶도 유전·의지·가정환경 어느 하나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이 책은 AI 시대에 더욱 의미심장하다. 단순한 연산 요소들이 대규모로 연결되어 복잡한 패턴을 학습하는 현대 신경망의 원리를, 저자는 자신의 삶과 교차시킨다. 동시에 극심한 결핍을 딛고 성공한 이야기가 “노력하면 된다”는 낭만적 교훈으로 소비될 위험을 경계한다. 그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개인의 노력뿐 아니라 보호시설, 교사, 멘토, 학습공동체의 개입 덕분이었다.

『Emergence』는 뇌와 AI를 연구하는 과학자의 회고록이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교육과 돌봄에 관한 책이다. 어떤 아이가 질문을 멈추지 않도록 돕는 일, 실패를 학습의 재료로 다루는 일, 삶이 무너진 아이에게 다시 연결될 수 있는 관계와 제도를 제공하는 일. 복잡한 것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지 않는다. 단순한 요소들이 오랜 시간 관계를 맺고, 오류를 수정하고, 예상치 못한 도움을 만나면서 천천히 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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