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은 '영리를 목적으로 사업을 새롭게 시작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다.
즉, 창업은 아직 검증되지 않은 새로운 아이디어로 사업을 시작하기 때문에...
위험부담을 안고 시작하는 것이다.
이미 누군가 하고 있던 사업을 이어서 시작하는 개업과는 의미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대표자 입장에선 개업도 뭔가를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긴 하지만, 위험부담은 창업보다 낮다.)
그레서 정부창업지원 프로그램도 창업(스타트업)과 개업(소상공업)을 나눠서 지원하고 있다.
(공식 명칭은 두 가지 경우 모두 '창업'으로 표현한다.)
그리고 스타트업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 보면...
스타트업은 '미지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빠르고 큰 성장을 추구하는 기업'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미지의 위험은 아직 누구도 도전해보지 않은 분야라는 의미이고...
누구도 도전해보지 않은 분야는 시장을 독점할 수 있으므로 빠르고 큰 성장이 가능할 것이다.
그래서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기관투자자를 VC(Venture Capital, 모험자본)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들은 위험을 감수하는 만큼 큰 수익을 기대한다.
즉, 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하므로, 주식이나 채권,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보다 훨씬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야 투자한다.
역량있는 스타트업과 선구안이 좋은 투자자가 만들어 낸 결과물이 '유니콘 기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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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은 기업가치가 10억 달러(약 1.3조원)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을 뜻한다.
스타트업이 상장 전에 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으로 성장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상상 속의 존재인 유니콘과 같이 희귀하다는 의미다.
(최근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기업가치가 하락하여, 유니콘 지위에서 밀려나는 경우도 있어서 개인적으로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리고 유니콘 기업으로의 성장과정은 새로운 인사이트를 발견할 수 있어 케이스스터디의 좋은 소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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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관심을 가졌던 이유도 유망 스타트업의 성장 스토리를 엿보고 싶어서 였다.
스타트업 컨설턴트로 대표님들에게 좀 더 유용한 정보를 드리기 위해서는 나 스스로도 공부를 해야 한다.
관련분야 신간 서적을 읽고, 세미나에 참석하고, 다양한 관점을 가진 전문가들과 교류를 통해 지식을 업데이트해야 한다.
(어떤 답을 찾기 위한 것이 아니라... 스타트업 대표님을 더 잘 이해하고, 더 다양한 관점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그리고 이 책은 '대기업을 이긴..."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에 끌려서 서평단에 신청했다.
책을 많이 팔기 위한 '어그로'인가 '팩트'인가 확인해보고 싶었다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책의 목차를 살펴보면, 13개의 유망 스타트업을 소개하고 있는데...
'① 기업 개요, ② 기업이 속한 시장 개요, ③ 대표자(창업자) 인터뷰'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터뷰 내용은 고객의 문제, 아이템 소개, 기업 비전과 미션, 사업과정의 어려운 점과 극복한 방법 등을 담고 있다.
다만 구어체로 서술되어 있어, 중요한 부분은 독자 스스로 메모하면서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인터뷰 형식의 책은 밝힐 수 있는 내용만 공개한다는 점을 잊으면 안된다.
(책 내용을 그대로 따라하면, 똑같이 성장할 수 있다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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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챕터는 모빌리티 스타트업 '네이앤컴퍼니'를 소개한다.
네이앤컴퍼니는 친환경 이동 수단의 최적 교통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 '네이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2022년 매출실적 5,817만원(영업이익 -3.8억원), 누적 투자유치 금액 10.5억원 이상(비공개 투자금액 제외)을 달성했다.
모빌리티 관련 시장은 친환경 또는 자율주행으로 재편되는 듯한데...
네이앤컴퍼니는 에너지 절약과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친환경 교통수단의 활성화에 집중하고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기존 대기업이 친환경시장에 진출하기엔 몇 가지 제약조건이 있다.
내가 친환경 브랜드를 런칭했었을 때, 품평회에서 들었던 불만사항인데...
친환경 제품이 그렇게 착한 제품이면, 지금 회사 매출의 99%를 차지하는 다른 브랜드는 나쁜 제품인거냐는 불만을 들었었다.
바꿔말하면, 친횐경 브랜드가 미래지향적이고 성장가능성이 있는 것까진 이해하지만...
지금 친환경 브랜드를 본격적으로 마케팅을 시작하면, 현재의 캐시카우 브랜드의 이미지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친환경 브랜드를 자연친화 디자인 콘셉트로 돌려서 운영하긴 했지만...
(아무래도 내부 반발이 있으니...) 길게 운영하지는 못했다.
이와 같은 자기잠식에 대한 우려가 없는 스타트업이야말로 친환경 비즈니스의 주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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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챕터는 인재검증을 통해 기업과 구직자 간의 매칭을 지원하는 스타트업 '스펙터'를 소개한다.
스펙터는 경력자 채용에 반드시 필요한 레퍼런스 체크 과정을 디지털화하여, 구직자 평판 데이터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한다.
그리고, 2022년 매출실적 2,014만원(영업이익 -7.5억원), 누적 투자유치 금액 76.5억원 이상(비공개 투자금액 제외)을 달성했다.
인건비가 비싼 경력자를 채용할 때는 업계 인맥을 통해 역량과 인성, 근무태도 등을 검증하게 되는데...
여러 사람들을 건너 건너서 확인한 레퍼런스 체크는 신뢰도가 낮은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자기주장이 강해 팀원들과 어울리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평판을 들었던 구직자였지만,
실제 채용하고 관찰해본 결과 전혀 문제가 없었다.
아마도 이전 직장의 조직체계와 팀 동료, 근무환경이 구직자와 맞지 않아서 였던 것 같았다.
이미 많은 기업에서 스펙터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다는 것은 스펙터의 평판 데이터 신뢰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플랫폼 특성상 참여자가 늘어나고 데이터가 많이 축적될수록, 데이터 신뢰도는 높아지고,
데이터에 숨겨진 또 다른 인사이트를 찾아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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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챕터는 정신 건강 플랫폼 '마인드카페'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스펙터'를 소개한다.
'마인드카페'는 비대면 전문 심리 상담이 가능한 익명 정신 건강 커뮤니티로 현재 100만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2022년 매출실적 39.2억원(영업이익 -57.1억원), 누적 투자유치 금액 335.5억원을 달성했다.
크고 활성화된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스타트업으로 성장하는 사례를 자주 발견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무신사'를 들 수 있는데... 무신사는 '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이라는 이름의 '프리챌' 커뮤니티에서 시작된 유니콘 스타트업이다.
커뮤니티 비즈니스는 이미 많은 팬(커뮤니티 회원)과 관련 콘텐츠를 확보한 상태에서 시작하게 되는데,
이는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참여자 모집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마인드 카페' 또한 100만명의 회원이 기업의 자산임과 동시에 고객이다.
커뮤니티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체험하고, 생성하면서 점차 충성고객이 되어 갈 것이다.
다만, 플랫폼에서는 제공하는 콘텐츠의 품질에 대한 신뢰도를 높게 유지해야 하고...
민감정보를 다루기 때문에 보안이슈에 대한 대책도 수립하고 관리해야 한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시대일수록 멘탈케어가 중요해진다고 한다.
스펙터가 멘탈케어 솔루션에 대한 문턱을 낮추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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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번째 챕터는 인공지능 서비스 로봇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엑스와이지'를 소개한다.
엑스와이지는 공장에서 사용되는 산업용 로봇이 아닌 공공시설, 대중교통, 호텔, 레스토랑, 일반 가정 등 사람이 하던 다양한 서비스 업무를 자동화하는 로봇에 집중한다.
2022년 매출실적 29억원(영업이익 -28.8억원), 누적 투자유치 금액 145억원을 달성했다.
인공지능 로봇기술은 국가전략기술 분야에 해당하는 성장전망이 밝고 국가적으로 집중 투자가 이뤄지는 분야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보스턴다이내믹스'를 현대차그룹이 인수하여 다양한 사업영역에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는 기사도 나왔었고,
얼마 전에는 테슬라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2세대가 공개되었다.
일론 머스크는 옵티머스를 3~5년 뒤에 2만 달러(약 2천600만원) 수준으로 출시할 계획이라고 공언했다.
엑스와이지는 바리스타 로봇 '바리스', 아이스크림 로봇 '아리스', 식음료 배달로봇 '스토리지'를 공개하였고,
이미 인공지능 로봇카페 '라운지엑스' 매장을 6곳과 '라운지엑스알' 3개 매장을 운영하며, 상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미 인공지능 서비스 로봇 경쟁은 시작되었다.
과연 누가 시장지배자가 될 것인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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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한 번째 챕터는 최저가 생활용품 커머스 스타트업 '와이즐리'를 소개한다.
와이즐리의 가격정책은 자제 쇼핑몰에서만 상품을 판매하는 D2C 채널로 유통비용을 낮춰 가격 경쟁력 확보와 품질 개선을 실현한다.
2022년 매출실적 191.1억원(영업이익 -41.2억원), 누적 투자유치 금액 218억원을 달성했다.
커머스 시장은 경쟁이 매우 치열한 분야로 자사만의 차별적 강점을 가지지 못한 기업은 살아남기 힘들다.
와니즐리는 어마무시한 가성비를 무기로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제조기업이 유통채널을 확장할 때, 거래조건은 사입판매 방식과 위탁판매 방식으로 나눈다.
사입판매 방식은 유통업자가 판매계획 만큼 사전 구매하여 재고부담을 안는 대신 유통업자의 마진을 높이는 거래방식이고,
위탁판매 방식은 제조업자가 유통업자의 온·오프라인 매장에 입점하여 수수료를 내고 판매하는 거래방식이다.
재고부담은 제조업자가 안기 때문에 유통업자의 마진은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된다.
와이즐리는 유통과정에서 유통업자의 개입 없이 직접 판매함으로써 유통 수수료를 절감하는 D2C(Direct to Consumer) 방식을 고수한다.
사실 D2C 방식은 새로운 유통 혁신까지는 아니다.
전통적인 제조업자 온라인 쇼핑몰과 완전히 동일한 방식이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다른 유통을 거치지 않고 100% 자사몰에서 판매한다는 것 정도이다.
(기존에는 자사몰과 사입·위탁거래를 모두 운영하다 보니, 유통 수수료를 포함한 판매가격을 모든 채널에 동일하게 유지해야만 했다.)
와이즐리가 온라인 다이소가 되어가는 느낌인 듯한데... 얼마나 성장할지 두고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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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의 성장사례를 공부하기 위해 선택한 책이기 때문에...
구글링하면서 관련정보를 찾고, 나름대로 분석하면서 끝까지 읽어봤다.
조사한 내용 중, 소개한 기업 모두 2022년엔 마이너스 영업이익으로 저조한 성과를 냈는데...
스타트업의 특성상 빠르고 큰 성장을 지향함에 따라 투자금을 활용하여, 소위 '캐시 번(Cash burn) 전략'을 통한 빠른 확장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
자체 시스템 최적화보다는 고객확보 등 핵심성장지표 달성을 위해 투자금을 소비한다.
그렇다보니,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상태일 경우가 많다.
앞서 소개한 스타트업들도 마찬가지 상태인 듯하다.
그리고 이 책에서 소개한 스타트업은 대기업을 이겼다기 보다는, 대기업이 주목하지 않았던 시장을 발견하고,
그 시장에서 챔피언으로 성장하고 있는 과정에 있다고 보면 될 것같다.
이 책은 스타트업 대표자 또는 신사업 담당자, 컨설턴트에게 도움이 될 듯 하다.
비록 모든 정보를 공개한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창업 스토리와 성장계획, 아이디어 확장 사례 등 다양한 사례를 공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이 소개한 스타트업들이 어떻게 성장하는지 지켜보는 것도 소소하게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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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