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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님의 서재
  • 단편들, 한국 공포 문학의 셋째 밤
  • 일월명 외
  • 16,200원 (10%↓900)
  • 2026-08-26
  • : 810


 엄청난 겁쟁이다. 아직도 가끔 집에 혼자 있는 밤이면 무서워서 불을 켜놓고 잔다. 미신도 잘 믿고 대신 허세도 잘 부린다. 믿는다고 무서워하면 얕잡아보일까봐 안믿고 안 무서운 척 한다. 공포영화, 소설, 만화도 한번 보면 잊어버릴 때까지 무서워서 머리감을때 노래 불러야 하는데, 이상하게 자꾸만 보고싶어 한다. 가끔 눈을 가려가면서, 보다 말고 멈춰서 귀여운 동물 영상으로 마음을 달래면서도 소름 쫙쫙 돋아가면서도 기어이 본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그러니 '단편들, 한국 공포 문학의 셋째 밤'을 앞에 두고 또 어땠을까? 아니 왜 벌써 셋째밤이냐며 첫째, 둘째밤엔 왜 날 안불렀을까, 솔직히 요즘 진짜 무서운 공포 소설 읽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고 허세를 부리며 호기롭게 자원했다. 

책을 읽기 전 '호러 심청'과 '괴담-방 탈출 카페 제작 중에 생긴 일', '창포꽃을 세 번 접으면' 제목을 가장 인상 깊게 봐뒀기 때문에 기대도 컸다. 예상하기로는 '호러 심청'은 고전 소설인 심청 얘기를 잔혹동화 방식으로 비틀었거나 현대판 생활고를 겪는 소녀 가장의 분투기를 다뤘으리라 싶었다. '괴담...'은 영화 <백룸>이나 <8번 출구>처럼 요즘 유행하는 리미널 스페이스를 이용한 공포물이 아닐까 싶었고, '창포꽃...'은 어렴풋이 사랑 이야기가 얽혀 있지 않을까 예상했었다. 과연 공포물 짬밥 nn년차의 예상은 맞았을까? 

가장 무서웠던 건, '괴담...'이었다. 사람마다 뭘 가장 무서워하는지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귀신을 가장 무서워하는 겁쟁이에게 '괴담...'은 진짜였다. 독백 형식으로 된 전형적인 괴담풀이라 '괴담...' 도입부쯤에는 솔직히 좀 유치하겠네, 생각했다가 점점 무서워져서 의외였다. 생각해보면 전형적인 구조를 따르는 것 같은데(계속되는 허세) 읽다보면 몰입이 되면서 어디를 향한지 모르는 반성을 하면서 읽었다. 알겠지만 겁쟁이들은 무서우면 일단 잘못을 빈다. 

그리고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야!'였다. 제목부터 강렬한 이 소설은 가장 첫 번째로 '단편들...셋째 밤'을 여는데, 어쩌면 이 소설을 가장 무섭게 여길 사람들이 많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어디서 들어본 듯한 괴담인 것 같으면서도 또 그 아는 맛에 빠져들게 되는 소설이었다. 사람이나 사건을 무서워하는 편이 아닌데도 인상깊게 읽었으니 현실적인 공포를 잘 살리지 않았나 싶다. 또 다른 단편 '우리 안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읽으면서 가장 아쉬웠던 것은 '창포꽃...'이었는데, 아! 이 단편을 수십년만 빨리 읽었어도 나도 써먹어보는거 였는데 그걸못해봤네 싶어 아쉬웠다. 이미 늦었지만 그래도 반드시 잘 기억해두겠다. 그러니 다른 독자들은 이 단편을 읽기 전에 꼭 종이와 펜을 준비해두세요. 요즘은 핸드폰에 적어두면 되려나. 만약 나라면을 여러 방향으로 생각해 볼 수 있어서 N 입장에서 즐거웠다. 성향이 F인지 T인지에 따라 가장 감상이 갈릴 수 있는 단편이 아닐까. 근데 일단 나라면 고소할거임. 당할 확률이 더 많지만. 

SF요소가 있는 단편들도 있었는데, 트럼프가 망쳤다. 이제 은하연방 같은 단어를 보면, 트럼프가 달은 미국 땅*이라며 담당 우주군 유니폼까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게 떠올라 웃음이 터지게 되었다. 연임에 성공한 미국 대통령이 이렇게 제 정신이 아니라는 걸 전세계에 공표하고 있다는 것이 현실 공포이자 웃지만은 못할 코미디다. 어쨌든 덕분에 마지막 단편인 '달리 방법이 없었다'는 현실의 달리 방법이 없는 인물에 의해 제압되었다. 

원래 예고를 하는 콘텐츠는 그만큼 기대를 불러 모으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감상자를 준비하게 만들기 때문에 그 기대를 충족시키기 어려워진다. 공포물입니다,하면 얼마나 무서운지 한번 두고 보자 하는 마음으로 보게 되고, 추리물입니다,하면 범인이 누구인지 트릭이 뭔지 밝혀내겠다 마음으로 보게 되는 것처럼. 그런 기대와 준비에도 충분히 무섭게 '단편들, 한국 공포 문학의 셋째 밤' 읽었다. 재밌었다고 말하며 책을 덮을 수 있었는데, 무서웠던만큼 읽는 시간을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기 때문에 남은 감상이었다. 공포를 즐길 줄 아는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다. 


*2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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