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단맛을 보여주마
테일 2026/09/06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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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의 단맛을 보여주마
- 김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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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 - 2026-07-31
: 9,470
김영민의 소설집을 읽기에 아직 충분한 준비가 되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자신에 대한 불신. 그리고 어떤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다면 그것은 한쪽만의 탓이 아니라는 변명에 기대어 저자에 대한 미약한 의심을 피워내며 '인생의 단맛을 보여주마'를 읽었다. 제목만 보고 달달하게 단맛만 맛보려고 이 책을 집어들었다간 큰 혼이 날 것이야, 책 표지가 아니더라고 책등이나 날개에라도 경고해 두었어야 페어플레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 조교없이는 자살할 능력조차 없는 것이 교수 아닌가! 교수가 자살 같은 것을 할 리가 없다! 197"
첫 단편 제목이 [이웃집 개에게 쓰는 편지]였을때부터 예감했어야 마땅하다. 그 어떤 비유가 아닌 진짜 이웃집 개에게 편지를 쓰는 사람의 글을 읽게 되리란 것을. 가끔은 화가 나기도 했다. 이렇게 말장난 같은 문장들 사이에서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건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건지 밝히라고, 괜히 울화통이 터질 것 같기도 하고, 남들은 다 여유롭게 눈짓을 주고받으며 낄낄 웃으면서 책을 읽고 있을 것 같아 초조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나만 웃지 못하고 있을까봐 포모*를 느끼게 하는 소설이라니.
" 무슨 '주의자'가 될 시간에 내향인은 차라리 자기반성에 몰두한다. 내로남불 태도를 거부한다. 오히려 내불남로 태도로 살아간다. 내로남불을 하느니 생불이 되겠다는 것이 내향인의 인생관이다. 90"
이미 다 우려낼대로 우려내 맹물밖에 남지 않은 MBTI 얘기도 듣다보면 어느새 집중하게 만드는 언변이 매력적이다. 그러니 체력과 집중력 저하로 인해 따라가기 버거워져도 정신차리고 다음장으로 따라붙게 만드는 힘이 있다. 때로는 좀 과하게 나간다 싶기도 하고, 너무 멀리 퍼져나간 갈래를 적당히 갈무리해줬으면 하다가도 '뇌절은 뇌절이다.'* 하고 포기와 인정을 하게 된다.
" 완성된 사람은 사랑을 하지 않습니다. 누구나 미완성이기에, 결함이 있기에, 상대를 찾아 나서고 그 상대가 그를 완성하려 들 때 사랑이 시작됩니다. 그렇습니다. 사랑은 결함을 포함합니다. 아니, 결함이 필요합니다. 결함이 없으면 사랑하고 싶지도 않고, 사랑이 가능하지도 않겠지요. 215"
여유롭게 문장을 다루며 글을 요리해나가는 모습이 약이 오르게 만들기는 하지만, 확실히 '대체 뭐야?' 하고 흰눈으로 보기엔 날카로운 문장들,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문장들이 곳곳에서 기강을 잡고 있었다. 비슷한 느낌을 어디서 받았더라 한참을 생각했는데, 예전에 플라시보 시리즈로 읽어본 적 있었던 초단편 장르의 개척자 호시 신이치였다. '인생의 단맛을 보여주마'에서 즐거움을 느꼈다면 호시 신이치도 좋아하지 않을까 싶다.
웃긴 것 같은데 우습진 않고, 아무말이나 늘어놓는 것 같은데 그 안에 예리하게 벼려진 침이 하나 숨어있어 읽다보면 묘한 책을 하나 읽어보고 싶다면. 가진 재능을 왜 이렇게 휘두르는지 궁금해지는 글빨을 가진 작가를 만나고 싶다면 '인생의 단맛을 보여주마'를 읽어보길 추천한다. 차마 더 풀지 않고/못하고 쌓아둔 글이 분명히 더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 다음이 궁금해지는 만남이었다.
*FOMO (Fear of Missing Out) 놓치는것에대한두려움
*[동어 스님전] 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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