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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님의 서재
  • 스페이스 월드
  • 오선영
  • 15,120원 (10%↓840)
  • 2025-10-13
  • : 1,531

 
우리 스무 살 넘으면 꼭 가자. 138_스페이스 월드

 한동안은 좋아할 수도, 미워할 수도 없는 책들의 맨 위에 '스페이스 월드'를 올려놓을 것 같다. 오선영 작가의 '스페이스 월드'는 좀처럼 돌려 말하는 법을 모른다. 하고픈 말을 위해선 적나라한 인물과 클리셰나 다름없는 익숙한 사건들을 가져와 고스란히 펼쳐놓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이 솔직함이 재미있고 익숙하게 다가오는 점이 좋지만, 한편으로는 독자를 한걸음 더 그의 안으로 혹은 세계의 예상치 못한 골목 안으로 이끌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남는다. 

 익숙한 피곤함을 안겨준 '어니언마켓'이 첫 시작이어서 책을 읽는 동안 그런 인상이 더 강하게 남았는지 모른다. 이름만 살짝 바꾼 당근마켓 소재부터, 영어유치원 레벨테스트니, 엄마들 브런치 모임이니,하는 여왕벌 얘기는 소설, 드라마에 단골로 등장하니까. 이렇게 판에 박힌 인물과 사건을 끌어다놓을 수 밖에 없었나. 아이 엄마들 모임은 다 저렇게 서로 눈치만 보고, 어딘가 한둘씩 정상적이지 못한 구석을 드러내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경쟁하고 남 욕이나 하며 시간을 보낸다는 틀 안에 또 한 번 찍혀나와야 했을까. 기대가 컸던만큼 섭섭했다.

 특히 '아직 오지 않은 말'처럼 관계 속에 깊이 파고든 균열의 정체가 이렇게 긴 시간동안 사이를 가르도록 방치할만한 것이 맞을까 의문이 들 때도 그 한 걸음이 아쉬웠다. 각 단편들 안의 인물과 사건이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기에서 허구로 한 걸음 더 나아가줬다면 어땠을까. 그래서 오히려 안평이라는 공간에서 '순자'를 통해 두 세계가 엮이는 것을 보며, 선주가 놓쳤던 안평마을의 마지막 날을 이렇게라도 보게 되었구나 안도했다. 어쩌면 그래서 이들은 어떻게 되는걸까, 그 이후가 걱정되는 마음이 아쉬움으로 쌓였는지도 모른다.

 읽어가며 아쉬움을 지워내는 재미도 쌓여갔다. 익숙하고 단편적이라 치부하고 말아버리기엔 자꾸만 보고 싶어지는 묘한 끌어당김이 있었다. 이런 느낌을 어디서 느껴봤더라? SNS를 하다 자극적인 내용의 사연 콘텐츠를 우연히 보고 결말이 궁금해져 계정까지 찾아가보게 되는 그 느낌이었다. 마치, '중고거래에서 사간 내 물건 플미 붙여서 판 사기꾼 참교육 썰' 같은 제목이나 '남직원만 따로 챙기면서 꼬리치는 회사남미새 썰' 같은 제목이 떠오른다. 유치하고 뻔하다고 거부하기엔 어려운 재미와 공감대가 있다. 그렇다면 이 또한 이 책의 매력이 된다.

 곁에 있는 사람을 좋아하지만 싫어하는, 그런 자신의 내면을 어쩔 수 없이 모른척 삼켜내고 멀쩡한 얼굴로 버텨내야 하는 인물들이 나온다. 그 나약하고 비겁한 이중적이고 평범한 모습들이 주변에 흔하고, 흔한만큼 공감되는 스스로를 깨닫는다. 보증금을 가지고 도망가버린 도영에 대한 원망보다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배경을 가진 은하에 대한 불쾌감이 종종 더 짙게 느껴졌던 '안평', 여자친구와 회사동료 사이에서 혼자 줄을 타던 '카페인 랩소디', 자신의 인생으로 걸어나간 친구에 대한 애정과 원망이 오가는 '스페이스 월드', 보낼 수도 품을 수도 없는 '임시보호자'처럼.

 처음엔 작가의 색과 힘이 조금만 더 보였다면 어땠을까 싶었는데, 어쩌면 결말이 좀 더 닫혀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반영된 아쉬움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이것 역시 생각하기를 작가에게 외주 주려는 챗지피티 시대의 영향일까. 이미 결말이 열린 채 마무리지어진 책을 앞에 두고 생각이 미치는대로 여러번 다시 보니 멈춰있던 그 지점에서 직접 인물에게 질문을 던지게 된다. 처음은 가벼움으로, 그 다음은 궁금함으로, 그리고 좋았는지 싫었는지 구분하기 어려운 모호한 마음으로 자꾸만 펼쳐보게 되는 면이 있다.

 선주가 너무 미워서 나쁜 년이라고 열번씩 욕해주고 싶었던 건 누구였을까, 종종 책을 읽다가도 멈추고 궁금해하곤 했다. 그 알 수 없는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없는 그대로 담아내려고 노력한 결과물이 흔하고 뻔한 모습들이라 그리도 익숙하게 받아들이고 아쉽게 여겼던 것일까 뒤늦게 곱씹어보게 된다. 나는 왜 이렇게 느꼈을까, 왜 좋은가, 왜 싫은가 이유를 갖기 위해 계속해서 다시 읽고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이 묘한 인상을 남긴다. 책을 읽고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을 카드에 적어 다른 사람과 서로의 이유를 나눠보고 싶은 책이다. 그럼 한 걸음씩 더 가까워지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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