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테일님의 서재
  • 자주국방의 가성비
  • 정욱식
  • 16,200원 (10%↓900)
  • 2026-08-10
  • : 330

 한국인에게 있어 국방과 안보란 무엇일까. 확실히 분단국가라는 특수성 때문인지 한국인에겐 특유의 기질이 있다. 재미있는 특징 중 하나가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에서 한국인 유저들이 자꾸만 국경에 군대를 배치해두는 탓에 게임 상에서 이를 전쟁 준비 신호로 받아들이고 뜻하지 않게 싸움이 난다는 것이다. 언제나 휴전선 너머의 동향을 살펴야하는 한국인 입장에서는 국경을 경계하고 지키는 곳으로 인식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게임을 하지 않더라도 그럼 군대를 국경에 두지 않으면 어디에 두어야 하느냐면 모르겠고 적응이 안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만큼 휴전 상태라는 긴장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는 것이리라. 그 어떤 나라들보다 국방을 강조하는 나라, 성인 남성 대부분이 국방의 의무를 갖는 나라. 우리나라 안에서 자주국방을 이루기 위한 정책과 논의는 어떻게 발전되어 왔는지, 자주국방을 위해 해결해야 하는 전시작전권 환수, 국방비 부담, 한반도 평화공존 같은 문제들이 어떤 상황에 놓여있고 어떻게 풀어져야 할지 '자주국방의 가성비'를 통해 알아보고자 했다. 

시작과 함께 '전시작전권'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는데, 그동안 워낙 전시작전권이라는 표현을 익숙하게 들어와서 '작전권'을 평시와 전시로 나누는 것이 기형적(50)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저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사시 대처하기 위해 합의된 상황이라 여겼다. 하지만 그것이 기형적인 구조이며 전작권을 가져오기 위해 들인 노력이 정권에 따라 지연되고 무산되는 과정을 살펴보게 되면서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되는 문제임을 인식하게 되었다. 하지만 전작권을 가져오기 위해 국방력 강화라는 카드를 꺼내든 문재인 정권의 움직임에 북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라는 단절로 맞대응 해왔다는 충격적인 사건도 염두에 두어야함이다. 전작권 환수를 위해 첨단 무기 도입과 연합훈련을 통한 국방력 강화가 오히려 한반도의 평화 대신 긴장과 경색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이 되는 딜레마를 어떻게 풀 것인가, 더 강력한 무기인 핵이 그 답이 되어줄 수 있는가 3장에서 이어진다. 

4장에 들어서는 책의 제목이기도 한 "자주국방의 가성비"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진다. '불사용의 사용 가치*'를 가지고 있는 군사력을 유지하기 위해 한국이 들이는 비용은 세계 평균에 비해 3배 이상 많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재명 정부는 자주국방 실현을 위해 임기 5년간 매년 8% 정도씩 국방비를 인상할 계획(122)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비생산 분야에 해당하는 군사력을 강화하기 위해 드는 사회적 비용이 크게 소모되고 있기 때문에 가성비에 대한 논의가 따라붙게 되는 것이다. 'K-방산'같은 키워드처럼 우리가 구축해낸 첨단 무기 수출 산업을 통한 경제적 효과를 소폭 얻어내긴 했지만, 부담을 해소하기에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음을 꼬집는다. 필자는 이 지점에서 '자원입대제' 방안을 제안하고 있어 생각을 정리하는데 참고가 되었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여성에게 국방의 의무를 분담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점점 힘을 얻고 있는 것을 떠올렸다. 이전에는 성별갈등 끝에 종종 나오는 주장을 두고 마땅한 방안도 없는 억지라 여겼으나 책을 읽으면서는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단순히 왜 여성은 의무는 없이 권리만 누리려 하느냐,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다라는 사람들의 의견에 동조하려는 것은 아니고, 현실적으로 여성인 내가 국방에 대해 너무 모르는, 무관심했던 부분이 컸다는 것을 느꼈다. 아무런 기반도 없는 상태에서 복무를 적용해야 된다는 것은 아니고, 최소한 몇 개월 간의 시간을 들여 기본적인 안보 교육, 체력/기술 훈련과 응급처치 등을 익히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인구 감소로 인해 절대적인 병역자원이 감소하는 문제를 두고 병역 면제 연령을 43세까지 상향한다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에서, 갈수록 국제 정세가 긴장되고 있는 배경을 두고 충분히 고려해볼만 하다.  

'자주국방의 가성비'는 개인적으로 다소 거리감이 드는 주제였지만, 그간 뉴스를 통해서 분절되게 접했던 사건들을 일목요연히 정리하여 흐름을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양서가 되어 주었다. 국방에 대해 자신이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는지 점검하고 정리할 수 있는 바탕을 다져주는 계기가 되어 읽는 동안 다소 지난했으나 흥미를 잃지 않고 읽을 수 있었다. 다만 '흡수통일 정책에 얽매이지 말자(225)'며 국방의 범위를 군사분계선 이남으로 재설정하고 흡수통일을 내려놓고 다른 방안을 모색하자는 주장에는 '우리의 이익과 안전의 관점에서 기회를 찾아야 할 필요성(223)'에 대해 설명하고 있지만, 감정적인 혹은 오랜시간 굳어진 통일에 대한 주입식 인식이 굳게 남아 있어 수긍하기 어려운 지점이 있었다. 이또한 그동안 국제 정세를 다룬 한겨레추판의 교양서를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았던 것처럼,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군사비 증액 압박과 패권 다툼이 심화되고 있는 국제 정세 속에서 남북관계와 주변국의 움직임을 다룬 새 교양서를 만나보게 되길 기대해본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