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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님의 서재
  • 자력 구제 금지
  • 김성민
  • 16,200원 (10%900)
  • 2026-07-16
  • : 680

 
" "불량한 사람만 살인하는 거 아니거든요?" 48" 

소연의 아빠이자, 아동학대범인 박민철이 죽었다. 초등학교 교사인 은아는 사정상 잠시 보호하고 있는 소연의 부탁을 받아 소연의 할머니네 집 마당에 살고 있는 고양이 밥을 챙겨주기 위해 들렀다가 현장을 목격, 최초 발견자가 된다. 박민철의 죽음을 수사하기 위해 은아를 찾아온 형사 장경준과 사건 때문에 마주할 일이 생길 때마다 둘은 은근한 신경전을 벌인다. 자신이 임시로 보호 중인 소연의 일이기에, 평소 추리소설을 즐겨 읽는 성향인 탓에 은아는 박민철의 죽음을 단순한 사고가 아닌 사건으로 보았고, 경준은 그런 은아의 관심을 지나치다 여기면서 호기심에서 비롯된 참견이라 탐탁지 않게 여긴다. 박민철 사건에 관한 의문점들을 해소하는 동안 은아와 경준 사이에 얽히는 사소한 오해와 짧은 입씨름이 두 사람을 전형적인, 하지만 그래서 더욱 풋풋한 관계로 만들어간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전형적으로 나올법한 바로 그 단어, '어? 그 싸가지?'(144) 가 나오면 처음엔 서로 손가락질 하다 나중엔 둘이 손잡고 다닌다는 것 아니겠나. 근데 경준아 은아야, 사람이 죽었는데 지금 너희 아는 길 자꾸 돌아서 가자고 해야겠니. 물론 보는 나는 광대가 너무 올라가서 코보다 높아졌지만. 철벽으로 유명한 은아가 처음 본 순간부터 얼평부터 하게 만들었던 해리 홀레*가 누군지도 찾아봤지만. 넷플릭스에서 발견한 그의 얼굴을 보고는 티존과 광대를 보니 한국 사람 중에서 닮은 꼴을 찾기는 어려울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장경준 형사에게 끌리고 있는가, 왜 끌리는가 고민할 이유가 어디있단 말인가, 은아 선생님 남자 얼굴 보는 거 같으신데. 

어찌됐든 중요한 건 '자력 구제 금지'안에서 이미 사람이 하나 죽고, 또 소연의 할머니인 최금례씨는 실종됐고, 은아의 과거도 뭔가 심상치 않은 느낌을 주는 바람에 신경 쓰이는데, 자꾸만 경준과 은아가 성큼성큼 가까워져 연애하려는 걸 보니 눈앞에 쌓여있는 사건이 자꾸만 흐릿하게 뒷전으로 간다. 사건의 비밀을 파헤치고 싶은 독자는 정신 꼭 붙들고 사건을 살펴봐야 한다. 처음엔 <백야행>*과 비슷한 내용이 아닐까 소연이와 우형의 관계가 나이에 비해서 성숙하고 끈끈해보여서 의심했다가, 역시 이럴 땐 사건 수사에 어떤 진척이 있는지 캐묻는 은아같은 사람이 범인이겠지 의심했다가, 실종됐다던 민철의 모친 최금례 할머니가 아들 앞으로 보험을 들어놨다길래 의심하게 되었다. 나만 빼고 다 수상해보이는 상황이다. 불량한 사람만 살인하는게 아니라면 또 어떤 사람이 살인하게 되는 것일까. 

" 집 안에서 괴물을 키우고 있을 여자가, 지친 몸으로 돌아와 편히 쉬어야 할 자신의 집에서 얻어맞고 욕을 먹으며 사는, 그러면서도 그 관계를 끊지 못하는 어리석고 한심한 여자가 자꾸 떠올랐다. 고요한 가운데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짜증이 났다. 123" 

책을 읽기 전, '로코풍 헤어질 결심'이라는 평을 보고 대체 어떤 내용이길래 이런 강력한 수를 던졌을까 궁금했다. <헤어질 결심>*의 결말이 인상적이기도 했고, 워낙 깊은 애정을 가진 팬층이 많은 작품이라 웬만해선 공감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했다. 마침 형사인 지환과 '박민철 관계자 2(109)'인 은아가 사건을 통해 얽혀들어가는 과정이 영화와 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밀물처럼 모르는 사이에 성큼 밀려들었다 썰물처럼 잡을 수도 없이 쓸려나가는 감정과 관계를 바라보다보니 과연 그렇구나 공감이 됐다. 그럼 '자력 구제 금지'도 <헤어질 결심>처럼 영화로 만들어져도 좋지 않을까. 누가 어떤 인물을 하면 좋을까 생각해본다. 

공사가 분명한 형사의 마음도 흔들어버리는 은아는 얼마나 매력적인 사람인걸까, 지환이 쥐고 있는 은아의 과거에는 어떤 사건이 있었던걸까, 최금례 할머니는 대체 어디 계신걸까, 박민철 사망 사건의 진실은 뭘까, 경준과 은아는 사건을 해결하고 무사히 사건 관계자와 형사 말고 그냥 아는 사람(194)으로 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까, 보호자 없이 남겨진 소연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그리고 범근아 안됐지만 너도 좋은 일 생길거야. 너무 나쁜 놈의 죽음엔 자연사도 아깝다며 사건 안으로 성큼 들어서는 은아와 평소엔 나뭇가지 잘 피해다니는 경준의 러브, 스릴, 서스펜스가 한가득 담긴 매력적인 로맨스릴러 '자력 구제 금지'를 추천한다. 


* 요 네스뵈 범죄소설 <해리 홀레 시리즈> 주인공 해리 홀레 형사
* 히가시노 게이고 추리소설 (1999) 
* 박찬욱 2022년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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