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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님의 서재
  • 시간의 끝
  • 김성일
  • 16,200원 (10%900)
  • 2026-06-30
  • : 1,515

 
이과들, 내가 이럴 줄 알았다. 

" 꺾이고 굽으며 되돌아가는 2차 시간의 수많은 변곡점들을, 인간은 결코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마치 짐승들이 해와 달이 뜨고 짐을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그 주기에 따라 사는 것처럼, 수영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는 있다. 295" 

영화 <호프>를 봤을까? 수많은 '시발'이 나온 그 영화에는 하나의 '시발'이 더 덧붙여지는데, 그건 영화를 다 보고 난 뒤에 관객이 흘리는 '뭐야, 시발'일 것이다. 반대로 '시간의 끝'은 독자의 '시발'과 함께 시작된다. '시발, 수학 좀 공부할 걸' 단순히 욕 때문에 둘을 엮은 것은 아니고, '시간의 끝'을 읽으면서 어딘지 분위기가 <호프>와 비슷하다고 느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의 틀 위에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사건을 올려놓는, 그래서 그 틀마저 균열이 가고 이를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따라가기에도 벅찬 그래서 두려운 기분을 느끼도록 만드는, 대체 뭘까, 왜 일까, 그래서 어떻게 될까 궁금하도록 자극하는, 방식이 닮았다. 

세상에 불가사의한 일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달이 파괴되고 그 파편이 춘천에 추락해 소양강 댐이 무너지고, 괴물들이 나타나서 대구가 봉쇄되고, 바다에 솟아 오른 무언가로 인해 부산에 큰 해일이 일어나는 사건들이 생기면서 많은 사람들이 죽고 세상이 혼란에 빠진다. 왜? 2차 시간이 1차 시간, 우리 세상의 시간하고 겹치고 얽혀 영향을 끼친 결과였다.
이 관계를 밝혀낸 것은 다름 아닌 수학자들이었다. 이 2차 시간을 틸링해스트 수학(크로포드 틸링해스트 박사 "1/2차 시간 축의 정확한 모델링을 위한 비선형 수학 체계" 54)을 통해 인위적으로 값을 바꿔 1차 시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형사인 수영은 한강 범람을 예고한 사교도 집단을 저지하기 위한 현장으로 출동한다. 끔찍한 현장 상황이 끝나자마자 수영에게 전해진 것은 사교도들에 의해 살해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족 지호의 죽음이었다.
교주, 제자들이 선생님이라 부르며 따르는 수학자 역시 틸링해스트 수학을 통해 2차 시간을 계산한다. 오랜 계산 끝에 "시간이 끝난다는 결과 23"를 받아들인 교주는 제자들에게 이를 공표하고, 이 값을 인위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사교도 집단들처럼 인신공양으로 2차 시간 값에 변형을 일으켜야 하는데, 적어도 세 명의 고통스러운 죽음이 필요함을 알린다.
'시간의 끝', 불안한 결과를 두고 한 사람이 자신의 목숨을 바치겠다고 나서자, 제자들 사이에서 당신말고 죽어 마땅한 이들을 죽이자, 타인의 희생으로 삶을 유지시킬만한 가치가 있느냐 논쟁이 벌어진다. 교주는 시간의 끝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는 상태이니, 다른 답을 찾기 위한 연구를 계속하겠다며 사람들의 불안을 진정시킨다.
다음날 다시 2차 세계의 틈으로 들어가 새로운 결과값을 얻어낸 교주가 계산을 적어둔 공책을 찾았을 때, 공책과 함께 17명이던 제자 중 한명이 사라졌음을 알게 된다. 사라진 것은 가장 먼저 자신의 목숨을 바치겠다고 나섰던 이정래였다. 신실한 믿음을 가진 그가 2차 시간을 변형시킬 위험한 방법과 함께 사라진 것이다.
수영은 지호의 죽음이 사교도들의 짓이라 확신하고 이를 추적해나간다. 교주 역시 공책과 함께 사라진 이정래를 막기 위해 의식 장소를 다시 계산해나가고, 수영과 지호, 교주, 제자들이 각자 자신들의 믿음과 방식대로 세계의 멸망과 이에 얽힌 죽음에 대응해나가는 복잡하고, 미스터리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는 것이 초반 도입부이다.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요그 소터스 안에서 하나다."

'시간의 끝'은 복잡하지만 의외로 독자의 앞에 숨기는 것이 적다. 불길한 예감을 감지하도록 하고 그 사이에 비워둔 '왜, 어떻게'를 좇아 몰입하도록 만든다. 제멋대로 행동하는 인물들과 부서졌다 다시 차오르는 달, 뒤틀린 시간 속에서 독자는 함께 멸망 앞에서 달려나가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책을 읽는 동안 감당하기 어려운 재난과 혼란 앞에서 나 역시 불안을 잠재우고 의지할 데를 찾아 사이비교에 빠지게 되지 않을까? 이렇게 우리가 상상하곤 하는 것처럼 언젠가 규격 외의 사건이 비현실적으로 펼쳐지게 되는 날이 올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수학 못해서 나만 세상의 끝조차 모르고 있으면 어떡하냐는 포모(FOMO)*를 느끼게 만들기도 하지만, 칠월의 긴 장마 속에서 이 눅눅한 더위를 피할 수 있는 몰입을 선사하는 SF 미스터리 스릴러 '시간의 끝'을 추천한다.  


* 이럴땐 언어학자가 등장하는 영화 <컨택트(2016)> 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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