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셋
테일 2026/06/06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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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셋 (THE 3ET)
- 오준석
- 15,300원 (10%↓
850) - 2026-05-22
: 540
" 우주여행 관리국에서는 행성들을 섹터로 묶어 분류했다. 하지만 우주는 무한하며, 끊임없이 확장되고 있었다. 이미 수백 개의 섹터와 수천 개의 행성이 존재했지만, 새로운 행성, 새로운 종족이 계속해서 나타났다. K 섹터는 우주 연방의 손길이 닿지 않는 미개척지로 연구를 목적으로 한 탐사선이나 연방 경찰에게 쫓기는 범죄자들이나 가는 곳이었다. 하푼이 가 본 곳은 J섹터까지였다. 그곳이 워프 스테이션이 존재하는 마지막 섹터였다. 사람들은 J섹터를 문명의 끝자락이라고 불렀다. 103"
모든 일이 정신없이 몰아쳐댔다. 이 세계가 아닌 낯선 곳에 갑자기 내던져진 독자는 수배자와 현상금 사냥꾼들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의 한 가운데로 워프하게 된다. 우주를 배경으로 종족이 다른 우주인들이 등장하고, 이를 관리하는 우주 연방도 있다. 우주선을 타고 날아다니면서 플라스마 엔진으로 공간을 워프하여 이동한다는 설정은 언뜻 마블 세계관 중에 가장 좋아하는 시리즈인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한국에서는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가 그리 관심을 받지 못한다고들 하는데, 적어도 나에게 있어선 <가오갤>만은 예외였고 '더 셋'이 비슷한 느낌을 준다고 여겨지자 금새 흥미가 생겼다. 폭탄이 터지고 우주선이 날아다니는 '더 셋'의 세계관 앞에서 쏟아지는 정보를 주워삼키며, 나름의 우주를 그려가며 눈 앞의 인물들을 놓치지 않고 따라붙기 위해 다음 장으로 향하는 속도를 높여나갔다.
"다들 자신만의 재앙을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마쉬에게는 파카두의 스퀴드가 폭발한 것이 재앙이었고 테이저맨에게는 하푼과 마쉬가 재앙처럼 다가왔을 것이다. 하푼의 경우에는 마쉬였다. 그의 존재 자체가 재앙이었다. 37"
얼기설기 엮은 연결점들을 이용해 관계와 상황을 파악하고 나니 몰아치는 듯하던 전개의 속도감에 적응되어 재미가 모래폭풍처럼 몰려왔다. 현실에 구애받지 않는 공간과 시간으로 넘어가니 인물들의 개성이 더 뚜렷해지고 사건은 신선했다. 과거를 버리고 마쉬와 손잡고 현상금 사냥꾼이 된 하푼은 '제국 경찰을 죽이고 CRS-3 우주선을 탈취'해 수배자가 된 테이저맨을 잡기로 한다. 마쉬의 파괴적이고 즉흥적인 성향이 자신에게 자극과 보완이 될 거라 믿었지만, 바로 마쉬의 그 면모에 말 그대로 뒤통수를 맞고 낯선 행성에 버려지게 된다. 현상금을 얻기 위해 잡으려고 했던 테이저맨과 손을 잡게 된 하푼. 서로를 공격해 흘릴만한 피와 묻어둔 사정은 있는데 눈물과 인정은 메말라버린, 각박한 우주 세상에서 '살아남기'만이 목표였던 인물들이 억지로 엮어 함께 위기를 넘기며 조금씩 서로 스며드는 과정이 매력적이었다.
"사막은 원하는 것을, 마음의 약한 지점을, 강한 욕구를 귀신같이 알아채서 인간의 감정을 건드리고 뒤흔들었다. 폭풍 속에서 눈이 뒤집어질 만큼 매력적인 상대가, 죽은 아버지가, 어린 여동생이 돌아왔다. 기억 속에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혹은 가장 끔찍한 모습으로. 그 남자에게 경고를 했지만 미리 안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재앙이 아니었다. 꿈을 꾸고 있을 때는 꿈이 곧 현실이 되는 법이었다. 131"
모래 폭풍 안에서 무엇을 만나게 될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아마 '더 셋'을 읽는 동안에 누구나 한 번 쯤은 코뮨의 지독한 모래 폭풍을 상상하며 만약 자신의 앞에 데사가 나타나게 된다면 어떤 모습일까, 데사의 꼬임에 말려들어가지는 않을까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 데사를 통해서 만나게 되는 죽은 자들의 모습은 자신 안에 있는 욕망, 죄책감, 미련 같은 감정들을 건드린다. 심지어 그 안에 그리워했던 이들의 영혼이 정말 존재하고 있다면 만들어진 가짜여도 데사와 함께 머무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하푼이 데사로 만나게 되는 미리엘과 토미를 보며 관계에 있어서 서로의 의도와 진심을 믿고 이해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 하푼은 미리엘과 토미가 보이는 분노를 이해하면서 한편으로는 진짜 미리엘과 토미는 증오에 찬 언행을 하지 않을 것이란 믿음을 보인다. 이해와 믿음은 하푼을 위기의 순간에서 벗어나도록 해준다.
처음엔 배신한 마쉬를 찾아내 코뮨 행성을 벗어날 수 있는 우주선만 탈 수 있으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우주의 일은 그렇게 쉽게 돌아가지 않았다. 하지만 이 어려움이 끝까지 긴장을 놓지 않고 하푼과 테이저맨을 응원하게 만들어준다. 이야기의 구조는 복잡하지 않지만 적절히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인물의 극복과 성장을 더해놓은 점이 좋았다. 더불어 이런 세계를 만들어낼 수 있구나, 그리고 이 세계가 더 이어질 수 있겠구나 앞으로의 이야기를 기다리게 된다. SF물을 영상으로 만들어냈을때 아쉬움을 남겼던 작품들이 여럿 떠오르긴 하지만 '더 셋'이 <가오갤>처럼 만들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기대도 했다. 처음 '더 셋'이 마음에 들 것이란 느낌은 확실히 옳았다. 장르가 낯설지라도 재미는 확실히 보장되어 있으니 당신의 우주에도 새로운 섹터를 하나 만들어보자. '더 셋' 섹터는 취향의 시작점이라고 이름 붙여질 것이다.
... 그리고 ...
" 테스는 하푼이 건네는 담배를 받아 단번에 들이마셨다가 기침을 쏟아 냈다.
" ......끝내주는데? 묵직하네. 이름이?"
"말보로 레드. 지구 연방에 갔을 때 왕창 사 놨지. 좀처럼 구하기 힘든 물건이라서." 225"
우리들의 지구는 아직 무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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