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의 주문
테일 2026/06/03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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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근길의 주문
- 이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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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 - 2026-06-01
: 930
'출근길의 주문'은 일하는 여자들을 위한 교양서이다. 우리가 어떤 위치에 어떤 입장으로 서있는지 인지하도록 만든다. 또한 어떻게 생각하고, 판단하고, 말하고, 행동하고, 계획해야 하는지 조언한다. 생각이 굳어있다고 평가되어도 할 수 없지만 여성 대부분의 사회활동은 여전히 30대 초중반 이후로 변곡점을 맞는다고 생각된다. 그 이상의 나이로, 자연스러운 승진 기회를 얻어, 연차에 맞는 경쟁을 하며, 사회생활을 지속하고 있는 여성 리더들을 꼽아보자. 사원의 성비는 여성이 9가 넘는 회사에서 일할 때도 과장 이상 급의 직위로 가면 남성이 9에 가까워지는 성비 반전이 일어나는게 너무나 자연스러웠던 것이 기억난다. 공부를 하고, 취업 준비를 해서, 직장에 출근하던 여성들은 어디로 갔을까. 그 여성들이 계속 일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할까.
책을 읽으면서 어떤 부분은 공감되면서도 헛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특히 우리가 사회 곳곳에서 만나게 되는 전형적인 유형의 군상들이 즉각적으로 떠오르는 사례들을 볼 때 그랬다. 저자 역시 글쓰기 강연을 진행하는 현장에서 직접 마주하게 된 상황을 예로 들어 보여주기도 했다. 검열 없이 입에서 나오는대로 질문하는 질문자들, 전문가의 강연을 듣고 배우러 온 자리에서 자신의 소견으로 가르치려 드는 공격자들, 상대의 말을 끊고 끼어들거나 매락 없는 무례한 말을 던지는 방해자들. 이들은 대부분 남성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재밌는 점은 남성들은 대부분의 자리에서 비슷한 태도를 보이는데 여성들은 남녀가 함께 있는 자리에서 의견을 표출하는 비율이 확연히 줄어든다는 것이다. 저자는 질의응답 시간에 가장 먼저 손을 들어 나서기보다 침묵을 선택하는 여성들에게도 나중에 이 말을 할 걸, 용기를 내볼 걸 후회하지 말고 나서기를 종용한다.
사회에서 여성들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의견 표출 뿐 아니라 관계맺기에서도 두드러진다. " 한국에서는 이상할 정도로 모르는 사이에 '욕'으로 하나되고 친해지는 경향이 심한데, 그런 대화는 몹시 재미있을 수 있으며 그래서 위험할 정도로 당신의 밑바닥을 드러내는 경향이 있다. 30" 며 건전하게 관계를 맺는 태도의 중요성을 말한다. 사회 생활을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는 대체로 표면적이다. 당신의 내면이 어떤지 시간을 들여 들여다보고 이해해주지 않는다. 드러나는 말과 태도가 당신이 된다. 공공의 소재를 두고 잠시 공감하고 연대를 쌓을 수 있지만 그 밑바탕이 당신 또한 공공의 소재가 될 수 있는 여지가 된다. "타인의 불행을 수집하지 말라(159)"고 조언하며 다른이의 허물을 험담하는 사람들과 멀어지고, 호재를 축하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게다가 여성들은 사교 대상을 굉장히 폭 좁게 선택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좋아하거나' 아니면 '필요가 있거나'인 사람만 만나려고 한다. 조금만 마음에 안 들어도 아예 어울리지 않으려는 경우도 많고, 자기가 겪은 일이 아니어도 누가 뭐라고 했던 기억이 있으면 '어떤지 쎄하다'며 거리를 두려 한다. 내 일과 직접 관련이 있으면 그나마 어울리지만 그것도 최소한으로 하려 든다. 93"는 내용을 읽으며 내심 찔렸다. 사회생활을 하며 인간관계에 질렸다는 이유로 '도망치고 싶(154)'어했다. 다른 사람과 거리를 두고 주변을 좁히려고 하는가 생각해보니 혹시 모를 피곤한 상황을 피하고 싶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또한 사람을 챙기고 관계를 유지하는 일 자체가 큰 심력과 체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일하는 것 외에 더 힘을 쏟고 싶지 않아 관계에 제한을 두기도 했다. 저자는 잘라내기를 멈추고 좀 더 유연하게 거리를 두어 연결하고 유지하기를 조언한다. 이를 위해 일부러 '사교주간(128)'이라는 것을 두고 일부러라도 사람들을 만나려는 노력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는데 여러모로 생각을 달리하게 되는 부분이었다.
여성 스스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문제도 있지만 여성을 향한 평가절하의 차별적 시선도 문제임을 꼬집는다. 사회에서 여성의 문제제기는 예민함으로, 분노는 감정적인 태도로, 항의는 '여자의 징징거림(184)'으로 치부하려 든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일 처리가 느리고 분별 없던 직원때문에 거래처에서 느닷없는 항의를 받았다. 업무에 나와 관련된 부분이 없었지만 화가 난 거래처 입장에선 정확히 누구에게 항의해야 하는지는 상관없었을지 모른다. 어쩌면 자신의 업무와 직접적으로 얽힌 부분이 없는 여자 직원이 어쩌다 걸렸기 때문에 그의 분노가 더 쉽게 터져나왔는지도 모른다. 나중에 담당 직원에게 상황을 말하고 일처리에 대해 지적해주었더니, 건너건너 전해들리는 말이 '예민하다, 같이 일하기 무섭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불평했다는 것이었다.
업무의 우선 순위도 챙기지 못한 자신에 대해선 반성이나 부채도 없이, 제대로 상황도 알아보지 않고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은 거래처의 무례도 예사로 넘기고, 어쩌다 운 없이 자신의 부진을 대신 뒤집어 쓴 나를 예민하고 무서운 사람이라고 공격(205)하는 동료와 함께 일하는 것은 피곤한 일이다. 부서는 다르지만 몇 년이나 먼저 입사한 선임의 업무적 조언을 그저 선 넘은 오지랖으로 치부한 그 개인의 태도도 문제였지만, '보수적'이란 평가를 달고 있던 당시 근무했던 회사의 전체적인 기조 역시 차별적이었다. 남녀 신입 사원의 기본 급여 책정이 암묵적으로 달랐고, 직급 승진의 연차별 기회가 차별적으로 주어졌다. 대리 이하의 직급에서 여성이 9할 가까운 비율에서 과장 이상으로 넘어가면 남성의 비율이 9할로 반전되는 구조 앞에서도, 일하는 여성으로서의 자신의 미래가 이 회사에 없음을 인지하지 못했었다.
마침 선거일이었던 오늘 떠오르는 것은, 박근혜 탄핵 이후 이제 한동안은 여성이 대통령을 하게 되는 일은 없을 것이란 말을 종종 들었던 일이다. 직무를 잘 수행했는지 어땠는지를 떠나 그의 탄핵을 여성의 실패로 기록하고, 역시 여성이 그만한 직위를 수행하기는 무리라며 앞으로 다른 여성 대통령이 당선되는 일은 요원할 것이라는 말이다. 그간 무사한(?) 전임자가 거의 없는 수많은 남성 대통령들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남성은 뽑아놨더니 기회를 망쳤기때문에 다신 당선되기 힘들 것이란 평가를 왜 받지 않는 것일까. 남성의 무능과 실패는 개인의 과오로 평가의 양면이 있음을 헤아려줘야 하고, 여성의 것은 앞으로의 기회마저 몰수하게 될 치명적인 여성 모두의 실패가 된다. 그리고 그 기회의 박탈에 대해 공연하고 당당히 말한다. 이제 기회를 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여성들도 그랬어야 했나? 줄줄이 감옥에 들어갔던 전대의 실패는 지나보냈더라도, 윤석열의 탄핵이 있었을 때 이제 남성에게 대통령 당선의 기회를 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 말했어야 했을까.
'출근길의 주문'은 일하는 여성들이 계속해서 자신의 커리어를 지속하길 응원한다. 여성의 리더십(110)이 평가절하 되고 있음을 알리고, 남자들의 인맥 카르텔 모델을 훔치라고 조언한다. 여성에게 강요되는 돌려말하기(쿠션어 16), 침묵하거나 동조하여 모욕을 참기(51), 타인을 앞에 세우기(186), 여성성이나 외모 관리(205) 같은 일 외적인 분야에 대한 공격과 강요에서 벗어나야함을 알려준다. 그리고 우리 안의 죄책감과 패배주의와 싸워서 이겨야함을 말한다. 검열은 줄이고 좀 더 과감히 자신의 길을 가도 된다는 긍정을 전한다. 때로 다음날 출근이 지겹거나, 쌓여있는 업무를 다 때려치우고 싶거나, 무엇을 목표로 삼아야하는지 길을 찾기 어렵거나, 직장생활이 지긋지긋하게 느껴질 때 이 책은 주문(143)을 건넨다. 각자의 자리에서 일하는 우리가 서로의 길이 되고, 힘이 되고, 꿈이 되고, 답이 되어준다고. 이 응원에 힘입어 매일 아침 당신의 출근길을 향한 첫 발이 조금 더 수월히 나아간다면 좋겠다.
" 내가 다른 여자들의 자리를 빼앗고 있나? 그런 생각이 들면 다시 묻는다. 여자의 자리는 여자에게만 이어지나? 아니다. 결국 모두 다음 세대에 의해 대체될 테지만, 다음 세대의 여성들은 언젠가 지금 우리의 나이가 되어 일하면서도 "여자인데 내가 너무 나이 들어서까지 일하고 있나?"라는 질문을 하지 않아도 되기를 희망한다.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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