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것들
테일 2026/05/19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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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이지 않는 것들
- 매트 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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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0) - 2026-05-01

" 도시였다. 도시 하나가 통째로 들어 있었다. 교외 지역도 보였다. 그 너머로는 숲의 녹색 지붕이 보였다. 고속도로가 신경망처럼 대지를 뒤덮고 있었다. 강줄기가 곡선을 이루며 도심지의 고층 건물 사이를 휘돌아 흘러가는 모습도 보였다. 42"
어느날 갑자기, 아니 어느 순간 갑자기 세상에서 사람들이 사라지고 있다. 사라지는 본인 조차 알지 못하는 사이에 낯선, 하지만 너무나 익숙한 곳으로 옮겨지는 사람들. 왜, 누가, 어떻게 이들을 이주시키는 것일까? '뉴로어로크'의 존재와 그곳으로 옮겨지는 사람들. 너무나 거대하고 이해되지 않아 읽을수록 궁금증이 커지는 [보이지 않는 것들]을 읽으며 몇 가지 질문들을 생각했다. 처음엔 우주와 외계의 존재를 궁금해했다. 그 뒤엔 삶과 삶에 대한 우리의 태도에 대해 질문하게 되었다. 다른 세상으로 지금까지의 삶을 지우고 다시 시작하게 되었음에도 층을 나누고, 맹목된 규칙과 믿음을 만들어내는 이기심과 욕망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벗어남으로써 얽매임에 대해 질문하도록 만드는, 멀어짐으로써 다시 살피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것들]을 통해 '보게 되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첫번째 질문, 우리가 이렇게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대상에게 우리는 어떤 의미일까? 우주와 외계 존재가 우리가 그에 대해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만큼, '진실'에 대해 궁금해하는 만큼 우리에 대해 궁금해하고 이야기할까. 우주의 어느 행성, -목성의 115여개 위성 중 하나인 에우로파(16)-에 인간이 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두고, 심지어 세차장, 칙필레(137)가 있는 '진짜' 도시의 형태 그대로 구현해두고 그 안을 인간으로 채우는 일을 실현할 수 있는 쪽에게 과연 의미가 될까? 우리에게나 경악과 흥미를 주는 것이지, 아득히 뛰어넘는 존재에게 있어 이런 사건은 그저 여흥거리에 불과하지 않을까. 우리가 개미굴을 관찰하거나 벌집을 찾아 꿀을 얻는 것처럼, 길 한편에 난 꽃을 반대로 옮겨 심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것들]을 읽을수록, '왜'를 생각할수록 지구에서의 인간이 우주에서는 타 생명체들의 입장이 되기 때문에 더 두려워하고 의심하는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답을 몇 가지 얻는다해도,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라고요. 그 답은 더 많은 질문만을 불러올 겁니다. 해답 없는 수수께끼라고요. 그걸 신경 쓰느라 남은 평생 정신이 나가버리거나 아니면 흐름에 순응해서 최대한 이 상황을 이용하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이곳 주민들처럼 사세요. 받아들여서 자기 삶을 꾸리라고요. 여러분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당신들 모두 앞으로 이곳에서 살게 될 겁니다. 87"
두번째 질문, 순응하는 삶이란 무엇일까. 우리 모두는 결국 우리 앞에 놓여진 삶에 순응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뉴로어로크'에 거두어지는 것은 태어남과 그리 다르지 않게 보인다. 거두어짐과 태어남은 선택의 여지없이 존재하게/태어나게 되었다는 점에서 닮았다. 다만 전자가 지구에서 새로운 시작점으로 옮겨왔음을 인지하고 있을 뿐이다. 대머리 강사의 조언을 우리 인생과 겹쳐보면 존재와 근원에 대한 질문에 지나치게 매몰되지 말고 어울려 살아가라는 의미를 떠올리게 된다. 다만 이것이 진실을 외면한 도망침이었을때, 아무리 진짜처럼 보이는 새로운 세상으로 갔을지라도 거짓과 기만에 순응하지 말고 저항과 진실을 향해 나아가라는 메세지가 된다. 삶에는 순응하되 거짓에는 질문하고 저항하고 선택해야 한다.
" 상륙한 순간부터 마음속 짐이 떠내려가는 것 같더라니까. 내 모든 스트레스, 모든 초조함, 모든 학자금 대출, 모든 신용카드 영수증이...... 그냥 흘러가버린 것 같았거든. 내가 여기 도착한 순간에 말이야. 거짓말은 안 할게. 솔직히 처음에는 조금 몽롱하기도 했지. 그래도 지금까지 행복했어. 그러니까, 진짜로 행복했다고. 난생처음으로 말이야. 그건 장담할 수 있어. 처음으로 필요한 모든 것을 얻었으니까. 233"
세번째,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오히려 무거운 짐이 되고 있지 않을까. 모든 것을 잃고서 새로 시작하게 되었을 때 얻을 수 있는 해방감. 우리는 가끔 어떤 것들에 얽매인다. 그건 자신의 신념일수도, 돈이나 옷, 작은 액서서리에서 LP나 조립식 장난감, 캐릭터 상품처럼 물질적인 것들일수도, 매일 아침 7시에 일어나 가장 먼저 기지개를 핀다는, 걸음을 걸을 때 오른발부터 내딛는다는 사소한 반복행동일수도 있다. 이런 것들은 자신이 선택해서 얽매이는 긍정적인 것들이고 나쁘게는 빚이나 책임져야 하는 책무(내가 아니면 어떻게 돌아가나 싶은 업무들, 사실은 그렇지 않지만), 돌봐야 하는 가족일수도 있다. 이 얽매임은 절대로 벗어나서는 안될 것 같은 압박이나 강박이 되기도 하고, 우리를 자신의 삶에 발 붙이고 살아가도록 만들어주기도 한다.
그런데 어느 한 순간 이 모든 것이 사라지고 새로운 곳에서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어떨까. 많은 인물들이 선택받은 사람들만이 갈 수 있는 '뉴로어로크'에 거두어졌을 때 느끼는 혼란과 두려움, '죽음의 5단계'*를 거치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에이다는 자신을 이루고 있는 것들에서 벗어난 해방감에 대해 말했다. 붙잡고 있는 것을 놓았을 때, 너무 소중해서 절대 버리거나 잃을 수 없다고 여겼던 것을 허무하게 놓쳤을 때 처음엔 충격을 받고 괴로웠으나 시간이 조금 지나고나니 생각보다 별거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적이 있다. '절대'라는 것도 없고, 그것 아니면 안될 것 같아도 또 다른 것으로 채워지고, 세상이 달라지는 일 없이 살아가게 된다. 오히려 무엇에 그렇게 얽매여있었나 가벼워지는 기분도 들었던 것이라 에이다의 그 마음이 이해되었다.
[보이지 않는 것들]은 읽는 내내 대체 무엇이, 어떻게, 왜 하는 질문과 생각을 반복하게 만든다. 그것은 '뉴로어로크' 자체에 대한 의문이기도 하고, 거두어진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진 도시의 사회에 대한 의문이기도 하다. 진실을 직시하고 진짜 삶으로 돌아가기 위해 저항하는 이들과 순응하는 수많은 도시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무엇을 보여주고자' 했는지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사라진 사람들과 숨겨진 비밀에 대해 마음껏 궁금해하고 의심하고 놀라며 읽어보면 좋겠다.
* 부정 분노 타협 우울 수용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죽음과 죽어감] 1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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