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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님의 서재
  • 나는 금 대신 보석을 산다
  • 윤성원
  • 17,550원 (10%970)
  • 2026-04-10
  • : 1,110

 
 " 보석을 살 때 가장 위험한 순간은 눈앞의 화려함에 마음이 앞설 때다. 277" 

예전에 다이아몬드에 더이상 예전과 같은 가치가 없다는 기사*를 보았다. 그 뒤로도 비슷한 전망은 계속되었고 금 시세가 끝도 없이 오르는 최근 흐름에 비해 다이아의 가격은 랩다이아의 품질 상승으로 하락 방어선 없이 가치가 계속적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평이 주기적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그럴 때마다 작은 보석함 안에 놓아둔 그보다 더더욱 작은 나의 다이아가 떠올랐다. 보증서까지 알뜰살뜰하게 잘 보관하고 있는 그 다이아가 살때는 손이 떨리게 만들더니 사고나니 마음이 떨리게 한다. 금 가치는 오르고 보석의 가치는 떨어진다는 세상의 말과 달리 금 대신 보석을 산다는 제목의 책을 보고 한동안 가만히 작고 작은 나의 다이아를 생각했다. 기다려, 저 책을 읽어보고 너의 가치를 드높여(?)줄게. 

" 지금 놓치면 다시는 손에 넣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소유를 통한 과시, 경쟁에서 이기고 싶은 본능... 이것들이 진짜 가격이었다. 88" 

나의 작고 작은 다이아의 가치를 높일 방법은 소유주인 나의 서사를 쌓는 방법 외에 달리 없다는 사실을 초장부터 깨닫고 들어가야 했다. 이건, 이 방법은 틀린 것 같아. 보석에 이야기가 쌓이고 그 내력이 분명하다면 같은 값어치의 보석보다 더 가격이 높아진다는 것은 언뜻 매력적이었다. 어떤 유명인이 수십억을 들여 경매에서 샀다거나, 왕실이니 황실이니 하는 곳에서 가지고 있었던 내력(프로버넌스 provenance)을 가진 보석 이야기를 읽다보면 재밌기도 하다. 사라졌다가 우연한 계기로 수집가의 눈에 띄어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도 있는데, 8년 동안 주방 찬장에 들어있던 러시아 황실 달걀(48) 이야기를 읽다보니 한편으로는 이 가치에 대한 의문이 생기기도 했다. 고물상이 그 달걀을 벼룩시장에서 샀을 때 그의 눈에 달걀은 금값 500달러쯤의 현실적 가치가 매겨졌을 뿐이다. 그러니 값을 좋을대로 부풀리기 마련인, 그것도 우리와 먼 시장의 역사와 선호에 치중된 결과물이 아닌가 의심과 회의도 들었다. 

게다가 감정 기관마다 산지 판정이 갈리고 어느 기관의 감별서인지에 따라 가격도 달라진다(100)고 한다. 일반인이 진입하기에는 좀 어려운 구석도 있고 그 가치를 어떻게 보는지는 고무줄처럼 늘었다가 줄어드는 미심쩍은 면도 있어 보였다. 심지어 어떤 상자(티파니의 블루박스 162)에 담기냐에 따라서도 그 가치가 달라지지 않는가. 그러고보니 작고 작은 다이아를 살 때 우신에서 감정을 받은 것을 살지 GIA 감정서가 있는 것을 살지 잠깐 고민했던 기억이 났다. '나중'을 고려해서 GIA 감정서가 있는 것을 선택했는데 글쎄, 수십 수백년이 지나도 변치 않는 영원한 다이아가 내게 소유될 짧은 기간동안 나중을 고려할 일이 있을까 싶어진다. 그나마 다이아의 경우는 국제 기준가가 되는 '라파포트 가격표(108)'가 있지만 유색 보석에는 그도 없다고 하니 보석이 아니라 사람(역사, 사건, 운, 타이밍)을 사는 것과 비슷하다 느껴지기도 한다.  

" 드비어스가 "다이아몬드는 영원히"라는 문장을 세상에 던진지 80년이 넘었다. 이제 그 '영원'의 의미가 달라졌다. 누군가에게는 수십억 년의 지질학적 시간이고, 누군가에게는 그 반지와 함께할 삶의 시간이다. 200" 

처음 이야기했던 랩그로운 다이아몬드에 대한 이야기를 책의 4장에서 만날 수 있었다. 다이아의 가치 하락에 대한 불안을 드러냈지만 투자 시장에서의 보석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금 대신 보석을 산다'를 읽으며 오해했던 부분이 있다면 고치고, 새롭게 알게 되는 세계가 있으리라 기대되었다. 이런 막연한 불안과 궁금증이 비단 나만의 것은 아니었던지 강연이나 방송, 인터뷰 등의 자리에서 랩그로운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고 한다. 처음 떠올렸던 랩그로운과 천연 다이아와의 경쟁은 '상업용 시장(171)'에 국한된 정보였고 '희소 시장'은 이와 분리해서 봐야하는 것이었다. 당연히 상업용 시장이 전체로 대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두고 이제 다이아의 가치는 하락한다/할 것이다 라고 말할 수 없지만, 일반 소비자에게 가까운 시장은 영향을 받기 때문에 실구매를 고려한다면 흐름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172)고 책은 조언한다. 

이 아름답고 한정적인 욕망의 시장을 우리는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에 대한 내용이 5장에서 나온다. 투자에 있어 자연스레 따라오는 금을 살 것인가, 보석을 살 것인가에 대한 질문(249)도 나오고, 고맙게도 그렇다면 과연 보석은 어디서 살 수 있는가를 알려주기도 한다. 예전에 이베이같은 온라인 사이트로 원석을 구매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는데 애정과 열정을 가진 사람의 길에도 " 산지 시장은 낭만적인 직구 현장이 아니라, 프로들이 칼을 품고 마주하는 판에 가깝다. 68"는 경고가 떠오를만큼 사건과 사고와 사기가 많았다. 감별서의 보증에도 허점을 이용한 기망(266)이 있으니 보기엔 재밌지만 뛰어들기엔 두려운 세계였다. 보석을 고를때 피부톤이 웜톤인지 쿨톤인지 따지는 내용도 나오는데 한참 MBTI가 유행할때는 아마 MBTI별 맞춤 보석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어 재밌었다. 소장과 투자로써의 보석을 고려하고 있다면 5장 내용을 눈여겨보면 도움이 되겠다. 

보석의 가치를 높이는 것 중 하나로 그 안에 담긴 내력이 주요하게 작용한다는 것도 흥미롭지만, 보석이 인류사에서 어떻게 그 가치를 가지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3장의 내용이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다. 객관적인 기준으로 가치가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보석의 내력이 가치를 더한다는 것에 잠시 의문을 품기도 했지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의 힘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보석에 사랑의 약속이나 인어의 눈물같은 별칭도 붙이고 브랜드에도 왕의 보석상이나 로마의 관능(163)같은 정체성을 내세우는가 보다. 서사와 의미가 이렇게 물질의 가치를 올리기도 하고,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기도 하는 것을 보니 재미있기도 했다. 어린시절부터 반짝반짝 하는 것들을 홀린듯이 바라보길 좋아했던 까마귀의 마음을 흡족하게 만들고, 보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매력적인 책이었다. 

" 마젤 우 브라하** 79" 

* 다이아 원석 가격 1년새 40% 급락…"인조 다이아 수요 급증 영향" 20230904 금융소비자뉴스 기사
** Mazal u'Bracha 행운과 축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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