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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님의 서재
  • 저 밖에서 비명 소리가
  • N. K. 제미신 외
  • 19,800원 (10%1,100)
  • 2026-04-10
  • : 1,600

 
" 그 사람 심장을 보고 싶어 할 줄 알았는데
내가 훔친 거 112 또 하나의 존재" 

서문에 나온 '토옥(oubliette)'의 개념이 나온 영화를 2024년에 즐겁게 본 기억이 난다. 이쪽의 상황을 감옥 안에서는 보거나 들을 수 있는데 감옥에서 지르는 비명은 외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에 영화 '히든페이스'가 떠올랐던 것이다. 조여정 배우만의 캐릭터 성과 매력이 잘 드러난 인상적인 영화였다. '겟 아웃'에 나오는 침잠의 방이라는 소재가 인상적이었다면 이 영화에서 사용되는 토옥과 같은 숨겨진 공간의 쓰임도 확인해보면 좋겠다. 

'아기 강탈자들의 침공'은 SF와 호러가 접목되었으면서 초반에 만난 단편들 중 가장 가독성이 좋았다. 환상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한 단편들이 많았기 때문에 어떤 단편들은 불안정한 화자의 심리 상태를 그대로 반영해 이해하기 어렵거나 주어진 것들이 진실일까 의심하게 되는 면들이 섞여 있었다. 19편의 단편들 중 '아기 강탈자들의 침공'은 외계 존재들의 공격성이 드러나는 기괴하고 섬뜩한 장면들과 혼란스러운 대치를 속도감있게 전개하면서도 생생하게 표현해 '라시렌'과 함께 영상으로 만들어진다면 어떨까 가장 많이 기대해 본 작품이었다. 

앞서 언급한 '라시렌'은 " 물속에 혼자 있는 여자를 믿으면 안 돼. 130" 같은 경고를 통해 우리에게도 익숙한 물귀신 같은 공포적 대상을 연상시키기도 하고, 인어라는 환상적 존재의 원형-디즈니가 꾸며낸 빨간머리의 공주가 아닌 사람을 꾀어내 홀리는 괴물, 사악한 존재-을 떠올리게 만들기도 한다. 환상적인 면모를 가진 이야기여서 이 기묘한 존재와 "하나를 주지 않으면 셋 다 가져간다(131)"는 경고이자 선언의 반복은 무섭다기 보다는 마치 동화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단편 '건방진 눈빛'의 제목은 조던 필 감독의 영화 '놉'에서 주인공 OJ가 광고 촬영장에서 주의사항을 전달할 때 보이던 태도를 연상시키는 면이 있었다. 백인 앞에서 흑인의 시선이 부적절해 보이지 않도록 눈을 내리떠야 한다는 인종차별을 역으로 흑인 경찰의 왜곡된 시선에서 보이는 환각처럼 활용하고 있다. 이 밖에도 여러 단편들 안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된 '마법(33 / 57 / 371 /476)'은 조던 필 감독의 '놉'에서 '나쁜 기적'으로 표현되는 불길하고 불온한 사건, 증표를 뜻하는 듯 했다. 마법을 주로 긍정적인 느낌으로 연상하게 되는 편이라 부정하고 불온한 것으로 쓰이는 차이가 독특하게 여겨졌다. 

" 존중하지 않을 나라에서 존중을 얻기 위해 그가 바친 희생을 알기 때문이었다. 세계 대전에서 싸움으로써 노블과 흑인들은 자신을 증오하는 세상에 애정을 구걸했다. 그러니 어쩌면 흑인 칸에서 그가 받는 시선과 묵례는 존경이나 경의가 아니라 동정일지도 몰랐다. 428" 

이 블랙 호러라는 장르는 조던 필의 영화가 신선한 방식으로 충격과 공포를 전달해주었던 것처럼 확연한 개성과 함께 또렷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최근 개봉을 앞둔 한 영화 안에서 동양인 캐릭터를 전형적인 인종차별적 요소를 담아 이용한 것을 두고 이들이 저지르는 혐오에 우리가 얼마나 관대하고 감수성과 인지가 부족한지 지적하는 경각의 목소리도 나왔다. 흑인들의 대응이 과하다고 말하는-그러나 양쪽 모두에서 혐오와 차별을 당하는- 아시안의 입장에서도 우리가 인정과 호의를 구걸하고 있지는 않은가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 19편의 단편들은 저마다 불쾌함을 가지고 있다. 왜 불쾌함을 주는가 생각해보면 그 안에 자리한 폭력성, 혐오가 그늘 속에서 우리의 눈과 마주칠 때 본능적으로 드는 거부감의 영향인 듯 하다. 사람을 인격적 존재가 아닌 사물이나 가축처럼 다룰 때, 더이상 사람의 마음이 남아있지 않은 행동을 보이는 대상이 위장을 하고 있을 때. 블랙 호러 장르는 그들이 당해온 차별의 비인간성을 고발하면서 동시에 인간성에 대한 메시지를 인상적으로 전달하고 강조하기 때문에 앞으로 더욱 기대가 된다. 단순히 파격적이고 잔인하기만 한 이미지로 점철된 공포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저 밖에서 비명 소리가'를 흥미롭게 읽는 동안 조던 필의 영화 또한 다시 해석해 볼 만한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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