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 시대의 귀환
테일 2026/02/22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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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만 시대의 귀환
- 박노자
- 19,800원 (10%↓
1,100) - 2026-02-20
: 3,660
이상하다. 미국의 패권이 쇠락해가고 있다는 말은 묘한 감상을 준다. 미국과 별 상관도 없는데 아주 어린시절부터 가져온 어떤 이미지, 크리스마스 라고 하면 90년대 미국 중산층 가정을 보여주는 <나홀로집에> 같은 영화가 떠오르거나 늘 지구의 재난과 멸망 위기에 펄럭이는 성조기와 함께 등장해 세상을 구하는 미국이 주인공인 영화를 보며 자라와서 그런지도 모른다. 아메리칸 드림이 사라진 지금, 미국의 패권 말기는 어떤 의미와 현상을 가져올 것인가 <야만 시대의 귀환>과 함께 알아보고 싶었다.
올림픽과 산불 같은 소식들도 있지만 미국의 상호관세 10퍼센트 부과 소식이 뉴스의 시작이었다. 미국의 행보 하나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는 만큼 이것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이전에 합의했던 상호관세와 투자 협상은 어떻게 될 것인지 긴 시간 다양한 방식으로 보도가 이어졌다. 트럼프의 영향 아래 예측불가능한 국제 정세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라고 썼다가 자고 일어나니 관세를 15퍼센트로 조정했다는 뉴스가 속보로 올라와 있었다. 이쯤되니 우리가 무언가를 예측하고 대비한다는 것에 의미가 있을까 싶어진다.
차례를 살피며 2장의 미국은 왜 그럴까와 3장 트럼프는 왜 이럴까를 가장 궁금하게 여겼는데 '팍스 아메리카나의 몰락'과 함께 패권의 중심이 중국으로 넘어갔음/넘어가고 있음을 말하고 있어 위기감이 들었다. 아무래도 중국은 아직, 이라는 방심 혹은 방어적 생각과 약간의 경시가 내면에 잔존해있었기 때문이리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국의 몇몇 중심이 되는 도시의 놀라운 발전과 갖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흡수한 기술과 정보가 세계 최상의 수준이라는 사실이 경고처럼 전달되었다. 결국은 그 마저도 자원이 될 넓은 땅의 개발되지 않은 지역들을 꼬집으며 현실을 부정하려 해도 그 둘은 엄연한 진실이었다.
" 높은 충성도를 전제로 하고 강력한 집단성을 특징으로 하는 그룹들의 경우에는, 일단 믿는 이에게 그 삶을 아주 간편하게 만듭니다. 세상만사를 설명할 수 있다 싶은, 만능의 설명틀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바깥세계가 타자시되고 이질시되는 만큼, '우리끼리'는 더 강력하게 따듯한 정을 나눌 수 있죠. 내부자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정 말입니다. 188"
이 위기에서 미국의 선택은 또다시 트럼프였는데 이를통해 대중들이 무엇에 자신을 동일시하려하고, 현실의 이해관계를 파악하는데 어떤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지, 두려움과 무지가 어떤 맹목을 낳는지 짐작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비단 미국 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몇 차례의 선거와 집회, 심판과 분열로 드러나고 있다. 미국이 쥐고 있던 패권에 소요되던 부담을 전가하기 시작한 지금, 세계 패권의 중심이 이동하고 있는 때 이에 영리하게 대처할 수 있는 대비가 필요한데 4년 뒤에 또 어떤 선택을 할지 확신할 수 없다는 것도 치명적이다.
" 1990년대식 자유주의를 뒷받침하는 두 다리는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였습니다. 한데 노동 인구의 다수를 경향적으로 빈민화시키는 신자유주의는 결국 노동자들의 상당수를 신자유주의 체제를 수용한 좌파로부터 떼어내 민족주의적 우파의 지지자로 만들었습니다. 285"
지구촌과 세계화의 슬로건 아래 성장해 온 세대들에게 현재의 변화는 당혹스럽다. 세상이 더 확장된 평화의 그늘 아래 무한한 발전의 풍요를 얻으리라 여겼지만 오히려 불안과 긴장이 극대화되고 발전은 격차와 갈등으로 변모하여 위협이 되었다. 과도한 경쟁과 계층 사이의 간극을 일반적인 수단으로는 극복할 수 없다는 좌절이 내부의 분노로 번지지 않게 하기 위해 다름을 이용한다. 보호주의와 고립주의, 인종주의적 이민 반대 등의 우파 레퍼토리를 이용해 우월심리를 자극해 심어진 극우 사상은 기득권과의 갈등을 교묘히 빗겨나가 대중들을 입맛에 맞게 결속시키는 수단이 된다.
'야만 시대의 귀환'은 미국을 읽는 동시에 우리나라의 현 주소를 고민하도록 만든다. 세상은 약간의 속도 차이만 있을 뿐 비슷한 흐름으로 변화하고 있다. 한국이 특히 빠른 속도로 위기에 접근했던 고령화와 인구 감소라는 치명적인 약점(186)을 딛고, 이 혼란속에서 우리가 패권의 변동이라는 미중 사이의 힘 겨루기에도 균형을 유지하여 이 '생존 문제'에 대처해 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며 읽었다. 쉽지 않은 문제이지만 어렵지 않게 풀어내어 좋았다. 솔직하자면 개인적으론 지금으로 이른 배경을 채우는데 더 도움이 되었지만 누군가는 이를 통해 앞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세상을 읽기에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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