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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님의 서재
  • 한국문학 2026.상반기
  • 한국문학사 편집부
  • 9,000원 (10%500)
  • 2026-01-02
  • : 180


 
차가운 상실의 고백으로 시작하는 26년 상반기 한국문학을 읽는 동안 때때로 많은 눈이 내렸고, 얼마간은 깊이 추웠다가 날이 좀 풀리는 듯한 날에는 젖은 거리에 뿌연 입김이 서린 듯 흐렸다. 안미옥 작가의 [겨울의 일들] 그 자체와 다름없었다. 여행을 떠난 친구의 이야기를 읽다가 반대로 여름에 떠난 사람의 일을 떠올렸다. 나는 먼 발치서 가끔씩만 그를 보았고, 그 사람은 나를 알지 못한다. 사실 모르는 사람이나 다름없던 그 사람의 일은, 건너건너 전해들은 소식으로 남아 이렇게 이따금씩 떠올리게 된다. 그 소식을 몰랐다면 나 역시 여전히 그가 어딘가에서 그답게 있을 것이라 여기며 잊었을까. 그래 어쩌면 잊었을지도. 

" 아이에게 종종 말한다. 이제 몇 년 더 지나면, 엄마나 아빠보다 친구가 더 소중해지는 때가 온대. 친구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지는 때가 온다고 해. 그때도 종종 엄마에게 친구랑 있었던 일들, 즐거웠던 일들, 슬펐던 일들 이야기해주면 좋겠어. 혼자만 생각하지 말고, 언제든 마음을 나눠주면 좋겠어. 20" 

그 애는 아직은 모를 미래이지만 그 시간동안 어른이 된 나 역시 그랬었다. 내가 생각하고, 좋아하고, 싫어하고, 비밀로 남겨두고 싶은 일들을 친구와 나누던 때가. 그 다음, 그 다음은 누군가를 사랑했었다. 그리고 요즘은 이상하게도 자신으로 돌아왔다. 갈수록 자신을 파고드는 것이 가장 어렵고 또 중요하게 생각된다. 나를 다 사랑하고 난 다음도 있는 것일까? 언젠가 또 이 다음을 알게되는 날이 오겠지, 그럼 그때는 그런 내 마음을 엄마에게 나눠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어지는 신작 소설 조경란 작가의 [절차]에서도 떠난 누군가의 흔적을 더듬어보는 과정이 계속되었다. 있는 사람들의 존재는 희미한데 없는 사람들로만 둘러싸인 기분이 들었다. 겨울이란 계절이 그런 것일까. 차갑고 서투른 멜랑콜리를 눈처럼 녹여 삼키며 누군가를 알게 된다는 것이, 나를 사랑하고 난 다음이 되는걸까 생각했다. 내가 밖으로 나설 때 '갈게요'하고 남긴 인사 뒤에서 엄마도 뭔가를 헤아리며 계속 기다리고 있는걸까. 어쩌면 아닐지도 모르고. 다만 엄마의 기다림이 "몇 시간 아니고 한 시간(75)"처럼 느껴지길 바란다.  

상실이 없는 이야기는 시작되지 않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 묵은 공기를 환기시키듯 현실에서 한국문학과 웹툰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상반기에는 긴 겨울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첫 절기인 입춘처럼 피어나는 문화에 대한 시선도 있었다. 해외에서 한국문학의 수요가 크게 성장했다는 결과값은 매번 더 크게 되풀이되는 '책을 읽는 사람이 없다'는 위기론에 대한 답이 될 수 있을까. 솔직하자면 소설의 웹툰화, 웹툰의 영상화가 그리 달갑지만은 않지만 이미 어느 정도의 성공이 검증된 작품을 재생산하여 수익을 창출하고자 하는 시장의 움직임에는 그만한 바탕층이 있을 것이다. 

2026 한국문학 상반기호를 읽기 전에 가장 기대가 됐던 것이 '비평의 눈'이었다. 마침 천선란 작가의 [아무도 오지 않는 곳에서]를 읽고 있던 때였다. 막상 읽고보니 이미 읽은 책보다 아직 못 읽어 본 [멜론은 어쩌다]의 제목들이 자꾸만 더 눈에 띄었다. '어느 부치의 섹스 로봇 사용기'같은 제목이 주는 키치한 호기심을 어떤 독자가 거부할 수 있겠나 싶었다. " 아밀은 파국 이후가 아니라 이미 조금 달라져 있는 세계에서 이야기를 시작 (235)"하고 " 천선란의 세계는 이미 되돌리거나 회복될 수 없고 (235)"다는 구분처럼 천선란 작가의 세계보다 더 현실에 발을 담그고 있다는 점도 흥미를 더하는 요소가 될 만 했다. 

이제 막 첫번째 달을 지나보냈을 뿐인데, 상반기를 끝내버린 기분이 든다. 매번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난다고 불평하면서도, 아직 한참 멀리 있는 것 같은 여름을 상상하게 만드는 면이 있다. 어쩌면 다음엔 한국문학의 위기라 끌어올려지는 남작가 기근 현상, 남작가로서 작품활동을 할 때 거쳐야 하는 자기 검열에 대한 분석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 않더라도 충분히 다음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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