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테일님의 서재
  • 안경을 쓴 가을
  • 이윤희
  • 15,300원 (10%850)
  • 2025-10-17
  • : 2,320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가을아. 너 말할 줄 아는 거 다 알아." (33)" 

'안경을 쓴 가을'은 묘하다. 그 안에서 동물들은 자연스럽게 말을 하고, 빵을 굽고, 티타임을 가지며, 마치 사람처럼 거리를 산책한다. 그리고 집을 떠나는 형을 대신해 안경을 쓰고 형인 척하는 강아지 '가을'이가 있다. 귀여운 상상의 세계가 재밌으면서도 대체 어떻게 된 세상일까 어리둥절해진다. 

동물들은 거리에서 소리 지르고 사람들에게 시비를 거는 할아버지가 드물게 찾아오는 가족들에게만은 다정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을 안다. 거리에서 만난 고양이에게 소시지를 나눠주는 연인이 때로 다툰다는 것을 안다. 가족들은 안경을 쓰고 옷을 입은 강아지 가을이가 형인 척하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생일 축하를 하고 함께 시장을 가지만, 학교 친구들도 아무도 가을이와 형이 바뀐 것을 모르지만, 오직 동물들만이 가을이 강아지임을 알아본다. 

사람들에게 있는 여러 모습을, 오히려 사람들은 몰라주지만 동물들은 지켜보고 있다. 가족과 친구들은 모르는 사실을 지나치는 동물들과 우연히 만나게 된 타인들은 눈치챈다. 형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형인 척하는 가을이를 알아본 고양이, 겨울이가 누나를 따라 집으로 들어온다. 가을이는 자신의 정체를 아는 겨울이가 불편하고 겨울이는 사람 행세를 하는 가을이가 수상하다.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무감하고, 가을이와 겨울이의 관계에서 아슬아슬한 긴장감이 보인다. 

같은 학교 여자아이가 귀엽다고 했던 소설 속 주인공처럼 되어보고 싶었던 형은 집을 떠나 놀이공원, 박물관, 뮤직바, 바닷가를 헤맨다. 길에 버려진 강아지가 새로운 가족을 찾고, 길 위의 고양이들이 함께 모여 살아가는 환상적인 세상답게 형의 여정도 무사히 흘러간다. 중학교 2학년인 형의 짧은 외출은 '집 떠나면 고생이라(186)'는 교훈과 함께 마침표를 찍는다. 형이 왜 집을 떠났을까 하는데에는 중학교 2학년이라는 시기도 포함되어 있지 않았을까.  

가까이, 내부에 있을 때는 알 수 없었던 것들을 떨어져, 외부로 떠나고 나서야 느낄 수 있다는 거리감과 바라보기, 바로보기를 느낄 수 있다. 긴 산책을 마치고 돌아온 형이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처럼, 겨울이가 산책을 통해 보는 다른 사람들과 동물들의 다양한 모습처럼, 산책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낙엽 가득한 가을을 배경으로 다가올 겨울까지 계절을 한껏 느끼며 읽을 수 있는 책이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