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테일님의 서재
  • 쓰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 도야마 시게히코
  • 16,020원 (10%890)
  • 2025-09-24
  • : 1,725

 
 " 소소한 나의 일상의 기록이 누군가에게 전해지고 작은 감동을 선사하게 된다면 그 과정에서 숨어있던 나의 빛나는 가치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 

 이 단호하고 분명한 문체를 어디서 본듯하다고 생각했는데, 얼마 전 읽은 [나는 누워서 생각하기로 했다]의 저자였다. 저자의 글쓰기에 대해 인정을 하고야 마는 것이, 전부터 제목 하나로 독자를 사로잡는 능력이 대단하다. 일단 이 제목들에 두번이나 홀려 책 앞에 앉게 된 독자가 여기 있다. 

 책은 '자기 역사'라는 키워드로 시작하는데, 글쓰기가 아니더라도 요즘은 누구나 자신에 대해 기록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자기 역사'를 만들어나가고 있는 것 아닌가 싶었다. '자기 역사'를 만드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면 더 잘 유지해나갈 수 있도록 자신이 관심있고 재능을 살린 콘텐츠를 이용하면 됐지 그게 꼭 글일 필요는 없는데, SNS를 하거나 브이로그를 찍는 것도 자기 역사를 기록하는 새로운 방식일테다. 다만 글이라는 틀을 가져왔을때 더 좋은점들이 있겠지만 말이다.  

 그러다 '글로 지은 마음의 집(23)'에서 바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초등학교 졸업 문집 주제로 지금 가장 갖고 싶은 것이 나왔는데 90%가 돈과 집을 꼽았다는 것을 보자, 요즘 장래희망을 물어보면 대부분 연예인이나 유튜버, 운동선수를 꼽는다는 통계가 생각났다. 가장 흔히 접하고 많은 인기와 수입으로 화려한 생활을 할 것 같은 분야의 사람들을 롤모델로 꼽은 것이다. 전처럼 대통령, 의사, 과학자 일색인 답변이 더 낫다는 것은 아니지만 어딘가 생활과 사유가 필요해보였다. 그게 쓰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것은 아닐까 싶어 자세도 고쳐보기로 했다. 

 소개되는 글들마다 작가의 다양한 개성이 드러나는데 짧기까지 해서 읽는 재미가 있었다. 처음 책을 읽다 '써야 한다'는 압박이 느껴지는 빈 공간을 보고 당황했었는데, 어느새 압박조차 잊고 술술 다음 장으로 읽어나가게 되는 것을 보니 처음부터 끝까지 지나치게 길게 쓰지 말라는 말을 강조-읽을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17), 간결함의 미학(125), 하물며 자기 이야기를(178)-하는데에는 다 이런 이유가 있구나 싶었다. 

 저자의 연배를 고려했을때 고루한 면이 없지는 않지만 시선이 날카로움을 유지하고 있어 균형이 맞았다. " 부고는 적은 분량 안에 한 사람의 인생을 축약해 보여준다. 이런 말은 하면 안 되지만 그래서 재미있다.(188)" 어떤 부분은 날카롭다 못해 차갑다. 오직 글에만 빠져있는 저자의 외골수적인 면모가 잘 드러나는 듯 하다. 쓰는 사람의 이런 시선을 책에서 소개된 요시카와 에이지의 글에서도 비슷하게 느꼈는데 그의 다섯살, 열한살 시절을 서술한 내용(180)들은 놀랍도록 성숙하고 자극적으로 전개된다. 

 쓰기를 위한 읽기에 대한 조언도 인상적이었다. " 잘 쓰고 싶다는 생각으로 읽어야 한다.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잘 쓰기 위해 읽는다는 것은 쓸 것을 생각하며 읽는다는 뜻이다. 보통은 그렇게 읽지 않는다. 61" 그동안 최대한 열심히 꾸준히 읽어나가려고 나름 노력해야왔는데 잠깐 멈춰서 어떤 마음으로 읽어야할지, 독서에도 방향이 있어 독자 스스로 그 키를 잡아 방향을 찾아야 함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기도 했다. 

 처음엔 책에 있는 주제와 빈 칸이 압박이 되어 부담스럽게 느껴졌었다. 책을 읽고 기록을 하기는 하지만 자신의 것을 직접 쓰는 행위에는 준비가 덜 되어 있었다. 천천히 책을 읽는 동안 만나게 된 짧은 '자기 역사'들을 보면서 재미와 흥미를 느끼게 되고, 처음 책의 빈 공간을 볼 때 느꼈던 부담이 점차 나도 해보고 싶다는 자극으로 달라졌다. 쓰기에 관심이 있고, 자신의 글을 쓰는 훈련하고 싶은 사람에게 필요한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책이었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