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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님의 서재
  • 아인슈타인의 꿈
  • 앨런 라이트맨
  • 15,120원 (10%840)
  • 2025-04-24
  • : 4,165

가끔 이런 질문을 받거나 생각을 하게 된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돌아갈 것인가 아닌가. 거창하지 않아도 학생일 때는 시험 한 달 전으로 돌아가면 시험 준비 열심히 했을텐데, 이런 생각을 하곤 했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질문을 받게 되면 돌아갈 것인가 말 것인가를 생각하기 전에 만약 돌아간다면 지금 현재의 나는 어떻게 되는지 먼저 궁금해진다. 현재의 내가 과거로 돌아간다면 현재의 시간은 다시 같은 시점이 될 때까지 멈추는 것일까? 함께 필름이 되감기는 것처럼 다시 돌아가게 되나? 아니면 나이지만 내가 아닌 내가 계속해서 살아가게 되는 걸까? 그렇다면 과거로 돌아가서 다시 산다는 것에 의미가 있을까? '아인슈타인의 꿈'은 그런 질문들을 품고 있던 독자에게 더욱 흥미롭게 다가온다.  

읽는데 오래 걸리지 않는데, 오래 걸리는 책이었다. 책을 한번에 읽어나가지 않으면 흐름에서 벗어나게 된다. 읽다 멈춘 시점에서 다시 시작이 아닌 처음에서 끝까지로 되돌아가야 시간들 속에서 연속되는 길을 찾게 된다. 책 안에는 시간에 대한 모든 것들이 들어있다. 각각의 이야기이지만 모두가 한가지를 말하고 있다. 몇가지 이야기들은 재밌고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어렵다. 4월 26일의 '지구의 중심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시간이 더디 흘러간다는 사실(37)'과 '중력이 강한 곳에서는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171)'는 반대로 되어 있어 처음에 잘못 이해했나 싶어 몇번을 다시 읽었다. 6월 2일(99)의 이야기는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간다'가 떠올랐다. 문득 책 안의 날짜들을 보다가 실제로 일치하는 시간들일까 궁금해 달력을 찾아보니 맞았다. 시간의 어딘가에 이 날들이 멈춰있을 것만 같다. 

인상적인 내용들이 많았지만 " 사람들이 영원히 산다고 생각해 보자. 이상하게도 도시마다 사람들은 두 가지 종족으로 갈라진다. 나중족과 지금족이다. 중략 나중족은 어느 가게에서든 어느 길거리에서든 알아볼 수 있다. 헐렁한 옷차림으로 느릿느릿 걸어 다니는 사람들이다. p111" 목이 늘어난 오래된 반팔을 입고 이 문장을 읽었을 때의 당황스러움이란. 최근 알게 된 사람 중에 정말 삶을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지금족이라 할 수 있겠다. 생각과 행동 사이에 거의 공백이 없게 살아가는 모습을 정말 아주 조금, 나에게 보여주었는데 경탄하는 한 편 나중족인 나에게는 상대방에게 전부를 보여주어도 내가 받은 흥미와 인상을 대갚아줄 수 없을 것 같단 생각을 했다. 그저 이런 책을 읽고 있었는데 당신 생각이 났다,고 할 수 밖에. 이 책을 추천해줘야지. 

시간에 대한 이론에 흥미가 있는 인문계열 성향의 독자라면 굉장히 매력적으로 읽을만하다. 공식을 상상으로 풀어준 것 같고, 글을 그림으로 그려준 것 같다. 수학과 음악을 잇는 피타고라스의 음계처럼 '아인슈타인의 꿈'에도 과학과 문학 사이의 놀라운 변환이 담겨있다. 다시 돌아가 나는 왜 시간을 이해하고 싶을까 생각해본다. 무상과 공 사이에서 의미를 찾아보고 싶었다. 길게 늘어진 시간들의 끈에서 틀림없이 존재하는 순간을 느껴보고 싶었다. 2025년 4월 28일 저녁 책 한 권과 한 사람이 순간에 머물러 있다. 이 순간은 곧 '아인슈타인의 꿈'을 읽을, 읽은 사람들에게 각기 다른 시간에 2025년 4월 28일의 저녁 한 순간으로 고정된다. 이 순간은 계속해서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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