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테일님의 서재
  • 호랑골동품점
  • 범유진
  • 15,120원 (10%840)
  • 2025-04-15
  • : 2,140

 재밌겠다! 읽기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 든 생각이다. 그리고 누가 드라마나 영화로 안 만들어주려나 하는 바람이 딸려왔다. 가급적이면 드라마로. 넷플릭*가 이 책 읽어봤으면 좋겠다. 영화로는 이래저래 덜어내는 분량이 생길 것 같아 아까우니까. 옴니버스 구성이라 얼마 전에 봤던 일본 영화 '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이 떠올랐다. 유치할 것이라 예상하고 갔다가 생각보다 몰입도 잘되고 재밌게 봤던 기억이 있다. '호랑골동품점'은 그보다 더 쌉싸름한 매력을 가지고 있어 영상화 된다면 더 다양한 연령층에게 두루 사랑받을 수 있을 것 같다. 50만이라는 흥행을 거둔 '퇴마록'을 떠올려보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도 좋겠다. 

 생각해보니 사람과 사람이 아닌 것들이 얽힌 기묘한 이야기를 엮은 것들이 좀 된다. 전천당이나 퇴마록도 얘기했지만 좀 더 비슷한 분위기로는 백귀야행(이마 이치코)이나 펫숍 오브 호러스(아키노 마츠리)같은 만화책이 떠오른다. 둘 다 재밌게 본 기억이 나는 걸 보니 처음 '호랑골동품점'을 보고 한눈에 마음에 들어했던 것이 이해된다. 이런 내용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호랑골동품점'이 조금 더 괴담 분위기라 무섭다.  

 처음 책을 꺼내든 건 밤이었는데 신나게 책을 읽다가 금방 멈추고 앞으로는 낮에만 읽기로 마음 먹었다. 재밌어서 다음장으로 넘어가는 속도가 느리지 않은데도 읽다가 멈추게 되는 바람에 읽는데 조금 오래 걸렸다. 무서웠다. 특히 '3. 1977년, 체신1호 벽괘형 공중전화기'. 그 전에도 뭐가 보이고 들리는 내용이 나와서 낮에 읽어야겠다, 했는데 이때부터는 핸드폰 전화오는 것도 신경쓰일 것 같아서 낮에 사람 많은 카페같은 곳에 가서 읽어야겠다고 마음을 바꿨다. 요즘은 다들 핸드폰 써서 공중전화 찾아보기 어렵긴하지만 길을 가다 공중전화를 보면 괜히 무서울 것 같다. 

 무섭긴한데 마냥 무섭기만한 내용은 아니었다. 자극에 중점을 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에 무게를 두었다. 그래서 읽다보면 씁쓸한 하지만 아리고 그리운 맛이 남는다. 책을 읽다가 어느날은 그리운 사람이 그리워 앓았다. 속에 묻어두었던 세 번 부르고 싶은 이름을 떠올려본다. 묻고 싶은 것은 없어도 듣고 싶은 목소리는 있어서. 거울을 유심히 들여다보다가 눈썹 대신 머리카락에라도 흰머리가 섞여있나 한 번 훑어보고는 오래된 것들을 사랑하지 말아야지, 지금이 아닌 것들은 꺼내보지 말아야지 한다. 어쩔 수 없는 부재를 그러려니 하고 살다가도 가끔은 사무친다. 그런 것들이 '호랑골동품점'에 있었다. 

 책의 맨 마지막 작가의 말에 치앙마이의 골동품점에서 언젠가 골동품점을 배경으로 글을 쓰고 싶단 생각을 했다고 한다. 낡은 것들을 보며 값이 아니라 이야기를 짐작하는 사람이 작가가 될 수 있구나 싶었다. 주변을 둘러싼 물건들을 새삼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게 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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