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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님의 서재
  • 호떡과 초콜릿, 경성에 오다
  • 박현수
  • 18,000원 (10%1,000)
  • 2025-03-26
  • : 2,950

 저자는 '식민지 시대와 디저트라는 조합이 어색할지도 모른p5'다며 걱정했지만, 고종 황제가 즐겨 먹은 간식이라는 컨셉으로 카페들이 종종 있을만큼 생각보다 그 시대에 우리나라에 서양문물이 넘어와 향유되었음은 잘 알려져 어색하지 않다. 책에서 다루는 디저트들은 지금도 즐겨먹는 것들이라 각 장에 맞는 간식을 준비해두고 책을 함께 읽어나가도 재미있는 시간이 될 것 같다. 

 " 두 소설을 고려하면 커피를 마실 때 설탕을 넣는 것이 일반적이었음도 알 수 있다. 지금 커피에 설탕을 타서 마시면 커피 맛을 모른다고 눈치를 주겠지만 당시에는 오히려 세련된 입맛을 자랑하는 것이었다. 정제당이 생산되기 시작하고 본격적으로 유입, 확산되었을때, 하얀 빛깔의 설탕은 문명을 상징했기 때문이다. p19"  아메리카노에 시럽 넣는 것은, 아니다. 아무튼 아니다. 아메리카노는 소화제이자 뒷맛없는 간식이고 다음날 쓸 체력을 미리 끌어다 쓸 수 있는 현대인의 필수품인데, 거기에 단맛을 넣으면 먹은 것을 싸악 내려주지도 못하고 들쩍지근한 뒷맛이 남으며 쌉싸름히 퍼지는 각성효과가 반감되는 느낌적인 느낌이다. 하지만 라떼는 달아도 된다. 재밌는 점은 앵무새설탕이니 머스코바도니 하는 설탕들이 요즘도 세련된 취향을 보여주는 기호로 남아있다는 것이다. 

 " 유진오도 1938년 6월 잡지 <조광>에 발표한 "현대적 다방이란?"이라는 글에서 다방을 둘로 나누어 설명한다. 하나는 '커피를 파는 끽다점'이고, 다른 하나는 '커피를 마시는 기분을 파는 끽다점'이라는 것이다. p54" 의도와는 다르겠지만 바로 저 '커피를 마시는 기분을 판다'는 것이 한동안 커피업계의 핵심으로 작용했다. 커피 맛이 일정 수준 이상 보편화되고 사람들이 카페를 찾는 기준은 가게의 분위기와 편의성에 더 중점이 되어 있었다. 요즘은 '맛있는 커피를 파는'에도 관심이 나뉘어졌는데, 에스프레소 바는 커피 자체의 맛을 즐기기 위한 공간으로 등장했다가 유행을 타면서 '맛있는 커피를 마시는 기분을 파는' 곳으로 변화하는 듯하다. 

 이상과 메론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나온 센비키야라는 가게가 지금도 도쿄 긴자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고 소개(116)된 것을 보니 가보고 싶어졌다. 마지막 순간에도 센비키야의 메론이 먹고싶다 할 정도의 상징성이 느껴질까. 메론의 이야기는 우리나라의 참외로까지 이어지는데, 한국산 참외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 80퍼센트 이상이 일본에서 수입한 개량종 긴센 마쿠와우리를 은천참외라는 이름으로 생산, 개량해나간 것이었다는 건 책을 읽으며 알게 되었다.(127) 긴센 마쿠와우리가 은천참외가 되었다가 차매라는 이름으로, 코리안멜론으로 다시 외국에 알려지게 되는 과정을 보면 싫든좋든 서로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고 있음이 느껴진다. 요즘 이 메론과 비슷한 위치의 과일이라면 망고 정도가 아닐까 싶다. 

 간식으로 소개된 만주와 호떡은 묘한 대비를 보인다. 둘다 당시 5전하는 값싼 간식거리인데 이미지는 서로 다르다. 만주는 고학생들이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파는 것, 호떡은 중국인들이 비위생적으로 만들어 좋지 않은 간식거리란 인식이다. 위생이야 지금까지도 유명한 이문설렁탕에 대한 설명만 보아도 서민들 간식거리가 다 비슷했을 텐데, 호떡의 이미지가 유달리 안좋은 것은 일본이 중국에 대한 인상을 부정적으로 만들려는 시도에서 영향은 받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호떡이 더 잘 팔렸다고 하니, 개인적으로도 호떡이 더 친숙하고 좋은 것으로 보아 한국인의 입맛에 더 잘 맞나보다.  

 라무네는 병이 특이해 처음 마셔보기 전까지는 꽤 궁금해했던 것 같은데 막상 마셨을 때는 개봉하기 묘하게 불편했다는 것 외에 다른 인상이 남지 았았었다. 사이다에게 자연스럽게 자리를 내어주게 된 이유도 비슷하지 않을까. 초콜릿에 대해서는 연인들의 디저트라는 이미지에 대해 재밌게 읽었지만, 하필이면 일본과 이야기가 얽혀 있어 모 기업이 일본과 우리나라에서 비슷한 제품을 판매하면서 우리나라의 제품만 적은 양, 저품질의 성분을 사용하고 그 이유로 '한국인의 입맛엔 저렴한 식물성 유지가 더 잘 어울린다'는 답을 내놓았던 사건만 떠올라 씁쓸하기만 했다. 이어지는 계절 디저트들 고구마와 빙수의 소개는 무난히 읽었다. 일본식 빙수에 대한 인상은 사이다에게 자리를 빼앗긴 라무네와 비슷한데 간 얼음에 시럽을 뿌려 색은 예쁘지만 다양한 토핑의 빙수들에 익숙해진 입맛에는 실망스러운 맛이었던 기억이 있다. 

 모든 디저트들이 아직까지 흔히 접할 수 있는 것들로 친숙하면서도 새롭게 읽는 재미가 있었다. 처음엔 공부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점점 옛 한글 표기법들도 눈에 익숙해지고 요즘의 디저트 문화와 비교하면서 다양한 생각을 하며 읽을 수 있었다. 여러 자료를 찾아 가능한 많은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애를 썼음이 느껴진다. 일부 사진 자료들이 컬러로 실렸다면 더 좋았을 것 같은 아쉬움이 남는데, 역사박물관이나 군산, 인천 등의 관광지 방문을 즐겨하는 취향의 독자라면 책을 꽤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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