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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님의 서재
  • 한국문학 2025.상반기
  • 한국문학사 편집부
  • 9,000원 (10%500)
  • 2025-01-02
  • : 160


 아무래도 노벨문학상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고 담겨 있으리라 예상은 했지만 트라우마, 먼 이국의 궁중파티(p10)같은 표현은 얼떨떨했다. 정말 큰 성과이고 기쁨이긴 한데 이 정도로 생각했다고? 싶었다. 타인의 성과를 등에 업고 쿨한 척 하려는 건 아니지만 우린 이제 수상작을 원서로 읽는 사람들이니 좀 더 칠(chill)해져도 되잖아요. 약간 미심쩍은 눈으로 읽어나가다 특집으로 실린 좌담에서 인상적인 사진(p174)을 발견하고 웃음과 함께 마음이 좀 풀어져나갔다.


 문예지를 읽으면 즐거운 것이 다양한 글을 접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맛있는 한 그릇도 만족스럽지만 아무래도 뷔페를 가서 이것저것 먹어보는 재미 또한 크지 않겠나. 평소 내가 선택하지 못할 법한 주제, 작가, 분야에 대한 글들을 보고 있자면 이전에 해본 적 없던 생각들을 떠올리게 된다. 사실 나는 '김미옥 현상'이라는 말을 처음 봤는데 해당 SNS를 안해서인지 책을 잘 읽지 않아서인지 모르겠다. 다만 좌담이 굉장히 수다스럽게 이어져서 즐겁게 읽었다. 전에 이 느낌을 어디서 받은 적 있는데 싶더니만 조교할 때 교수실에서 안듣는 척 듣던 교수님들 대화 같았다. 


 백가흠의 '술의 가을'은 1부터 5까지 읽는 동안 꽤 즐거웠다. 특히 좌익수를 보던 시절의 이야기는 읽는 것만으로도 입꼬리는 올라가도 눈꼬리는 미동조차 하지 않는 표정을 만들어냈다. 이런 것은 너무 생생해도 좋지 않다. 15번 꼭지까지 이어지는 글은 술의 가을인지 술이 술술인지 모르게 뒤로 갈수록 작가가 진짜 취했나 싶이 온통 새우에 술 마신 이야기가 이어져 웃기기도 하고, 아쉽기도 했다. 술을 마시다 자주 기억이 끊기면 뇌에 좋지 않다고 하니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애초에 음주에 직격인 간부터 전반적으로 건강에 좋지 않겠지만. 


 또 하나 재밌었던 꼭지는 '지금 우리 문화는'에서 한국 영화계의 현실을 다룬 내용이었다. 비슷한 말이지만 영화계에서 힘들다는 말은 너무 오랫동안 나와서 이제는 좀 힘들다고 하기 전에 왜 힘든지 개선하려는 변화를 보여야 하는 때가 아닌가 싶다. 논란있는 배우들 돌려쓰기, 감이 다 죽은 것 같은 시나리오, ott서비스 탓, 상영관 내부 청결, 업계 종사자도 영화관을 안가면서 도와달라 호소하는 행태들은 늘 말이 나오는데 개봉작들을 보면 절반은 이게 맞나 싶어진다. 관객들도 영화관 가서 영화보고 싶다. 그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를 만들면 사실 다들 간다.


 그런데 힘든건 영화산업만큼이나 출판도 마찬가지일테니 갑자기 함께 슬퍼진다. 그저 게으른 독자일 뿐이지만 저쪽에서 불이 났다길래 구경갔더니 우리집도 타고 있더라 같은 느낌이 든다. 영화는 대중문화이지만 독서는 그보다 더 파이가 적지 않은가. 요즘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문득 책을 읽는 사람을 보면 잠시 구경한다. 흔치 않은 풍경이 된 셈이다. 물론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로 서점에 줄을 서고 책이 동나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부족하다. 한줌단이 열배 백배는 더 늘어났으면 한다. 책을 읽읍시다랑 기적의 도서관 좀 다시 부활해주길. 


 평소 소설과 시 위주로 관심을 가지고 읽었다면 이번엔 다른 주제들이 더 인상깊게 남아 즐겁게 읽었다. 생각이 꼬리를 물어 내용이 좀 벗어나긴 했지만 그래서 더 좋은 내용들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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