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 시간동안 읽고 쓰지 않아 비밀번호를 열번쯤 틀리고나서야 들어왔다. 어차피 쓰는 것들은 이런 최악의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다 비슷비슷하기 마련인데 이것이다 라고 예상했던 것이 한 번 틀리고나면 그 뒤로는 언젠가 한번은 써봤던 것들을 차례로 시도하다 결국은 보안문자도 몇번 실수하고 몇 배의 고생을 하고는 간신히 출입을 허가받는다. 결국 내 머리에서 나온 것이 답이니 안도와 함께 허탈함이 찾아온다. '한 움큼의 외로운 영혼들'을 읽고나서도 비슷했다. 결국 다 읽긴 했구나 하는 안도와 함께 찾아오는 허탈함. 그보다는 아쉬움에 더 가까우려나.
책을 읽기 전에까지 책에 대한 기대가 좀 있었다. 하지만 책에 대한 기대는 목차를 보는 순간 사그라들었다. "2부 21세기, 집을 잃은 영웅들 남자: 유아인, 하정우, 언니네 이발관, 검정치마, 직역하면..." 피로감이 끼쳐왔다. 서문이 다시 한 번 눈에 들어온다. "서문 당신의 실망스러운 비평가" 깊은 피로감을 안고 책장을 넘기면서 읽어보기 전까지는 모를 일이라고 생각해봤는데, 정지돈에 대한 언급이 나오면서 결국 암담했다. 그 정지돈이 맞는지 찾아보다 결국 사건의 메일을 다시 복습하고야 말았는데 지질해져버린 이런 얘기를 왜 영웅이라 이름 붙여서 굳이 포장해놔야할까.
저자의 어린 시절을 담은 도입부처럼 어떤 부분들은 흥미로울 뻔 했다. 하지만 잠시 작은 요소로 흥미를 끈다고 해도 이내 관심은 흐트러지고 만다. 미드 '빅뱅이론'의 주인공들을 본다면 이런 느낌일까. 마니아들의 부산스러운 대화가 이리저리 이어지는 것을 지켜보는 페니의 시선을 간접적으로 체험해볼 수 있다. 꽤 기대를 하고 있었던 탓에 결이 맞지 않는다는 말을 쓰기까지 긴 시간이 걸렸다. 결국은 취향의 문제일수도 있다. 누군가는 공감을 하며 흥미롭게 읽을 수도 있겠지만 그게 나는 아니었고, 이렇게 아쉬운 소리를 늘어놓게 되어 유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