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읽은 책은 중동(Middle East) 지역에서의 영국의 패권(Hegemony)이 미국으로 완전히 넘어간 사건으로 알려진 수에즈 위기(the Suez Crisis)에 대한 책입니다.
몇년 전 헌책방에서 우연히 보고 구입한 이 책은 이집트의 수에즈 운하를 둘러싼 위기에 대한 당사국 중 하나인 당시 영국의 외무장관 출신 저자가 이 국제정치적 사건이 일어난 이후 약 20여년이 흐른 후, 당시 수에즈 위기를 둘러싸고 일어난 치열한 외교공방전을 실제 협상에 영국대표로 참가한 당사자로서 서술하고 있습니다.
이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개할 책은 다음과 같습니다.
Suez 1956 : A personal account, Selwyn Lloyd, ( Jonathan Cape, 1978)
제3자로서 국제정치나 영국정치 또는 중동문제 전문가들이 서술한 연구서와 다르게 실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상대표로 나섰던 저자가 협상 상대국들의 입장에 대한 자료와 실제 협상과정에서 있었던 대화 내용, 관련자들의 회고록등을 대조해서 영국 외교장관으로서 수에즈 위기에 대한 영국의 입장을 가감없이 나타냅니다.
냉전이 한창이던 1978년에 출간된 책으로 서구 (the west)의 입장에서 아랍민족주의 ( Arab Nationalism)을 앞세우며, 중동지역에서 석유와 관련된 서구의 이권을 위협하고, 그 핵심 교통로인 수에즈 운하를 이집트 귀속으로 국유화( nationalization)하려는 움직임을 간과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수에즈운하를 건설하고 통항을 관리하던 수에즈운하회사는 영국과 프랑스 합작법인으로 운하의 ˝국제적 성격(international character)˝을 유지해야하고 관련 당사국의 석유이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로 운하가 이집트 정주 통제하에 들어가는 것을 반대했습니다.
영국의 경우 대영제국시절부터 식민지 인도와의 교역을 위해 필요한 통로였고, 석유가 개발된 이후로는 중동의 석유를 들여오는 통로로 수에즈 운하는 그 전략적 중요성이 컸습니다.
제3세계의 일원으로 이집트의 왕정을 뒤엎고 이집트에 공화정을 실시한 독재자인 이집트 대통령 나세르(Nasser)는 영국의 지배를 받았던 제국주의 시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고, 제2차세계대전이후 힘을 잃어가는 영국에 대항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고 소련 등 공산주의 국가들의 군사적 지원을 받아 서구 자유주의 국가들의 심기를 건드리기도 했습니다.
저자는 2차세계대전에 참전해 독일의 히틀러와 싸운 경험이 있던 예비역으로서 나세르의 서구에 대한 도발이 1939년 히틀러가 서구유럽을 침공했을 당시와 다르지 않다고 보았습니다.
민주주의 국가 정치가으로서 전체주의 독재자인 군인출신 나세르 이집트 대통령의 독자노선과 이권침해를 견딜 수가 없었던 모양입니다.
미국은 제2차세계대전이후 초강대국으로서 영국과 프랑스의 입장을 지지했지만 이집트에 대한 군사적 공격을 지지하지 않았습니다.
군사적 공격음 최후의 수단 (the last resort) 라는데 동의했지만, 재선을 위한 대통령 선거를 앞둔 당시 미국대통령은 영국과 프랑스의 이집트 공격은 달가운 소식이 아니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이집트가 타도해야 할 적국으로 간주한 이스라엘이 프랑스와 연합하여 시나이반도를 공격해 왔습니다.
이스라엘 국가 자체가 주로 유럽에 살던 유태인들이 주가 되고 미국출신 유태인들이 합류해 세운 국가로 이스라엘 땅에 살던 팔레스타인인들을 강제로 내쫓고 나라를 세운 것이기 때문에 아랍국가에서는 유럽제국주의 국가들의 ‘위성국가‘로 볼 여지는 충분했습니다.
이렇게 이스라엘과 프랑스가 참전하자 영국도 해군력과 낙하산부대를 이집트에 투입했지만 미국의 압력으로 아스완댐과 수에즈에 주둔했던 영국군이 이집트를 떠나게 됩니다.
대선에 올인한 미국대통령 아이젠하워는 이집트에서 영국 프랑스의 전쟁을 인정하지 않았고,영국은 오랫동안 석유이권을 유지했던 중동에서 영향력이 결정적으로 약화된 계기가 된 것입니다.
거의 50년 전에 나온 약 70여년 전 ‘ 수에즈 위기‘ 이야기가 더 와닿는 이유는 최근 확산되고 있는 미국/ 이스라엘 대 이란전쟁때문에 더 그렇습니다.
아시아로 향하는 석유물동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이란이 봉쇄해서 석유값이 급등했는데, 이란이 지원하는 예멘의 후티반군이 수에즈운하의 길목인 홍해마저 봉쇄하려 하고 있고, 이란과 이스라엘 그리고 미국사이에 거의 무차별적인 공습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군인출신 극우 인종주의자인 이스라엘의 네탄야후 총리는 팔레스타인인들이 밀집한 가자지구를 무차별 공격해 사실상 인종학살(genocide)를 저질러 국제사회가 더이상 이스라엘을 히틀러에게 학살당한 역사를 가진 ‘ 피해자 국가‘로 보지 않습니다. 미국과 유럽에 사는 유태인들 중에는 이스라엘의 무차별적 가자지구 공격에 큰 충격을 받고, 이를 후원했던 유태인 억만장자들을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어찌 보면 지금 중동에서 일어나는 모든 불행이 70 여년 전에 어떤 모습이었는지 되짚어 볼 수 있는 책입니다.
서구가 제국주의를 통해 자원부국들을 착취해온 역사는 아직도 긴 그림자를 세계에 드리우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