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독립학자로 활동하시는 언어학자 로버트 파우저님이 2024년 출판한 세계각국 도시의 ‘역사적 건축물 보존’의 동기와 사례를 모은 책입니다.
저자께서는 이미 도시관련 책을 출판하신 적이 있는데, 책이름은 ’로버트 파우저의 도시탐구기(2019)‘이어 이번 책이 제가 읽은 두번책 도시관련서입니다.
책의 편집자 후기에서 언급하듯 이 책은 개정판이 ‘도시독법(2024)’ 이라는 이름으로 이 책과 동시에 출판되었습니다.
미국출신이지만 한국과 일본의 대학에서 교편을 잡은 적이 있고 아일랜드의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마친분인데다가 여러가지 언어를 구사하실 수 있는 분으로 압니다. 여러 도시에서 사셨던 만큼 도시에 대한 관심도 있으셔서 이런 책을 내신 것으로 압니다.
여러도시를 산 경험으로 도시에 대한 호기심이 생긴 경우가 저자의 경우라면, 저는 서울 도심에서 사진을 찍다가 서울이 가지는 ‘공간’과 ‘장소’의 역사성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제가 사는 곳이 서울의 오래된 ‘신도시’중 하나이기도 하고, 고등학교 시절 봐왔던 명륜동의 한옥집들이 속절없이 사라지는 걸 목격했고, 근래들어서는 종로 재개발로 청진동 골목이 사라지는 걸 봤고, 을지로의 공구골목들이 사라지는 걸 목도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서울의 공간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제가 해외에 나가서 지켜본 다른 나라의 도시들과 다르게 서울의 변화속도는 너무 빠른 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책에서 제가 관심있게 지켜본 도시는 독일 드레스덴(Dresden)입니다. 독일통일 이전 동독에 속했었던 독일의 공업도시로 제2차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의 전략공습( strategic bombing: 군사시설이 아닌 민간인이 사는 주거지에 대한 폭격)으로 초토화되었다가 재건된 도시입니다. 민간인에 대해 공습을 그렇게 무자비하게 감행해도 되는지에 대해 윤리적 질문을 던지게 한 폭격이었습니다.
드레스덴은 동독시절 경제사정이 좋지 않아 왕조시대의 종교적 건축물( 드레스덴 성모교회)을 복원되지 못하다가 통일이후 복원되었습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되었던 도시의
옛 랜드마크를 재건하고 평화의 도시로 거듭났습니다.
하지만 최초 원폭이 떨어진 일본 히로시마(広島)의 경우, 원폭으로 초토화된 도시를 일부 원폭관련 건물 몇채만 상징적으로 남긴 체 도시 자체를 완전히 새로 만든 경우입니다. 목조건축물이 많은 일본의 도시는 가공할 원폭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사실상 재건자체가 불가능했기 때문에 이렇게 모든 것을 새로 만들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제2차세계대전 관련 폭격과 관련해서 일본은 원폭이전에 연합군의 도쿄대공습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연합군은 일본의 수도인 도쿄에 폭격을 하면 일본이
항복할 것으로 예상하고 네이팜탄과 같은 불폭탄(firebombing)으로 도쿄 도심을 폭격하고 대량의 사상자를 냈습니다. 현재 우리가 보는 도쿄는 공습이후 목조건물대신 석도건물들로 다시 재건된 상태라고 합니다.
이 책은 세계의 여러도시들이 역사적 건축물을 보존하고 재건하는 동기로 정치적 정통성이나 애국심 고취 그리고
기득권층의 자신들만의 과거의 영광 재현과 애향심 고취 등의 보수적 동기와 함께 뉴욕의 그리니치 빌리지처럼 사회혁신과 개인의 자유 옹호 등 진보적인 운동의 중심지로서 보존되다가 젠트리피케이션으로 혁신적 예술가들과 사회운동가들이 떠나가고 부촌이 되는 경우도 살폈습니다.
마지막 장에 나온 서울의 북촌과 서촌 그리고 전주한옥마을과 경주의 경우는 사람들이 쾌적하게 살기위한 거주지로서의 목적과 오래된 주택지를 보존하려는 노력이 결국에는 거주지가 아닌 관광지로 변해서 실패하는 경우입니다.
도시에 쌓인 과거의 흔적과 층위를 보전하면서 주민들의 일상생활과 편의를 보장하는 일은 균형잡기가 무척 여러운 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역사건축물과 도시경관 보존이 되지 않는다면 공공제로서의 도시경관과 과거 역사의 흔적은 사라지고, 그 땅을 가지고 이익을 챙기려는 부동산개발업자의 배만 불리게 됩니다.
지금 서울은 상태가 녹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 , 이미 코로나를 전후해서 도심 사무실 공실률이 솓구치고 있는데, 고층건물을 올리는 게 맞는지도 의문입니다. 역사적 경관을 해쳐가면서까지 고층건물을 올린다고 그 건물에 누가 들어가서 일하고 살 수 있을까요?
한국은 이미 젊은이들의 출산파업으로 국가소멸을 걱정해야 하는데, 멀쩡한 도시공업생태계를 파괴하고 그 자리에 아파트나 고층건물을 짓는게 과연 경제적으로 타당한 결정인지 의문이 듭니다.
‘후진적인’ 개발주의 사고와 정경유착이 보이는 문제적 지역이 종묘앞 세운지구이고, 이 근방 을지로는 이미 재개발한다고 다 파헤쳐졌습니다.
정치인 한사람이 서울시장 한번 더 하겠다고 도심생태계를 파괴하는 걸 보는 건 정말 보기 힘듭니다.
한국전쟁이후 나름대로 기반을 이루고 살던 도심공업지대가 겨우 정치인 한명의 노욕과 부동산개발업자의 수익만을 위해 망가지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더구나 바로 건너편에 조선왕조 왕들의 신위가 모셔신 사당인 종묘가 있는데도 말이죠. 철저하게 몰역사적이고 문화에 대한 기본 소양이 부족하다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지금 서울시장이 전에 종로의 청진동 골목과 피맛골을 흔적도 없이 없애는 걸 봤기 때문에 종묘 앞에서 또 같은 일이 반복되는 건 안될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