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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nnis Kim의 책과 생각
386세대 작가들이 쓴 한국현대사 책은 유시민작가의 <나의 한국현대사 1959-2020> 말고도 여럿 있습니다.

1988-1992년 처음 발간되었던 작가 박세길의 <다시쓰는 한국현대사1-3>이 먼저 생각 납니다. 386운동권의 시각에서 한국현대사를 새롭게 해석했던 책으로 꽤 오랫동안 읽힌 책으로 알고 있습니다. 1990년대 초 처음 읽을 당시 왜 학교에서 현대사를 가르치지 않는지 위정자들이 뭐 숨겨야 할 것이 있는지 매우 의심스러웠습니다.

해방전 사회주의 편에서 독립운동을 했던 분들의 역사가 북한으로 월북된 문인들의 역사가 철저하게 지워졌다는 걸 아는데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이승만 정부가 저지른 민간인 학살을 포함해 한국의 역대 독재 정권들은 자신들의 치부를 말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현대사는 지금 살고 있는 분들이 삶에서 경험했던 사건이 대한 서술이자 해석이고 그래서 지금 현재가 어떻게 현재가 되었는지 알수 있는 가까운 과거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386세대 운동권 출신 중 자유주의자를 대표하시는 분이 유시민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30여년 전에 읽은 <부자의 경제학 빈민의 경제학> (푸른나무,1998)이 저에게는 유작가의 첫 책이었는데, 이번의 이 책이 아마 제가 읽은 세번째 혹은 네번째 책이 될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작가가 전에 냈던 <나의 한국현대사 > (돌베게,2014)의 개정증보판으로 본문 쪽수가 400쪽이 넘어가는 책입니다.

작가께서 직접 참여하셨던 1980년의 서울역 시위와 회군 그리고 1987년 6월 10일의 시위 광경은 작가의 위치가 386세대 내에서 어떠한지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던 에피소드입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제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한국의 경제개발계획을 다룬 제3장과 한국의 민주화 과정을 다룬 제4장입니다.

제3장의 제목은 ‘절대빈곤, 고도성장, 양극화’로 지난 50년대 말부터 군사독재 시절의 경제계획/ 산업화시기의 고도성장, 그리고 90년대 이후의 신자유주의화와 이에따른 양극화를 제목에서부터 보여줍니다.

제4장은 ‘전국적 도시봉기를 통한 한국형 민주화’라는 제목으로 멀리는 1919년 3.1운동에서 시작해 이승만 독재를 무너뜨린 1961년의 4.19 그리고 1980년 광주를 거쳐 ‘87년체제’의 시작이 된 1987년 6월 항쟁 그리고 이후의 촛불혁명을 다룹니다.

작가는 독재를 타파하기 위해 국민들이 불가피하게 폭력적인 방법을 동원하지 않을 수밖에 없었고 국민들의 도시봉기는 늘 ‘연속적, 동시다발적, 그리고 전국적 도시봉기’인 특징을 보인다고 주장합니다.

한국에서만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1980년대 시위에서 각목과 체루탄이 있었다면 지금은 이 양상에 폭력이 빠지고 촛불이나 응원봉이 나온 것만 다른겁니다. 책이 2021년에 나와 직접 이런 언급은 없지만 이런 맥락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런 봉기가 지역적으로만 일어날 경우 ( 1980년 광주의 경우처럼) 실패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실패사례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당시 도시봉기를 조직한 지도부들은 전국에서 동시에 연속적으로 민주주의를 위한 개헌과 대통령 직선제를 요구하는 시위를 조직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당연히 여기는 개인의 자유, 자신의 주장을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자유가 1986년 당시만 해도 생각할 수 없는 나라가 한국이었습니다.

중국과 휴전선으로 고립된 상태로 한국전쟁의 휴전이 계속된 한반도 남쪽은 일제강점기에서 해방된 이후 처음에는 이승만이라는 미국 망명객 출신이 독재정치를 하면서 왕처럼 군림했었고, 5.16 군사쿠데타이후 일제의 만주군 출신 박정희는 자신이 군대에서 배운바대로 국가를 ‘병영’으로 만들었고 군사독재를 시행했으며 경제발전을 위해 국민들의 인권을 무자비하게 희생하는 공포정치를 했습니다.

왕이 되고 싶었던 이 군인은 1972년 ‘유신’을 통한 ‘친위쿠데타’를 성공시켜 이후 1979년 심복인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의 총을 맞아 죽을때까지 18년을 철권통치했습니다.

1979년 12.12군사반란을 일으키고 1980년 광주시민들을 무자비하게 살육하고 집권한 전두환은 ‘정의사회구현’이라는 모토를 내세우며 군사독재를 이어갔고, 후계자로 자신과 함께 12.12군사반란을 일으킨 노태우를 지명합니다.

이 군인들은 독재를 유지하기 위해 ‘체육관 선거’를 고수하고자 했지만 1987년 6월항쟁을 통해 민주화 세력은 직선제 개헌을 관철하게 됩니다.


작가가 언급했듯 한국은 한국전쟁 이후의 ‘난민촌’에서 군사독재자 치하의 ‘병영국가’로 그리고 이후 ‘민주화’를 통해 세계 10위권의 선진국이 된 유일한 사례입니다.

세상일 알 수가 없는 것이 이 책이 나오던 2021년만 해도 문재인 정부이후 검사출신 대통령이 선출되어 독재로 사회를 퇴행시키고, 2024년 12월 3일 박정희 이후 볼 수 없었던 ‘친위 쿠데타’를 다시 볼 수 있을 줄 몰랐을 것입니다.

지금도 12월3일 밤 10시가 넘어 대통령이 오만하게 ‘계엄령’을 낭독하고 정치를 정지시키던 모습이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정신이 아득해지고 뒷덜미에서 식은땀이 흐르던 걸 기억합니다.

아직도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은 사법적 단죄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검찰과 사법부의 내란공모가 의심되는 가운데 내란수괴의 재판은 침대축구식으로 늘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은 아직 ‘쿠데타’를 일으킨 내란수괴가 제대로 사법적 단죄를 받은 적이 없습니다.

전두환에 대해 사법부는 ‘성공한 쿠데타는 단죄할 수 없다’는 치욕적인 판결을 남겼을 뿐입니다. 그래서 군사반란을 일으키고 국민을 무자비하게 죽인 정치군인 전두환은 ‘천수’를 누리다 노환으로 죽었습니다.

그래서 윤석열의 사법적 단죄는 역사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사법부의 명예가 달려있는 판결이기도 합니다.

이번에도 흐지부지된다면 한국에서 최소 사법부는 그 존재의미를 잃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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