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이 강렬합니다. ‘Uncivilised’, 즉 ’‘문명인이 되지 못한 자’라는 뜻으로 이책에서는 서구(The West)가 아닌 지역 (Non-West)를 통칭하는 말입니다.
책 내용을 살피기에 앞서, 저자에 대해 먼저 알아봐야합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저자는 영국출신 백인도, 남성도 아닙니다.
그녀는 인도계로 본인 스스로 남아시아출신( South Asian descendant )로 말하고 런던대학 유니버시티 칼리지(University College London, UCL)의 과학 컬렉션(Science Collection)을 담당하는 UCL 박물관의 큐레이터입니다.
과학혁명과 산업혁명이 일어난 영국 런던의 주요 대학인 UCL의 박물관의 유일한 유색인 큐레이터로서 고고학과 인류학을 전공하였기 때문에 영국에서 시작된 진화론부터 대영제국의 확장과 이에 따른 식민주의 그리고 영국의 백인남성들이 보여주는 유색인정에 대한 차별을 자신의 학문을 통해서 그리고 개인사를 통해 고백하듯 보여줍니다.
저자는 아랍에미리트UAE)의 아부다비 (Abu Dabi)에서 인도출신 이민자의 딸로 출생했고, 약사와 의사인 부모를 따라 영국으로 이주했고, 영국에서 성장하고 영국시민권을 딴 경우입니다. 대학박물관에 몸담고 있지만 외지인으로 살아왔고, 피부색에 따른 차별을 늘 경험하고 살아온 겁니다.
따라서 영국을 비롯한 서유럽의 백인남성위주의 세계관인 유럽중심주의(Eurocentrism)와 서구와 비서구의 차별과 더불어 비서구를 ’문명화되지 않은‘ 또는 ’야만적인(Barbarian) ‘지역을 자동적으로 해석해온 서구의 이분법적 사고의 폭력성을 드러냅니다.
이런 차별의 근거로 진화론( evolutionary theory)는 가장 우월한 백인종이 열등한 유색인종을 지배해도 문제가 없다는 논리로 귀결되고 유럽제국주의자들의 식민통치의 이데올로기로 작동했습니다.
서구제국의 문화재 약탈의 논리도 위의 서구우월주의와 인종주의에 근거합니다. 영국의 경우 아프리카와 그리스 등의 문화재를 약탈해 대영박물관에 전시해 놓은 이유 중의 하나로 이들이 침략하거나 지배해온 국가의 ‘열등한’유색인종들은 자신들의 문화재를 관리할 능력이 없어 ‘우월한 문화선진국’인 영국에서 소장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실제 대영박물관에서 보면, 소위 비서구 지역으로 불리는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지역의 정교하고 세련된 유물들을 많이 접할 수 있습니다. 예상하지 못할만큼 정교한 유물을 제작한 자들의 후손들이 자신들의 문화유산인 이 유물들을 관리하지 못한다는 주장은 사실 상식적이지도 않고, 괘변에 가깝습니다.
또 하나 지적하고 싶은 니 책의 부장 중 하나는 ‘ 민주주의’라는 정치체제가 갖는 취약성입니다.
고대 그리스 아테네의 ‘직접민주주의’와 근대 서두에서 출발한 ‘대의민두주의’는 그 성격이 판이하게 달랐습니다. 그리스의 민주주의는 일반 국민들의 정치참여를 가능하게 해서 모두에 의한 정치가 가능한 반면, 서구의 대의제 민주주의는 모든 시민의 정치참여가 불가능하고 선거로 뽑힌 소수에 의한 통치가 제도화 된것으로 서구의 정치체제는 왕정에서 귀족정을 거쳐 대의제 민주주의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소수에 의한 지배, 엘리트에 의한 과두적 지배( oligarchy)가 지속적으로 이어져 온 것으로 예상과 달리 불평등과 차별은 서구사회에서 그 뿌리가 매우 깊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는 ‘세계를 움직인 열가지 프레임( 북하우스, 2024)‘로 번역출간되었습니다.
미국이 유럽에서 발을 빼려 하는 현재, 유럽은 러시아의 위협에 대한 실존적 위협( Existential Threat)으로 느끼고 있지만 미국의
안보 우산이 사라지면 자신을 어떻게 방어할 지 의문인 시점입니다. 한 때 민주주의를 축으로 한 서구 자유주의가 승리했다고 들떠 있던 때가 30 여년 전입니다.
하지만 서구국가들이 독재국가라고, 덜 문명화된 나라라고 깔보며 무시하던 과거 공산국가들 못지 않게 대의제 민주국가의의 대표격인 미국도 영국도 소수의 엘리트 집단과 억만장자들이 정치권력을 독과점하는 과두지배체제 내지 금권정치체제(plutocracy )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여기에 인종차별 과 젠더차별이 같이 따라옵니다.
최근 친위쿠데타가 일어난 한국도 검사출신 대통령을 국민들의 직접선거로 뽑았습니다. 제도로서의 민주주의가 정착된 나라에서 현직대통령이 쿠데타를 일으킨 초유의 역사퇴행이 일어난 겁니다.
여기에는 주류 엘리트 집단인 고시출신 검찰과 행정부 고위관료들이 국민과 무관하게 자신들의 이익만을 관철하는 과정에서 국가의 자원배분 과정을 심각하게 왜곡하고, 대통령과 결탁해 결국 헌정질서를 무너뜨려 전제정치로 나아가려 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을 추종하는 친미적 근대화를 이룬 한국을 친미성향의 엘리트들이 민주주의와 별개로 스스로의 이익극대화를 위해 헌정질서를 무너뜨리는데 동조한 것으로 추정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