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있는 내용의 책이 출간되어 소개합니다. 역사학자 김종성씨가 2024년 출간한 책으로 그동안 소홀하게 취급되어온 친일파(親日派) 매국노(賣國奴)들이 그들의 부역행위로 얼마나 많은 경제적 이익을 얻었는지 구체적으로 제시한 책입니다.
친일 매국의 아이콘 이완용(李完用)을 비롯해 반민특위에 체포되어 재판을 받은 화신백화점(和信百貨店)의 사업가 박흥식(朴興植)에 이르는 30명 친일파 매국노들의 친일행각과 그에 따른 경제적 대가를 기존의 연구를 인용해서 정리해 놓았습니다.
흔히 말하듯 이들이 대중에게 ‘친일은 일제강점기에 어쩔 수 없이 할 수 밖에 없었다’라는 주장과 다르게 이들은 철저하게 ‘경제적 이득( economic benefit)’을 고려하고 이를 감안해 돈을 벌 목적으로 친일을 하고 나라를 팔아먹은 것입니다.
이렇게 제국일본이 친일파의 도움이 필요했던 이유는 조선 전체를 군사적으로 점령한 상태가 아니었고, 러일전쟁이후 외교권을 침탈하고 이후 한일병합을 실시한 이들의 조선 식민지화 정책 때문에 대한제국 황족을 비롯해 대한제국의 고위관료 기득권 층을 친일파로 포섭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국일본은 자신들에게 협력한 친일파들에게 엄청난 경제적 이익을 주고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를 주었습니다.
이책에 나온 거의 모든 골수 친일파들은 조선총독부(朝鮮總督府)의 자문기관이자 현재로 치면 국회기능을 한 중추원(中樞院)에 적을 두고 고액의 연봉을 받아왔고, 대한제국을 팔아먹은 뒤 일본으로부터 거액의 은사공채(恩賜公債)를 받아 거액의 이자를 따박따박 받아먹었던 겁니다.
책은 저자가 오마이뉴스에서 연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쓴 것으로 30장이 모두 짤막하게 되어 있습니다.
오히려 책을 읽으면서 이전 한국정부에서 실시한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의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보고서>가 친일파들의 친일 행위를 역사에 기록하는 중요한 연구자료로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또하나 중요한 연구자료는 민족문제연구소가 1994년부터 진행해온 <친일인명사전> 으로 구한말부터 일제강점기에 일제의 식민통치를 찬양해온 친일파들에 대한 사전입니다.
한국은 해방직후 미군정이 친일관료들을 그대로 존속시키고, 이승만 대통령도 사실상 반민특위를 방해하고, 친일파들을 그대로 유지시키고 있어 친일파들이 아직도 한국사회의 기득권층에 그대로 남아있는 상태입니다.
특히 법조계는 친일의 영향력이 막강한 곳으로 이 책에 따르면 해방이후 대법원장을 지낸 민복기(閔復基)씨는 친일파이자 외척이던 여흥 민씨이며 민병석(閔丙奭)의 아들로서 그 자신 친일판사로서 경성지방법원에 근무한 이력이 있습니다. 일제시대 판검사는 여타 다른 분야와 다르게 고등문관시험 합격이후 일제의 사상검증을 통과해야 임용되는 구조였기 때문에 검증된 친일세력으로 보고 있습니다.
현재 검찰 기득권의 뿌리인 기소권과 수사권 독점도 일제시대의 유산인 이 두 권한을 해방이후 70여년이 지나도록 검사들이 방어해서 그대로 둔 것으로 검찰권 남용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만주 관동군 장교 출신인 박정희 대통령이 일제강점기 제국대학 출신 관료들을 임용하고, 일제 당시 제2차세계대전의 전범이었던 당시 수상 기시 노부스케(岸信介)를 통해 차관을 들여와 경제개발의 시작을 알리면서 해방이후에도 친일파들의 영향력은 이 사회에 막강했습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일본의 밀사가 청와대에 직접 방문하기도 했고, 당시 청와대를 자문하던 소위 사회원로라고 하신 분들이 자신들이 일본어로 아직도 대화한다는 언급을 들어 매우 놀란 기억이 있습니다.
거기에 더해 일본의 돈으로 일본에서 공부한 아버지를 둔 검사출신 대통령과 검사를 아버지로 둔 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이라는 외교안보실장이 노골적 친일외교정책을 추구하는 현실이 너무 황당합니다.
일본과 다른 선진국으로서의 위상을 가진 한국의 역량을 무시한체 스스로 한미일 관계에서 낮은 자리를 찿고, 전범의 후손들인 일본 극우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과거에 얽매이지 말자’ 또는 ‘사과를 언제까지 해야 하느냐’는 둥 몰상식한 주장에 동조해 대법원의 판결도 무시한 체, 일제의 식민지배에 대한 일본의 국가배상(國家賠償)도 없는 일로 하는 노골적 친일행위를 어떻게 지켜봐야 하는지 답답합니다.
대통령의 무지와 역사적 청산이 되지 않은 체 남아 있는 친일세력들이 ‘역사의 퇴행’을 만들었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