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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온의 만 권
  • 도파민 과잉 시대, 당신의 뇌가 무너진다
  • 리처드 사이토윅
  • 23,400원 (10%1,300)
  • 2026-08-31
  • : 4,205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함.





스마트폰을 손에 쥔 채 별생각 없이 SNS를 열었다가 어느새 한두 시간이 훌쩍 지나버린 경험은 누구에게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나 역시 필요한 정보를 잠깐 확인하려고 휴대전화를 들었다가 전혀 상관없는 영상과 게시물을 넘겨보다가 뒤늦게 ‘내가 뭘 하려고 했지?’ 하고 정신을 차릴 때가 많다. '도파민 과잉 시대, 당신의 뇌가 무너진다'를 읽으며 가장 먼저 떠오른 것도 바로 이런 일상의 장면들이었다.

이 책은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뇌가 왜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 게임, 각종 스크린의 자극에 그토록 쉽게 사로잡히는지를 뇌과학과 인간 발달의 관점에서 설명한다.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우리의 뇌는 여전히 아주 오래전 환경에 적응해 만들어진 ‘석기 시대의 뇌’에 가깝다. 새로운 정보와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보상을 좇도록 설계된 뇌의 특성이 오히려 디지털 시대에는 약점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소셜 미디어와 도파민 보상 체계에 관한 부분이었다. 타인의 삶을 끊임없이 들여다보면서 나도 모르게 비교하게 되고, 나에게 부족한 것에 더 집중하게 된다. 더 많은 관심과 반응을 얻기 위해 위험한 행동까지 감수하는 사례를 보면 우리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우리의 본능적인 욕구가 정교하게 이용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어진다.

스마트폰의 문제는 단순히 시간을 많이 빼앗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책에서는 잦은 주의력 전환이 집중력과 작업 기억에 부담을 주고, 멀티태스킹 역시 여러 일을 동시에 능숙하게 처리하는 능력이라기보다 뇌가 계속해서 작업을 전환하며 에너지를 소모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나도 휴대전화를 옆에 두고 책을 읽다가 알림 하나를 확인한 뒤 다시 독서로 돌아왔을 때 이전 문장을 다시 읽었던 경험이 수없이 많다. 짧은 방해라고 생각했지만 그런 순간들이 하루에도 수십 번 반복된다면 내가 잃어버리는 집중력과 에너지는 생각보다 훨씬 클 것이다.


이 책에서 특히 관심 있게 읽은 부분은 영유아기의 발달과 디지털 기기의 관계였다. 인간의 근원적인 생물학적 특성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때문에 생애 초기 발달에 관한 내용이 상당히 많이 등장한다. 아이는 사람의 표정과 목소리, 몸짓을 보고 반응하며 타인과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언어와 공감 능력, 사회성을 배워간다. 그런데 아직 걷고 말하는 것조차 서툰 시기부터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이 사람과의 상호작용을 대신한다면 어떨까.



편하다는 이유로 식당이나 대중교통에서 어린아이에게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을 건네는 모습을 흔히 보게 된다. 물론 현실의 양육 환경에서 디지털 기기를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쉽지 않다. 다만 ‘잠깐 보여주는 것쯤이야’라는 생각이 반복되면서 화면이 사람과 놀이, 대화의 자리를 지나치게 많이 차지하고 있지는 않은지 한 번쯤 돌아볼 필요는 있어 보인다. 책에서 언급하는 과도한 스크린 노출과 이른바 ‘유사 자폐증’에 관한 부분 역시 모든 아이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단순한 인과관계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저자가 그만큼 생애 초기의 실제 상호작용과 감각 경험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는 맥락에서 읽는 편이 좋았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고 가장 크게 돌아보게 된 것은 결국 ‘주의력’이었다. 하루에 사용할 수 있는 시간뿐 아니라 정신적 에너지 역시 무한하지 않다. 책 속 “자신에게 할당된 고정 에너지를 무엇을 위해 쓰고 싶은가?”라는 질문이 유난히 오래 남았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나는 꽤 많은 시간을 내가 선택한 것도 아닌 정보에 내어주고 있었다. 굳이 알고 싶지 않았던 사람의 일상, 관심도 없던 광고, 자동으로 재생되는 영상까지 보고 난 뒤에는 정작 책 한 페이지를 읽거나 글 한 편을 쓰는 데 사용할 집중력이 줄어든다.



그래서 책에서 제시하는 해결 방법도 거창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멀티태스킹을 줄이고 한 가지 일에 몰입하기, 단순히 듣는 데서 그치지 않고 상대의 이야기를 경청하기, 자연을 바라보며 걷기, 일기를 쓰거나 손으로 글씨를 쓰기, 의미 없이 켜져 있는 TV나 광고 화면에서 시선을 거두기, 충분하고 질 높은 수면 확보하기. 때로는 일부러 아무 자극도 받아들이지 않는 ‘감각의 단식’을 시도하고 침묵과 단절의 시간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그중에서도 나는 역시 독서가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 한 권을 읽는 동안에는 계속해서 새로운 자극을 찾아 화면을 넘길 수 없다. 한 문장을 따라가고, 앞에서 읽었던 내용을 기억하고, 등장인물의 마음을 상상하며 몇십 분씩 하나의 세계에 머물러야 한다. 어쩌면 독서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약해지기 쉬운 집중력과 사고력, 공감 능력을 동시에 훈련할 수 있는 가장 오래되고 단순한 방법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스마트폰을 없애고 디지털 세상에서 도망치라고 말하는 책이라기보다, 자극 과잉 시대에 우리가 무엇을 빼앗기고 있는지 제대로 인지하며 경각심을 갖도록 도와준다. 디지털 기술 뒤에는 우리의 시간을 오래 붙잡아둘수록 이익을 얻는 강력한 시스템이 존재하고, 그 시스템은 인간의 호기심과 보상 심리를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적어도 내 주의력을 어디에 내어줄 것인지는 스스로 결정해야 하지 않을까.

책을 덮고 나니 스마트폰 사용 시간 보다 더 중요한 질문이 생겼다. 오늘 하루 내 눈과 귀와 생각은 무엇을 향하고 있었는가. 그리고 한정된 나의 에너지를 정말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사용했는가. 디지털 기기가 일상의 거의 모든 영역에 깊숙이 뿌리 내린 지금, 특히 어린아이를 양육하거나 교육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더욱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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