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난 '마이너리그'의 Story가 어떻게 전개되는지 잘 기억이 안 난다.(책을 읽은지 1년여가 지나서이기도 하고, 나의 그다지 좋지 못한 암기력 내지는 기억력 때문이다.) 주인공을 포함한 4명의 남자가 이야기의 중심이고, 그 중심에 '소희'라는 한 여자애가 있다는 것 말고는 전혀 모르겠다. 누가 들으면 참으로 실망스럽겠지만(?), 그래도 이 책을 과감히 권할 수 있는 것은 '은희경'이라는 작가의 익살스러우면서 날카롭고, 천박한 듯하면서 고풍스러운 그녀만의 독특한 문체가 일품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문체가 좋다는 이유로 이 책을 권하는 것이냐? 천만의 말씀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즐겨 읽은 장르의 책이 있을 것이다. 그냥 시간을 때우기 위해서 읽는 책이란 없다! 그것을 읽고 감성을 느끼든 지성을 느끼든, 자신의 머리와 가슴속에는 언제나 여운이 남아 있길 마련이다. 흔히 말하길 '감동'이라고 그러는데, '마이너리그'의 감동은 광활한 대지를 넘나드는 장대한 대서사시의 감동도 아니고, 애절한 사랑이야기로 눈물을 자아내는 감동도 아니다. '마이너리그'의 감동은 '메이저'가 아닌 대부분의 '마이너'들이 느낄 수 있는 평범한 감동이다. 그런 평범한 걸 왜 '감동'이라고 하냐고? 직접 읽어보시라. 이런 '감동'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드실께다. 그런 것까지 일일이 다 얘기하면 재미가 없지 않은가.
한석규 : 일류가 어디 있어? 일류도 없고, 이류도 없어. 다 삼류야~! (넘버 3 中에서)
얼마 전에 케이블 TV에서 재방송으로 봤었는데, 계속 이 말이 귀에 맴돈다. 이 책과 뭐가 꼭~ 같다는 것은 아닌데, 왠지 뉘앙스가 비슷하다. 뭐가?
한석규는 일류를 꿈꾸다가 결국 자신을 포함한 모든 인간이 삼류라고 말한다. 그래도 난 생각한다. 한석규의 삶은 삼류일지라도 그에겐 감동과 영광의 순간이 있었다고... '마이너리그'의 작중 인물들에게도 그들만의 감동과 영광이 있었다. 그것을 모르고 지나치지 마시기를... 우리들도 삼류다. 과거를 뒤돌아보면 우리들의 삶에도 감동의 순간이 영광의 순간이 있었다. 이 책의 감동은 애써 만들어 낸 큰 감동이 아닌 삼류들의 감동. 즉, 현실의 감동인 것이다. (2002.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