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함과 다체로움. 구름기.
나영 2025/11/26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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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름기
- 김학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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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0) - 2025-08-10
: 180
가장 먼저 다가온 주제는 대한민국의 ‘교육’이었다. 〈모범택시를 타는 순간〉은 부유층 자녀의 과외를 맡으며 시작된다. 똑같이 생긴 아들을 대신해 문학시험을 대신 치러 달라는 요청, 그 앞에서 양심을 지키기엔 돈이 너무 컸다. 결국 ‘모범택시’를 타듯 달려드는 모습은 씁쓸하다. 〈1 2 3 4 5〉는 시험 강박에 시달리는 아이가 시험지를 뜯어먹는 장면으로 기괴하고도 날카로운 풍경을 그린다. 〈영재〉는 이름 때문에 영재교육을 받고 기존 교육을 거부하다가 결국 치료라는 선택지에 다다른다. 하나같이 우울한 결말이 능청스럽게 따라붙는다. 슬프지만 이게 바로 현실이지 않을까.
다음은 ‘무능력한 부모’다. 〈은이와 같이〉와 〈구름기〉는 부모를 향한 원망과 그리움이 교차한다. 차갑게 비난하면서도, 동시에 알고 싶어 하는 마음이 드러난다. 이상적인 부모 자식 관계를 제외하면, 어쩌면 이 불완전한 모습이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0촌의 관계야말로 가장 어려운 관계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한다.
〈타작〉과 〈내가 알고 있는 비밀이〉는 직장과 가까운 이야기를 담았다. 교회를 무너뜨리는 이야기는 다소 드라마적이었고, 직장인의 비밀을 커뮤니티에 올리는 이야기는 현실적이면서 씁쓸했다. 전자는 이 책에서 드물게 조금은 바깥에서 바라본 듯한 느낌을 준다.
가장 난해했던 것은 〈미당시문학관〉이다. 다른 편들이 비교적 선명한 길을 따라갔다면, 이 편은 표지판이 계속 사라지는 글 같았다. 한참을 헤매야 길을 다시 찾을 수 있었다. 작가 본인이 직접 등장해 글쓰기와 현실, 이상과 곤궁을 오묘하게 섞어낸 탓일 것이다.
책을 덮고 나니, 이것이 유고 소설집이라는 사실이 유난히 슬펐다. 이렇게 가까이 속삭여주듯 이야기하는데, 이제는 그 목소리를 다시는 들을 수 없다는 점에서. 다른 책으로라도 다시 작가님을 만날 수 있기를 기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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