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
나영 2025/11/10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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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신 연못의 작은 시체
- 가지 다쓰오
- 16,920원 (10%↓
940) - 2025-10-22
: 5,175
절판 후 고가에 거래되던 책을 이제 편히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이 반가웠다. 역자와 출판사에 대한 감사함으로 이 글을 남긴다.
이 작품은 40년 전에 쓰였다고 믿기 어려울 만큼 지금의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연구자가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 ‘남성의 본능’이라는 말로 폭력을 정당화하는 시선 등 오늘의 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들을 던진다. 고전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단순한 기발함이 아니라 시대의 윤리와 인간의 구조 속에서 사건을 조립해가는 방식이 깊게 남는다.
이 이야기가 특히 와닿았던 건, 과거에 건축 구조 균열을 분석했던 경험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구조적 불안정이 사회적 파국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감각. 연구자와 기술자의 책임이 얼마나 무거운지, 작품 속 딜레마가 현실과 겹쳐 보였다.
초반의 연구실 일상이 차분히 흐르다, 동생의 죽음을 추적하며 과거의 진실이 서서히 드러난다. 중반에는 앞뒤가 엇갈리는 듯하지만 한순간 서로 맞물리며 긴장감이 폭발한다. 감춰둔 퍼즐을 회수하는 순간들이 짜릿하다.
비극은 한 사람의 잘못으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구조가 책임을 흐리면 개인의 선택도 흔들리고, 그 틈에서 비극이 되풀이된다. 다 읽고 난 뒤 ‘지금 우리는 얼마나 달라졌나’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남는다. 몰입도 높은 전개와 날카로운 감각이 오래 기억될 작품이다.
마지막 페이지에서 아들을 기다리는 할머니가 유독 가슴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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