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에 대한 애정은 영화보다 드라마에서 보다 더 생기기 마련이다. 잘만든 드라마라면 오랫동안 등장인물의 소소한 일상을 같이하며 감정이 차곡차곡 쌓여가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영화의 캐릭터에게 사랑스런 매력을 주려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평범함을 시점으로 삼아야 한다. 대강의 캐릭터를 구성하는 데 시간을 많이 들이면서 감정을 충실히 구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드벤트 칠드런의 리뷰에 앞서 이말을 하는 이유는 우리들에게 익숙한 게임"파이날 판타지"(이하 파판)가 가지는 스토리 상의 매력과 감동은 영화보다는 드라마적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이다. 엔딩까지 보는데 수십 시간의 소요시간이 걸리는 이 게임은 환상속 세계에서 특별한 인물들이 세상을 구하는 거대한 이야기면서도 개개의 캐릭터의 삶을 담고 감정선을 끌어올리는 아기자기한 에피소드들을 충분하게 담고 있다. 따라서 꿈같은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고 그들을 사랑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단순히 세계를 구하는 영웅이야기가 아니라 우연히 마주치고 만나고 좋아하고 질투하고 삐치고,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 의해 변하는 그런 일상적인 삶의 과정까지도 보여주지 않았던가. 하지만 파이날 판타지라는 이름을 달고 나오는 영화는 파판팬들의 기대를 판판이 깨버리고 있다. 이는 파판의 매력이 영화라는 형식의 특성상 일부만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 화려한 그래픽과 사운드등의 외피적인 면들이 해당된다. 하지만 파판의 매력은 사소하고 자잘한 일상적인 에피소드가 다른 모든 것들을 받쳐주는 것이기에 알맹이없이 외면만 화려하게 치장한 어드벤트 칠드런은 파판의 팬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물론 실패의 원인은 단지 영화를 못만들었기 때문이라기 보다 영화로 만들어서는 안 될 작품을 영화로 만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파판에서 2시간 남짓의 러닝타임에 담겨질 것을 추려보자. 지구도 아닌, 어떤 상상의 별에서 세계를 구하는 이야기....이것만으로도 벅차다. 연작도 아니고 2시간 안에 영웅이야기만 담기도 버겁다. 결국 익히 알려지고 많이팔린 파판7 그 후의 이야기를 만드는 것을 차선책으로 삼은 듯하지만, 최선책은 파판을 그대로 놓아두는 것이 아니었나 싶다.
더구나 어드벤트 칠드런은 대단히 훌륭한 구성의 파판스토리에 사족을 붙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2년전에 세피로스는 해체되었고 라이프 스트림화 되었으며, 이 때 클라우드도 세피로스로부터 또 과거로부터 자유를 획득했기 때문이다. 그는 함께한 동료들을 가졌고 어떤 상황에서도 믿어준 티파가 있었으며, 세상의 모든 것을 포용하려 했던 에어리스의 의지가 함께했다. . 이미 혼자가 아니었고 그때문에 이길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개인적인 관점으로 볼 때는, 세피로스 역시 라이프 스트림이 됨으로써 자신의 끔찍한 운명에서 해방된 것으로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세피로스는 세상을 파괴하는 것이 궁극적 목적인 철저한 악이라기 보다는 자신한테 부과된 운명에 허덕여하는 연민이 가는 자였고, 따라서 엔딩 직전에 클라우드의 초구무신패참에 라이프 스트림으로 해체되는 장면은 클라우드의 해방과 동시에 세피로스의 해방이다. 결국에는 모든 개체가 하나되는 라이프 스트림이고, 그 흐름은 다시 새로운 개체가 되는 순환이 게임의 세계관 아니었던가. 세피로스의 파괴 의지가 다시 사념체로 구체화되는 것보다, 의지는 라이프 스트림에서 다른 모든 흐름과 한데 섞여져 다시 새로운 생명의 원료화 되었다고 보는 것이 더 맞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그 흐름 안에는 세피로스가 가졌던 것도 있고, 에어리스가 가졌던 것도 있고, 지금껏 존재한 모든 의지들이 있다. 단 서로 합치고 섞이고 나눠지는 뒤엉킴을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다. 그런 삶의 순환에서 굳이 세피로스의 파괴의지를 뽑아낼 필요가 없다. 물론 어드벤트 칠드런의 제작자는 그렇게 만들 수는 있다. 결국 해버렸고... 이미 그 상태로 완결된 구성의 깔끔한 이야기에 괜한걸 덧붙인 것이다. 결과적으로 트루엔딩보다는 사족이 되었다.
대지의 따뜻함을 상징하는 에어리스, 그리고 그녀의 교회를 다시보는 기분은 묘하다. 항상 클라우드를 신뢰한 티파에 눈길이 머무른다.각자의 이유때문에 세피로스와의 결투에 참여했던 용사들을 보는 것도 반가운 일이다. 루드와 레노의 만담에 흐릿하게 웃음짓는다. 하지만 정겹고 속깊은 대화가 사라지고, 감정의 발전역시 없어진 인형들을 보는 것은 추억이 사라진 자리에 억지로 기억만을 들추어내는 고달픈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