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인 공각기동대는 상당히 매력적인 작품이다. 어둠의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배경과 깔끔한 액션, 친근하진 않아도 매력있는 인물들, 철학적으로도 충분한 내공의 주제...적극적으로 느끼고자 했던 사람들에게는 기대 이상의 보상을 해 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노센스는 많이 부족한 것 같다. 이건 전작에 비해서 그런 게 아니라 작품 자체의 매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경악할 만한 화면에 화끈한 액션은 바랄게 더이상 없지만, 작품에서 차지하는 주제의 철학이 지나치게 방만한 느낌을 준다. 플롯의 전개와 철학적인 경구가 호응이 안되고, 자꾸만 경구가 앞서나가며 플롯을 이끌기 때문에 그러하다. 전편에서는 충실한 이야기의 전개에 따라 보는 사람의 마음에는 쿠사나기 소령의 사연이 먼저 절실하게 와닿았고 그러한 토대 하에 소령의 말은 단지 한 마디 일지라도 진정으로 멋있었지만, 이노센스의 말들은 그저 유식한 체한다는 생각밖에 안들게 한다. 너무 말만 하다가 재미없게 되었다. 무슨 철학개론을 강의하려고 했던 것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