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심리학자 가와이 하야오는 어린이 문학은 가장 단순한 형태로 삶의 본질을 꿰뚫고 있어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즐길 수 있다고 하였다. ‘어린이가 삶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예술작품’인 그림책은 아름다운 그림과 글로 우리의 심장을 두드린다.
그림책, 아툭은 무자비한 상실 앞에서 슬픔과 분노, 증오와 외로움에 몸부림치는 한 소년의 복수와 용서, 화해와 사랑의 성장기이다. 아툭의 다섯 살 생일날, 아버지는 갈색 강아지-타룩과 예쁜 썰매를 선물한다. 누구보다 좋은 친구가 된 아툭과 타룩. 훌륭한 썰매개가 되라고 아버지의 여행길에 함께 보내지만 타룩은 돌아오지 못한다.
어린 아툭은 꼬마 자작나무보다 작아서 친구를 죽인 푸른 늑대와 맞설 수 없다. 고통 속에서 늑대와 맞서기 위해 어린 아툭은 창과 활, 썰매와 카약 타는 법을 익힌다. 마침내 마을에서 가장 훌륭한, 젊은 사냥꾼이 된 아툭. 시간이 흘러도 친구를 잃은 상실감을 잊을 수 없는 그는 마을에서 가장 뛰어난, 외로운 사냥꾼일 뿐이다.
오랜 시간 슬픔과 분노, 증오와 외로움을 오가던 아툭은 드디어 푸른 늑대를 죽이지만 여전히 슬프고, 외롭다. 여름 꽃이 흐드러진 툰드라, 거칠고 무서운 사냥꾼인 그가 연약한 한송이 꽃을 보게 된다. 꽃이 말을 건넨다. “동무가 하나 있으면 좋겠어. 세상이 온통 눈으로 덮여 내가 아주 오래 땅 속에서 지내야할 때, 나를 기다려 줄 누군가가 있으면 좋겠어.” 꽃의 말에 아툭은 ‘창을 자기도 모르게 스르르 놓아버’리게 된다. 오랜 시간 슬픔과 분노, 외로움 속에 잠겨 있던 그가 마음을 여는 순간이다.
1995년에 처음 소개된 이 책을 도서관에서 발견하고 눈물을 흘린 순간을 잊을 수 없다. 25쪽의 짧은 책이지만 어린 아툭 앞에 닥친 무자비한 이별, 긴 시간 그의 삶에 새겨진 슬픔, 분노, 고통과 외로운 시간들. 친구를 위해 최선을 다한 단련의 시간을 보낸 아툭은 슬픔과 분노, 증오와 외로움 속에서 훌륭한 사냥꾼이 되고 늑대를 죽였을 때, 세상에서 가장 약한 한송이 꽃과 친구가 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표지는 슬픔에 찬 아툭이 주먹을 꼭 쥐고 꼬마 자작나무 앞에 서 있는 모습이다. 작고 약한 아툭은 친구의 죽음이란 상실을 겪으며 (몸도 마음도) 단단하게 성장하고 세상에서 가장 약한 존재를 기다리고 지켜줄 수 있는 청년이 되었다. 우리네 삶은 고비와 장애의 연속이다. 돌부리에 채이고 넘어지고 일어날 수 없다고 느끼지만 세상을 ‘함께’ 걸어가기 위해 가장 약한 존재부터 챙기는 힘. 그 마음의 힘은 슬픔과 분노, 증오와 외로움 속을 잘 견뎌 오고, 견뎌갈 사람들이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두 개 출판사에서 출간된 이 책은 표지 그림이 다르다. 한 곳은 어린 아툭과 꼬마자작나무이고 다른 한 곳은 젊은 사냥꾼과 꽃이다. 개인적으로 꼬마 자작나무와 어린 아툭에 더 눈이 간다. 어리고 무기력하지만 꼭 쥔 작은 주먹으로 무언가를 시작하려는 결의에 찬 모습. 그 모습이 지금 우리 모습만 같다. 큰 재난에 나라 전체가 큰 슬품에 잠겨있다. 무언가 해야 하는데 상실감에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지금보다 앞으로의 시간이 더 힘들 듯하다. 오래 견뎌야 할 슬픔과 분노, 외로움을 누군가와 함께 나눌 수 있다면 조금은 더 나아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이 책을 다시 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