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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필요하면 전화해
  • 레이먼드 카버
  • 14,220원 (10%790)
  • 2015-08-28
  • : 1,499
레이먼드 카버를 읽을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분명 있었다. 내게 레이먼드 카버의 글이 어떻게 다가와서 어떤 식으로 작용하는 지 확인하게 되었다. 다른 작가들을 떠올리고 레이먼드 카버의 첫번째 아내와 아이들을 떠올리고 그 다음의 삶과 그의 글들을 아는 한 모두 떠올리며 불편한 마음들 위로 더 커다란 것이 떠올랐다. 레이먼드 카버의 삶은 아무리 치장해도 삶의 반은 거의 지옥에 가까웠다. 집도 가난했고 따돌림도 당했고 잘못된 선택을 하고 잘못된 과정들을 겪어내는 삶이었다. 스스로를 해치고 더불어 타인도 해치는 그런 삶. 내가 레이먼드 카버를 비난해도 되는 지에 대한 생각은 접어두고라도 직접 겪어낸 자들만이 쓸 수 있는 이야기가 분명 있다. 직접 겪고 결국은 그 안에 얻어진 것들을 확인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 그 잔인한 일상성과 그 초라하고 소박함 위로와 결론이 아닌 일단락에 불과한 결말들. 삶이 거기서 더 가길 원하는 것은 대체로 환상이고 환상이나 감성보다는 직시를 원하는 내겐 레이먼드 카버가 더 가까울 수 밖에 없다. 어쩔 수 없다. 어쩌면 알고 있어서 더 마음이 쓰였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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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글들과 초기작, 에세이까지 읽어가면서 더 읽어야할 이유를 찾았다. 더 읽고 적용하고 싶다고 더 늦기전에 알아채고 조짐을 확인하고 덜 괴롭히며 살아가야 겠다고 더 손잡아주고 함께 차를 마시고 눈을 들여다보며 살아야겠다고 잠깐의 짬이 없어 전전긍긍하고 냉장고가 고장나 애를 먹고 돌이킬 수 없는 관계에 지치면서도 그래야겠다고 다짐한다. 그것으로 모든 게 해결될 리 없고 ‘happy ever after’는 소망일 뿐 단 한번도 증명된 적은 없다. 그 증명은 결국 죽어가는 순간에야 가능하고 그에 따른 해석은 누구도 할 수 없다. 그러니 괜찮다. 누구든 현재진행형이고 나역시 그렇다고 여기가 끝은 아니니 더 갈 수도 있는 게 아니냐고 가능성을 위해 하찮게 여기는 것들을 주시할 거라고 고백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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