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봄
byN 2020/04/09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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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는 봄
- 최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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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03-25
- : 552
어제는 봄, 오늘도 봄. 이런 봄은 처음이라고 저마다 말하고 나는 늘 이 비슷한 봄이었다고 다만 공기가 나쁘지 않아서 콧물이 덜한 봄이라고 말한다.
언젠가 누가 나중에 아이에게 외면당하지 않으려 잘해주는 것은 이상하지 않느냐는 식의 말을 했다. 그럴까봐 무섭고 불안한 것은 아닌 것 같다며, 그냥저냥 넘어갔는데 난 17년간 내내 무섭고 불안했다. 너무 많은 것들이 무섭고 불안한데 절대 들키지 않으려고 애쓰며 숨겨왔다. 불안과 공포를 아이에게 심어주지 않으면서 안전하고 무사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좋은 관계를 만들기 위해 부던히 노력해야 했다. 본디 살갑고 다정하지도 않은 탓에 얼마나 참고 궁리하며 살았는지 모르겠다. 그런데도 그치지 않는다. 그 마음을 가장 잘 알겠더라. 그렇게하게 되는 마음, 백번씩 참고 뱉어도 듣기엔 과한 그 말을 너무 잘 알겠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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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를 사랑할 수 있다. 엄마에게 엄마 외의 일상과 역할이 있어야만 아이가 독립할 수 있다. 내겐 이 두 가지가 철칙이고 그 신화적 모성은 내게 한없이 멀었다. 어떤 소설에 기계 유모가 나온다. 마치 그런 것처럼 모든 것을 수행하면서 동시에 한없이 자애롭고 훌륭한 엄마를 요구한다. 그러려면 최소한 엄마가 편안하고 안정적이어야 하는데 임신, 출산과 동시에 환골탈태라도 한다는 말인가? 그것이 가능한가? 엄마라는 존재는 그렇게나 엄청나야 하나? 그렇게 모조리 몽땅 꺼내서 모두 바치고 텅텅 비어야 하나? 나는 그런 엄마를 모르고 나도 그런 엄마가 아닌데도 그 신화는 존재한다. 대체 어디서 시작된 신화냐고 따져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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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사람이기 위해서는 존재가 인정되어야 하는데, 역할만 강조된 사회에는 사람이 드물다. 그러니 봄인들 꽃피울 수 있을까. 구경이나 할 뿐. 그러다가 금새 꽃은 진다. 다시 피는 날이 오더라도 역시 구경이나 할 뿐. 꽃을 피울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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