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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N
  • 아무튼, 비건
  • 김한민
  • 10,800원 (10%600)
  • 2018-11-22
  • : 5,293
책을 알게되고 구입하기까지 한참, 구입하고 읽기까지 한참 걸렸다. 두려워서 알고 난 후엔 계속 귀에 들려왔고 구입한 후에 계속 눈에 띄었는데도 이렇게 시간이 걸렸다. 앉은자리에서 읽어내려가며 울고 화내고 다짐하고 원망하고 자책하다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해야할 것들을 생각하며 책장을 덮었다. 새로운 사실이나 충격은 아니었는데도 활자를 통해 재확인하는 것들이 너무 힘겹게 느껴졌다.
‘비건’의 좁은 의미와 넓은 의미, 추구하고 지향하는 삶에 대해 다짐할 수 밖에 없었다. 가죽 제품을 구입하지 않고 모피, 오리털을 피하고 손수건과 텀블러는 꼭 챙기며 점점 더 까다롭게 분리배출하고 일회용품 대신 아주 약간의 번거로움을 참고 배송메세지에 포장최소화를 요구하고 재활용에 신경쓰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는 걸 안다. 지극히 미미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뭐라도 더 해야겠다면서도 식생활을 바꾸진 못했다. 아니, 육식을 선호하지 않는데도 지나치게 까다로운 사람으로 여겨지는 것이 불편했다. 고작 이정도를 실천하는데도 내 주위 가까운 이들이 내 눈치를 본다는 사실을 때론 불편하게 여긴다는 사실을 안다. 그들에게 강제하고 비난하지 않아도 내 태도자체를 거슬려한다는 것도 않다. 계속 움츠러든다. 누구를 비난하고 평가하고 괴롭히려는 마음은 없다. 그저 힘들고 아프고 불안한 마음을 애써 감추고 에두른다. 여기서 더 가면 너무 불편한 사람이 될까봐 조심스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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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방면에 까다롭다. 소비, 환경, 성인지, 언어, 생명권 어느 하나 쉽게 봐지질 않는다. 지향하는 바와 실천 사이가 너무 멀어서 노상 죄책감에 시달린다. ‘아무튼’의 사전적 정의는 ‘어떻게 되어있든’을 전제한다. 일단 어떻게 되어있든 어떤 식으로든 시작해봐야겠다고 지금은 그 작고 작은 다짐 외엔 엄두를 낼 수가 없다. 언젠가 이렇게 실천하고 있고 이런 것들이 참 좋고 저런 것들이 도움이 되었다고 고백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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