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정신>은 책에 대한 책을 말하는 메타북이다. 작가는 도서관 운동을 시작하면서 한국에 불어닥친 운동열풍과 그 방식에 의문을 품었고, 효과를 의심하면서 나름대로 대안을 제시하고 싶었다고 밝힌다. 자기가 보고 듣고 쓰고 싶은 것만 쓰는, 편견 속에서 “해석조차 당대 패러다임에 지배를 받는다”(p.9)고 말하며, 그 패러다임 속에서 즐거운 독서에 대해 말한다. 과연 작가가 말하는 달콤한 독서는 무엇일까?
이 책은 세상을 바꾼 책에 대한 소문과 진실이라는 부제로, 한국출판평론상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절판되어 중고서점에서 비싼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었는데, 2013년 초판 이후 9년 만에 개정증보판이 새로 출간되었다. 작가는 같은 저작물이라도 새로운 번역서가 더 좋다고 판단되면 근거자료를 수정했고, 논리를 뒷받침하는 데이터도 추가했다. 기존에 이 책을 읽었던 독자들도 재독하기를 권한다. 초판에 실렸던 사진 일부 중 더 적절한 내용의 이미지가 있다면, 해상도도 더 높은 것으로 교체하며 수정했다.
작가가 말하는 책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질문 중 ‘고전은 정말 위대한가?’라는 부분이 인상 적이다. 작가는 고전 중의 고전으로 꼽히는 플라톤의 <대화편>중 소크라테스와 공자의 <논어>를 선택해서 어떻게 읽어야 즐거운지 말한다. 특히 ‘비판적 독서’라는 가장 즐거운 방법의 독서 방식을 소개한다. 고전이라고 해서 무조건 읽어야 하는 건 아니며,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라는 것을 책에서 증명한다. 이 책은 소개된 고전을 나쁘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라,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 내 생각을 바꾸게 만드는 책을 무조건 수용하며 억지로 읽는 것이 옳을까에 대해 생각해보길 권한다.
책의 구성은 프랑스대혁명의 지적 기원으로 작용한 포르노소설, 출간 당시 너무 어려워서 읽을 수 없었던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 지배계급의 생각을 대중에게 전파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된 공자의 『논어』와 소크라테스의 『변명』, 학자로서의 입지를 굳히기 위한 수단으로 연구에 희생된 아기들,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에서 우생학을 떠올린 지리학자 골턴 등 고전이라 알려진 책에서 소개하는 지식과 정보에 관한 소문들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첫 번째 이야기인 포르노 소설과 프랑스대혁명 관한 부분이 인상 깊다. 대중 매체가 등장하기 전 그 당시 사람들의 생각을 바꾼 것이 책이라면, 그 당시 프랑스 사람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포르노 소설을 이야기하며 책의 소문과 가치를 말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독서’ ‘책’ ‘고전’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들을 정리해보게 되었다. 특히 고전을 읽으며 나는 나만의 해석을 하고 있는지도 말이다. 고전을 읽으며 타인들이 말하는 진리라고 포장된 것들을 무작정 받아들이려고 한 것은 아닌지 고민해야 한다. 작가가 이 책에서 언급했던 여러 테마들을 다시 곱씹어 가면서 나만의 해석이 담긴 책읽기를 해야겠다. 그게 책의 정신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