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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abee0909님의 서재

신흥 부르주아지는 민주주의의 간판을 이용하여 노동자 농민의 등을 어루만지고 경제적으로 유력한 봉건 귀족과 악수를 하는 동시에 지식 계급을 대량으로 주문하였다.
(…)
유자천금遺子千金이 불여교자일권서不如敎子一券書¹라는 봉건시대의 진리가 자유주의의 세례를 받아 일단의 더 발전된 얼굴로 민중을 열광시켰다.
(…)
"가르쳐라. 논밭을 팔고 집을 팔아서라도 가르쳐라. 그나마도 못하면 고학이라도 해야 한다."
(…)
갈돕회²가 생겨 갈돕만주 외우는 소리³가 서울의 신풍경을 이루었고 일반은 고학생을 존경하였다.



1) 자식한테 천금의 돈을 남기는 것보다 한 권의 책을 가르치는 게 낫다.
2) 1921년 여름 창단된 고학생들의 자치단.
3) 갈돕회에서 팔던 만주를 사라고 외치는 소리.

(레디메이드 인생 中)
그리하여 부르주아지는 ‘가보‘¹를 잡고, 공부한 일부의 지식군은 진주(다섯 끗)를 잡았다.
그러나 노동자와 농민은 무대²를 잡았다.



1) 노름에서 아홉 끗을 이르는 말. 가장 높은 수.
2) 열 끗이나 스무 끗으로 꽉 차서 쓸 끗수가 없어진 경우.

(레디메이드 인생 中)
인텔리…… 인텔리 중에도 아무런 손끝의 기술이 없어 대학이나 전문학교의 졸업 증서 한 장을, 또는 조그마한 보통 상식을 가진 직업 없는 인텔리…… 해마다 천여 명씩 늘어가는 인텔리…… 뱀을 본 것은 이들 인텔리다.

부르주아지의 모든 기관이 포화 상태가 되어 더 수요가 아니 되니 그들은 결국 꾐을 받아 나무에 올라갔다가 흔들리는 셈이다. 개밥의 도토리다.

인텔리가 아니 되었으면 차라리 노동자가 되었을 것인데 인텔리인지라 그 속에는 들어갔다가도 도로 달아 나오는 것이 구십구 퍼센트다. 그 나머지는 모두 어깨가 축 처진 무직 인텔리요, 무기력한 문화 예비군 속에서 푸른 한숨만 쉬는 초상집의 주인 없는 개들이다. 레디메이드 인생이다.

(레디메이드 인생 中)
"레디메이드 인생이 비로소 겨우 임자를 만나 팔리었구나."

(레디메이드 인생 中)
내 이상과 계획은 이렇거든요.
(…)
그리고 내지 여자한테 장가만 드는 게 아니라 성명도 내지인 성명으로 갈고 집도 내지인 집에서 살고 옷도 내지 옷을 입고 밥도 내지식으로 먹고 아이들도 내지인 이름을 지어서 내지인 학교에 보내고…….

(치숙痴叔 中)
"너는 칠전팔기해서 성공한 몇 사람만 보았지, 여덟 번 일어섰다가 아홉 번째 가서 영영 쓰러지구는 다시 일지 못한 숱한 사람이 있는 건 모르는구나?"

(치숙痴叔 中)
가느다란 등잔불이 흔들릴 때마다 아랫목 벽에는 노장의 검은 그림자가 커다랗게 얼씬거린다.
(…)
"여든둘…… 그러니 칠십 년이군! 칠십 년이군, 칠십 년. 일 세기 가까운 순정!"
(…)
아랫목 벽에 어린 노장의 꼼짝도 않는 그림자가 호올로 얼씬거린다.

(두 순정純情 中)
"천민! 속물! 세상이 곤두서는 데는 태평이면서, 옷 좀 거꾸로 입은 건 저대지 야단이야."

(소망少妄 中)
사람이 죽는다는 것도 아무리 애석한 소죽음일값에 가령 병이 들어 한동안 신고를 하든지 했다면야 주위의 사람도 최악의 경우를 신경의 단련이라고 할까, 여유라고 할까, 아무튼 일시에 큰 격동을 받지 않고 종용 자약하게 임할 수가 있는 것이지만 이는 전연 상상도 못할 불의지변이어서, 무심코 앉았다가 별안간 당한 일이고 보니 사망 그것에 대한 애통은 다음에 할 말이요, 먼점 심장이 받은 심리적 타격이 대단했던 것이다.

(패배자敗北者의 무덤 中)
다시금 든든한 돛을 만들어 달고 강풍이 불어치는 바다로 달릴 의욕은 불타오르나 그에게는 그러한 돛을 만들 힘―체력이 없었다. 천지에 바다와 맞붙어 단판씨름을 않고는 살 수가 없는 판박이 뱃사람이 아니라 거기 어디 되는 대로 주저앉아도 넉넉한 팔자, 이것이 그의 타고난 불리한 약점이었던 것이다.

(패배자敗北者의 무덤 中)
사람은 죽은 이를 무정하다고 하지만 오히려 살아남은 인간이 무정한 게 아닌가 싶으다.

(패배자敗北者의 무덤 中)
맹 순사는, 나도 제발 그런 거리가 하나 걸렸으면…… 하다 못해 집 한 채 살 거리라도 좀 걸렸으면…… 하고 초조와 더불어 연방 그런 구멍을 여새겨 보았다. 그러나 어인 일인지, 한 번도 걸리는 적이 없었다. 그래서 끝내야 쓰레기판만 뒤지다가, 소위 청백한 채로 칼을 풀어놓고 말았다.

큰 덩치를 먹을 욕심과 기대가 있기는 하였으나, 그 의사는 문제가 아니었다. 아무튼지 큰 것을 먹지 아니하였으니, 따라서 부자가 되지를 아니하였으니, 나는 청백하였노라, 이것이 맹 순사의 청백관이었다.

(맹 순사 中)
노예도 노예 이전이면 상전을 선택할 자유를 가지는 수도 있다고.

(미스터 방 中)
"그렇지만서두 난 누구들처럼 정신적 매음은 한 일 없어. 민족을 팔아먹구, 민족의 자손까지 팔아먹는 민족적 정신 매음은 아니했어. 더럽기루 들면 누가 정말 더럴꾸?"

(낙조落照 中)
나는 하루아침 잠이 깨어 수렁 가운데에 들어섰는 나 자신을 발견하였다. 한정 없이 술술 자꾸만 미끄러져 들어가는 대일협력자라는 수령.

정강이까지는 벌써 미끄러져 들어가 있었다. 그러나 시방이라면 빠져나올 수 없는 것도 아니었다.

만일 이때에 빠져나오지 않는다면, 정강이에서 그다음 너벅다리로, 너벅다리에서 배꼽으로, 배꼽에서 가슴패기로, 모가지로 이마로, 그리고는 영영 퐁당…… 하고 마는 것이었다.

(민족의 죄인 中)
또 정강이께서 미리 도피를 하여 나왔다고 배꼽이나 가슴패기까지 찼던 이보다 자랑스럴 것도 없는 것이었다. 가사 발목께서 도피를 하여 나오고 말았다고 하더라도 대일협력이라는 불결한 진흙이 살에 가 묻었기는 일반인 것이었다. 그러므로 정강이까지 들어갔으나 발목까지만 들어갔으나 훨씬 가슴패기까지 들어갔으나 죄상의 양에 다소는 있을지언정 죄의 표지에 농담濃淡이 유난히 두드러질 것은 없는 것이었다.

(민족의 죄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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