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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자책] 말테의 수기 - 문예 세계문학선 041
  • 라이너 마리아 릴케
  • 4,500원 (220)
  • 2013-04-19
  • : 195
『말테의 수기』

▪︎원서명: 《Die Aufzeichnungen des Malte Laurids Brigge》(말테 라우리스 브리게 수기)(1910)
▪︎라이너 마리아 릴케(Rainer Maria Rilke, 본명: 레네 카를 빌헬름 요한 요제프 마리아 릴케([레나토 가롤로 굴리엘모 요한 요셉 마리아 릴케]René Karl Wilhelm Johann Josef Maria Rilke, 1875-1926) 지음/박환덕(1933~) 옮김, 문예 세계문학선 41, 문예출판사 펴냄, 교보문고 이펍전자책,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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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묵상글을 보내주는 어느 분이 그저께 글에서 죽음과 연관하여 언급한 것을 보고 다시 찾아 읽었다. 나나 그분이나 처음 읽었던 적이 아마 마흔 해는 족히 지났으리라 싶다. 나는 밀어 제쳐두었다가 망각하는 혜택을 입었고 그분은 불러내어 묵상 실마리로 삼는 해석의 은사를 받았다. 처음 읽었던 이십 대 당시에는 사회에 내던져진 내 이야기처럼 공감했고 무엇을 썼는지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나도 같이 썼다. 다시 읽는 지금은 낯선 도시 원룸에서 외로움과 불안감을 떨쳐버리려는 스물여덟 남자 청년 무명 시인이 살고자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보았다.

시대를 불문하고 미래란 항상 불투명하지 않은가. 호호 불며 닦아 먼지 한 점 없는 깨끗한 유리창이지만 바깥쪽은 손쓸 수 없는 먼지가 켜켜이 쌓여 내다 보이지 않는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기보다 없다는 말이 제격이다. 있으리라는 희망이 없다면 창문을 열 수 없다.어렸을 적 겪은 어머니와 외할아버지의 죽음, 죽은 이를 보던 환영, 아버지 죽음에 이어 쓸쓸히 맞으리라 예상하는 자신의 죽음이 두렵다. 꾸밈없이 솔직하다.

말테에게는 쓰는 것만이 두려움을 떨칠 길이고 방법이었다. 사물과 인물을 섬세하게 묘사하며 쓰는 것이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는 처방이었다. 잊혀지는 기억 흐름을 쓰기로 되살렸다. 예민하고 불안하고 외롭기에 쓸 것이 보였다.

다시 읽고 나니 프루스트를 만나면 잃어버린 시간도 되찾을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아주 조금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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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권 읽고나서, 문단 하나 고르기▪︎
˝
내가 이미 말했던가? 보는 것을 배우고 있다고. 그렇다. 나는 눈을 뜨기 시작했다. 아직은 서투르나, 그러나 부지런히 수업하리라.
예를 들면 나는 오늘날까지, 누구나 여러 개의 얼굴을 갖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몇억이라는 인간이 살고 있으나, 얼굴은 그것보다도 훨씬 더 많다. 누구나 여러 개의 얼굴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해 동안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사람도 있지만, 물론 그러한 얼굴은 상처투성이가 되고 더러워지고 주름이 잡혀, 여행 중에 끼고 있던 장갑처럼 느슨해져버린다. 그들은 검소하고 단순한 사람들이다. 이와 같은 사람은 얼굴을 바꾸지 않고 한 번도 씻지를 않는다.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느냐고 주장을 하나, 그 누구도 반증해 보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들도 얼굴을 네다섯 개씩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의문이 생긴다. 사용하지 않는 얼굴은 어떻게 하는가? 그들은 그것을 쟁여두고 있는 것이다. 자기 자식들에게 그 얼굴을 씌우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또 그들이 기르는 개가 그 얼굴을 쓰고 외출할 경우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조금도 이상스럽지는 않다. 얼굴은 여하튼 얼굴이니까.
그런데 또 무서울 정도로 차례차례 재빨리 얼굴을 바꿔, 금방 낡아버리게 만드는 사람들도 있다. 처음에는 아무리 바꾸어도 없어질 것 같지 않다가 40세를 전후해서 이미 최후의 얼굴에 이르러버린다. 물론 이 얼굴에도 특유의 비극이 생긴다. 이러한 사람들은 얼굴을 소중하게 여기는 데 익숙하지 못하다. 일주일이 채 못 되어 최후의 얼굴도 쪼개지고, 구멍 뚫리고, 여기저기가 종이처럼 얇아지고, 차츰 얼굴도 뭣도 아닌 살갗이 나온다. 그들은 그, 얼굴이 아닌 얼굴을 달고 돌아다니는 셈이다.
-「1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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