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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essing94님의 서재
  • 야구를 부탁해
  • 오쿠다 히데오
  • 11,520원 (10%640)
  • 2011-07-06
  • : 671

책을 주문하고 읽으면서 두 가지 착각에 빠져 있었다. 첫째는 이 책이 단편 소설 모음집이라고 생각했던 것이었고, 둘째는 오쿠다 히데오가 아니라 하루키 책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전자야 그럴 수 있다. 왜냐하면 종종 그런 실수를 저지르기 때문이다. 장편인 줄 알고 샀는데 보니 단편집이었다든지, 소설인 줄 알고 샀는데 에세이였다든지 등등 책을 사다 보면 자주는 아니지만 그런 당황스러운 경험을 가끔 하게 된다.

하지만 이 책을 보고서는 “아! 공중그네, 마돈나 등등의 오쿠다 히데오!” 하고는 책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머릿속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이미지를 그리고 있었다. 하루키를 생각하고 글을 읽다 보니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행동이나 글체가 하루키의 것이 아닌 듯했기 때문이다. 고백하건대 첫 에피소드인 베이징올림픽이 거의 끝날 때쯤에서야 “하루키가 아니라 오쿠다 히데오”라는 것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었다. 이런 경우는 정말 처음이었다.


어쨌든, <야구를 부탁해>는 한마디로 오쿠다 히데오의 ‘견문록’이다. 첫 번째 에피소드는 베이징 올림픽 야구(물론 다른 종목에 대한 언급도 한다)에 대해, 두 번째 에피소드는 뉴욕과 뉴욕 양키스에 대해, 세 번째 에피소드는 센다이에 새롭게 둥지를 튼 라쿠텐 야구에 대해(아마 센다이 시가 이번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지역이지 싶다), 그다음은 후지 록페스티벌에 대해, 또 그다음은 만국박람회에 대해 등등 이것저것 보고 듣고 생각한 바를 견문록 형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이 책의 제목 “야구를 부탁해”는 세 번째 에피소드의 제목이기도 하다.


가장 아쉬운 것은 첫 번째 에피소드다. 우리에게는 전승우승의 감격이 있었던 베이징 올림픽 야구를 오쿠다 히데오가 직접 보면서 쓴 이 에피소드는 글이 너무 평이하면서도 산만하다. 게다가 야구에 대해서도 좀 더 자세하게 다룬다거나, 당시 상황이나 분위기를 좀 더 꼼꼼히 표현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런 성의도 없었다. 자국(일본) 선수를 제외하곤 이승엽 정도밖에 이름도 모르는 듯했다. 그냥 눈에 보이는 대로 갈겨 쓴 글이랄까? 하긴, 출판사(잡지사?)의 기획에 의해 베이징 올림픽을 구경 가 의무적으로 쓴 글이니 오죽할까 싶긴 하다.

뉴욕에 대한 이야기나 라쿠텐 야구 이야기는 그나마 좀 낫다. 하지만 센다이 구장에서 4월 영상 4~5도에 야구를 관람하다가 추워서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라는 부분을 읽으면서는 이 사람이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긴 한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공중그네나 남쪽으로 튀어, 걸, 마돈나(이 책들이 내가 읽은 오쿠다 책의 전부다) 등등에서 볼 수 있는 톡톡 튀는 문장이나 표현들은 건재하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다. 그다지 감동도, 여운도, 교훈도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소설가는 소설을 써야 하나 보다.

후회되는 것은 오쿠다 히데오의 <야구장 습격사건>도 샀는데 이 역시 소설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아 이 책을 읽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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