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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지원
  • 박지원
  • 20,700원 (10%1,150)
  • 2026-02-20
  • : 220

연암 박지원은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 양반과는 사뭇 다른 점이 많다. 혼란과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여야 했던 조선후기의 시대적 배경을 감안했을 때 그의 특별함은 더욱 빛이 났다. 이처럼 새로운 변화의 물결이 밀려오던 시대적 격변기에 딱 어울리는 사람, 연암은 한마디로 ‘변화, 혁신, 개방, 평등, 포용 등의 아이콘이다. 이런 사람의 이야기를 창비의 한국사상가 시리즈를 통해 다시 접할 수 있어 감사했다.

 

먼저 이 책의 제목은 박지원_글쓰기의 혁신과 새세상 만들기다. 총 6장으로 박지원의 인간적인 면과 사람들과의 관계, 열하일기를 통한 세계관, 사유의 전환과 인식론, 글쓰기, 변혁사상 등을 글의 작품 84편을 통해 정리했다. 그의 글을 편집하고 우리 독자들이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해설해주신 분은 김혈조교수다.

 

전체 내용을 다 적기보다는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 맞춰 책 내용에 나오는 허생이야기와 범의 호통에 관련된 내용을 적어본다.

 

먼저 <허생이야기>는 최근의 국제적 시사 현안과 맞물려 나에게 매우 강렬한 시사점을 주었다. 요즘 글로벌 전쟁 여파로 유가가 폭등하면서 민생 경제가 큰 위기를 맞이했고, 이에 이재명 정부가 시장 교란을 막기 위해 매점매석 행위에 강하게 대응하는 뉴스를 연일 접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허생이 과일과 말총을 독점해 조선의 시장을 뒤흔드는 장면을 읽으니 그 파급효과가 더욱 절실하게 와닿았다. 허생의 매점매석은 규모 면에서는 작았을지 몰라도, 국가의 기초 유통망과 필수 물품 한 가지만 통제해도 나라 전체의 경제와 민생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날카롭게 폭로한다. 연암은 허생이라는 인물을 통해 당대 양반들의 무능함을 꾸짖는 것을 넘어, '유통과 경제 구조의 취약성'이 백성들의 삶에 미치는 도미노 타격을 천재적으로 예견했던 것이다. 역사는 흐르지만 인간의 탐욕과 경제의 원리는 변하지 않는다는 엄연한 사실을 오래된 고전을 통해 다시금 깨달았다.

 

이어진 <범의 호통>은 나에게 또 다른 차원의 충격과 성찰을 안겨주었다. 소설 속에서 범이 인간의 위선과 추잡함을 조목조목 지적하는 장면을 보며, 그동안 인간 중심적인 시선에서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무참히 깨져나갔다. 범의 시선에 비친 인간은 부끄러움과 숙연함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특히 개미와 벌처럼 아주 작은 생물조차도 제 직분에 충실하며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데, 만물의 영장이라 자부하는 인간은 도덕을 읊조리며 뒤로는 온갖 이기심과 오만함을 부린다는 지적은 뼈아팠다. 연암의 세밀한 자연 관찰이 없었다면 어려웠을 이 내용은 오늘날 우리가 자연과 이웃을 대하는 태도에 여전히 유효한 경종을 울린다. 전쟁과 위기 속에서도 자기 이익만을 탐하는 현대의 매점매석 행위 역시, 결국 범이 호통쳤던 그 인간의 오만함과 이기심의 연장선이 아닐까.

 

책에 실린 연암의 글들은 단순히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 길 위에서 타인에게 전해 들은 일화나 길거리의 거친 글들을 소재 삼아, 자신만의 독창적인 시각과 서체로 완전히 새로이 가공해 낸 창작물들이다. 평범한 소재를 가져와 시대의 모순을 꿰뚫는 사상적 무기로 삼았다는 점에서, 그가 왜 ‘글쓰기의 혁신가’이자 ‘새 세상을 꿈꾼 사상가’인지를 명확히 알 수 있었다.

당연하다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았고, 낮은 곳을 둘러보면 포용하는 정신, 그리고 다른 면을 볼 수 있는 사유의 전환점 등 세상의 다양한 곳과 소통이 가능했기에 나온 결과라서 더욱 혁신가처럼 보인다. 그 예전 사람이고 이미 지나간 이야기들이지만 지금 현재에 생생하게 다가오며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 역사의 재미라 생각한다. 과거를 통해 현재를 반추해볼 수 있고 내일을 계획할 수 있으니 고전의 깊은 맛이 이런 것인가 싶다.

 

시대를 뛰어넘는 고전의 힘을 느끼게 해 준 이 책을, 오늘날 복잡한 사회적 갈등과 경제적 위기 속에서 '틀을 깨는 사유'가 필요한 모든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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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 박지원은 문인이다.-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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