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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하자."
식탁 위에 불을 밝혀둔 긴 촛대 앞에서 엄마가 눈을 감았다. 어쨌든 크리스마스는 예수님의 생일이었으니까. 고등학생 때까지교회를 다녔지만 스무 살 이후로는 교회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았던 엄마는 신을 통해서 언니의 죽음을 이해하고 무언가를 극복할수 있을 거라고 믿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신을 통해서는 아무것도 이해할 수도, 극복할 수도 없을 거라고 은밀히 생각하고 있었다. 신이 존재한다면 그렇게 잔혹한 방식으로 언니가 죽을 수는없었다.- P47
언니, 라는 단어를 입 밖으로 발음했다. 일주일만 지나면 해가 바뀌고 나는 언니와 동갑이 될 것이었다. 그리고 일 년 후부터는 내가 언니의 언니가 될 것이었다. 언니가 살아보지 못한 나이를 나 혼자 살게 된다는 사실을 견딜 수 없었지만 그 역시 엄마에게도 아빠에게도 물론 해나에게도 말할 수는 없었다. 그러므로 그당시 나에게는 거짓말밖에는 할 것이 없었다.- 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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