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희경, 작가를 처음 접한 건 <새의 선물> 이라는 책으로였다.
엄마가 워낙 책을 좋아하는지라 분명 집에서 봤던 기억이 있는 제목이었는데, '촌스럽고 고지식한 우리 엄마가 읽는 책', 이라는 편견(?) 때문이지 선뜻 집어들기가 어려웠었다.
그러던 어느 날, 수업도 빼 먹고 도서관에서 빈둥거리면 돌아다니던 중에 <새의 선물> 이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엄마랑 대판 싸워서였던가, 아니면 남자친구와 헤어져서였던가, 하여간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던 시기였던 걸로 기억한다. 외롭고 쓸쓸해 보이는 그 표지를 집어들고, 햇살 좋은 자리에 가 앉아 한줄 두줄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읽을수록 놓을 수가 없었다.
스무살도 더 먹은 나보다 훨씬 더 어른스러운, 진희라는 아이에게 빠져서 (진희 맞겠지//?^^;; 오래되서;;)는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며, 그 하루를 다 보내버렸다.
그게 벌써 10년 전 일이다.
우리 엄마가 <새의 선물>을 읽고, 대학 초년의 내가 <새의 선물> 을 읽었다.
그 책이 처음 출간된 게 1995년이라고 하니 벌써 20년 전 일이다. 어쩌면, 그때 나는 은희경 작가에 대해 그런 생각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엄마와 나를 이어준 사람. 우리 둘 사이에는 한마디 말도 없었지만, 그저 글자와 글자 사이의 간격,만으로 20년을 살면서도 서로에
대해 잘 몰랐던 엄마와 나를 , 아주 조금 더 가깝게 이어준. 그런.
그렇게, 은희경 작가에 대한 고마움과 존경스러움? 등의 여러 감정을 갖게 된 것 같다.
그리고 2014년. 그간 출간된 은희경 작가의 다양한 장,단편 소설이 있지만- 웬지 모르게 이번 책은
느낌이 달랐다. 그 이유 중에 하나는 도서 소개문에서 읽은 '눈송이 연작'이라는 단어 때문이었다.
워낙에 연작소설,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나이기도 하지만, '눈송이 연작'이라는 단어가
너무 예쁘게 들려서, 당장 읽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
지금, 이 책을 다 읽은 소감은, 기대한 것보다- 훨씬 더 좋다는 생각.
그간 은희경 작가의 책이 대개 냉소적이고, 차갑고, 무뚝뚝한. 그런 느낌이었다면,
이 책은. 냉소적이고, 차갑고, 무뚝뚝한 와중에도- 따뜻한 눈송이를 기대하게 만드는.
차갑고 금방 사라져버릴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그 안에 따스함을 지닌-
그런 눈송이 말이다.
그리고, 어쩌면 이 책이.
제목처럼,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 가 되기를 꿈꾸는.
바라는. 기대하는. 어쩌면, 우리에게 꼭 필요한. 그런 책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