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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빵빵 House!
  • 결혼한 여자에게 보여주고 싶은 그림
  • 김진희
  • 13,110원 (5%550)
  • 2013-05-02
  • : 611

결혼한 지 이제 겨우 6개월.

결혼 생활,에 조금은 익숙해졌나보다, 싶다가도

 

설거지를 하다가 벗겨진 매니큐어를 보면 그렇게 마음이 아프고(ㅋㅋ)

신랑 셔츠에 때가 깨!끗!하게 빠진 걸 보고 기뻐하는 나를 보면 (조금은) 착찹하고;

변기를 쓱싹쓱싹 닦아대면서도 전혀 더럽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나를 보면 .

그저 헛웃음만 나온다. 허허.

 

나 역시 결혼한 여자건만. 제목을 보자마자, 결혼한 여자에게 필요한 건 뭘까. 결혼한 여자가 원하는 건 뭘까.어떤 그림을 보여주고, 무슨 말을 해 줄까. 정말 궁금했다.

첫 장을 펼치면서, 아마, 나조차도 모를, 나에게 필요한 무언가가 있을지 모른다는, 그런 생각이 얼핏 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정확했다.

 

책을 보는 내내, 너무나도 솔직한, 이게 책인지, 내 친구의 메일인지, 구분되지 않을 만큼

현실적이고 남 일 같지 않은 사건들 덕분에,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어떻게 됐을까? 이 글에 어떤 그림을 보여줄까?

이런 생각들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결혼생활 10년차, 나보다 훨-씬 언니.인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나도 이런 일을 겪을 수 있겠구나, 나도 이런 감정을 겪을 수 있겠구나,

그럴 때 나는 누구한테 이런 얘기를 할 수 있을까? ...

누구한테라도, 나의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을까?

...

 

이 책은 그런 책이다.

결혼을 했고, 결혼을 했기 때문에 당연히 행복할 것이라고 '여겨지는' 그런 여자들이

봐야하는 책. 물론, 대부분 행복하고 즐거운 삶이지만, 가끔. 내가 힘들 때, 힘들다고 말하고

싶을 때, 혹은 나처럼 힘든 사람이 어디 또 있을까? 하는 마음에 기분이 울적할 때.

읽어야 하는 책이다.

 

친구와도 이야기 할 수 없는 나만의 고민들,을 작가가 먼저 이야기하고,

 

나도 이랬어, 너의 그 고민들도 당연한 거야, 힘내.

 

라며 예쁜 그림과 함께 따뜻한 위로를 건네주는. 그런 책이다.

읽으면서 너무 좋았던 문장들이 많아.. 조금 소개한다.

많은 사람들이 읽고, 위로받고, 나의 아픔이, 나만의 아픔이 아님을 알게되길 바란다.

 

 

p 19
결혼을 결심한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그러나 휴가를 떠났다가 돌아오지 못하고 낯선 곳을 삶의 터전 삼아 살아가는 사람들처럼,

새로운 세상에서의 새로운 삶에 대한 두려움을 압도하는 무엇인가가

결국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을 하도록 용기를 준다.

 

이성의 힘으로 분별하기 어려운 그것은 환한 기쁨 같은 것, 그리고 따뜻한 그 무엇이다.

서로가 내민 손을 잡았을 때, 델 것처럼 뜨거운 진심뿐인 마음을 받았을 때,

우리는 지금까지 자신이 똑바로 서서 직진하고 있던 것이 아니라

살짝 기울어진 채 알지 못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p 31
윤이 나는 새 숟가락 두 개만이 신혼집 살림의 전부는 아니다.
각자 들고 온 두 권의 낡은 앨범과

그 속에 들어 있는 사진 한 장 한장이 지닌 사연과 의미를

이해하는 것부터 진정한 세간 장만의 시작이다.

 

나를 만나기 전까지 상대가 살아온 시간의 흔적과 기억,

그리고 그로 인해 생긴 습관과 상처의 골을 알아주고 보듬어주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서는 진정한 부부가 될 수 없다.


p 43
남편은 술에 취하지 않으면 속내를 잘 털어놓지 못한다.

그렇게 자라도록 교육받았기 때문이다.

어렴풋이나마 남편의 속을 엿보게 된 나는 곰살궂은 아내는 못 되도

가끔 남편의 마음을 슬쩍 알아주는 척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덧 조금은 가까이 마주하게 되고

문득 내가 좋은 아내가 된 것 같은 착각을 하기도 한다.


마음을 전하는 데 말 같은 것은 필요하지 않은 순간이 있다.
남편의 신발을 신어보았던 그 다음 날 아침,

나는 이른 새벽 갓 지은 밥을 식탁에 내놓는 것으로 마음을 대신했다.

남편이 그 마음을 몰라도 상관없다. 언젠가 알게 되는 날이 올 것이다.

그것이 부부의 마음이리라.

 

p 50
지난 시간 때로 서로에게 기대하며 대개는 서로를 견디며
매끄럽지 못하고 삐거덕거리는 부부라는 수레의 바퀴를 함께 몰아왔지만
마지막을 생각하면 문득 남편의 존재가 새롭다.
우리는 서로를 어떤 모습으로 기억할까.


p 60
결혼은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않는다.

각자의 기대는 어긋날 수밖에 없으며, 애당초 그 기대란 것은

현실 밖 수많은 우연의 결과가 낳은 환상으로부터 온 것이다.

 

결혼은 오히려 발에 맞지 않는 신발 같은 것이리라.

고통 속에서도 쉽사리 벗어던질 수도 구겨버릴 수도 없는 그런 것 말이다.

 

배우자는 생각보다 깐깐하고 방탕하거나 게으르고,

의외로 도덕적이지 못하고 냉정하고 자기 자신밖에 모르는,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없는 사람이기 쉽다.


p 73
부부의 연이 맺어졌을 때, 그때 우리 부부 두 손에 주어졌던 작은 씨앗들은

지금 어떤 꽃을 피웠을까. 아직 꽃을 피우지 못했다면 노력해볼 수 있어 다행이다.

반평생을 함께 한 부부 사이에 남은 것이 한 번 피어보지도 못하고

딱딱하게 말라버린 까만 씨앗 한 움큼이라면 그 삶은 너무 안타깝다.

 

p 77
결혼은 새로운 도시로 여행을 떠나는 것과 같을지도 모른다.
전혀 모르는 언어를 쓰는 나라로, 전혀 다른 기후의 나라로,

그리고 전혀 다른 사람들이 살고 있는 나라로 떠난 여행.

 

가끔 나는 결혼이란 집으로 돌아가기엔 너무 늦어 이미 여행지도 아닌 낯선 땅에서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어느 날은 낙담하여 포기하고 싶기도 하지만 끝이라는 과정을 언제까지나 미루게 되는 것이

이 여행을 끝내지 않는 구실인 것 같다.


p 93
세상에는 기대라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것들이 몇 가지 있는데,

결혼 역시 그중 하나인 것 같다.
훌륭한 야구선수가 되려면 혹독한 훈련과정을 거쳐야 하듯,

결혼생활의 마운드에서도 지독한 훈련은 예외를 모르는 듯하다.

 

그러므로 쉽게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결혼이라는 게임이다.
당신은 지금 몇 회말 투수인가?

 

p 99
엄마가 되기 전 내가 ‘환희’라는 말을 알고 있었을까?

엄마를 사랑하느냐고 물으면 고개를 갸우뚱하고 수줍은 얼굴을 하는 아이를 알기 전에,

가을 저녁 나무 아래에서 그네를 밀어주는 엄마에게 행복을 고백하는 아이를 알기 전에,

내게 ‘행복’이나 ‘기쁨’ 같은 말들이 진정 의미가 있던 것이었을까?

 

오늘도 나는 잠든 아이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나의 몸 안에 함께 살고 있다가 세상으로 나온 두 발을 어루만져본다.


“내가 정말 너 때문에 못 살아” 하고 소리 지르며 하루에도 몇 번씩 높은 곳에 올라간 아이를

끌어내리고, 어질러놓은 장난감들을 모으면서도 잠든 녀석을 바라보기만 해도 흐뭇한 것을 보면 내 이름은 이제 엄마가 맞는 것 같다.

아이 때문에 울고, 아이 때문에 나는 웃는다.


p 115
엄마의 맛은 그리움이다. 한 입 먹으면 추억 속으로,

또 한 입 먹으면 어느새 엄마의 품속으로 간다.

그래서일까. 나는 우리 엄마의 맛 앞에서 언제나 기꺼이 항복하고 기꺼이 즐겁다.

 

그것이 없다면 늘 힘에 부치는 수레처럼 무거운 내 삶을 어떻게 끌고 갈지 자신이 없다.

 

p 172
“당신은 엄마이고 가정주부인데, 왜 다른 정체성이 필요한가?” 하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누구의 엄마와 누구의 아내인 것이 전부가 되어버린 평범한 결혼생활은

내게 정체성의 혼란이라는 어둡고 무거운 과제를 던져주었다.

 

엄마, 주부, 그리고 나의 교차점을 찾다 보면 점점 각각의 크기를 비교하게 되고,

비례를 맞추려 들면 문제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랜덤으로 조각을 맞춰 익숙한 그림을 완성하려는 사람처럼,

나는 아침마다 퍼즐 상자를 열고 바로 좌절하기를 반복했다.

누가 내게 답을 알려주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p 227

친정 엄마는 엄마와 아내로서의 자리를 지키면서 평생을 살았다.
어쩌다 엄마도 여자라는 사실을 얼핏 알게 됐을 때 그 모습이 몹시 낯설었을 정도로

엄마의 삶에 자기 자신이란 없었다. 엄마였다면 선잠에서 깨어 바라본 도로 표지판의

선명한 화살표 따위에 흔들리는 일은 없었으리라.

 

혹여 그랬어도 엄마는 절대로 그것을 의지화하여 가족에게서 벗어나지 않았으리라.

그러나 나는 엄마로서, 아내로서, 동시에 나로서 살아가고 싶다.

갈래로 나뉜 길 위에 서게 되어도 나아갈 방향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고 살아가고 싶다.

 

어차피 인생의 무대에서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역할이 많다면

나는 그 모든 것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싶다.

 

p 252
만약 누군가 자신에게로 통하는 자신만의 삶을 살고 싶어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등을 밀어주고 손을 잡아줄 것이다.
어느 날 밭에 가서 다 시든 것처럼 보이는 잎사귀 더미를 당겨보라.
새빨간 당근이 쑥 하고 올라와 당신을 놀라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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