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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의 로마서 강해
253쪽
 나는 종교혁명을 원한다. 나의 언사에는 일체 금기가 없다. 종교문제는 근원적으로 금기의 대상이 아니다. 지금 우리사회의 진보를 가장 크게 가로막고 있는 것이 바로 기독교세력이다. 올해부터 통계숫자상으로 기독교인구가불교인구를 넘어섰다는데, 종교인구는 전체적으로 줄고 있지만 기독교인구의 비례는 늘어난 것이다.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다. 그만큼 시대흐름을 선취하지 못하는 복합적인 원인으로 불교의 위축이 심한 것이다. 그러나 기독교가제아무리 우리사회의 권력상층부를 장악하고 있다 해도 오늘의 타락상은 결국 교계 자체를 소돔과 고모라로 휘몰아가고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의 최초의 기독교모임은 1779년 겨울 천진암天眞庵 주어사走魚寺에서 열린 세미나였다.
이 세미나에 참여한 사람은 이벽(25세), 정약용(17세), 정약종(19세), 정야전(21세), 이승훈(23세), 이총억(14세), 권철신(44세) 등 주로 10대와 20대의젊은이들이었다. 이들은 기독교라는 신사조를 알기 위해 일을 동안 숙식을 같이하면서 『천주실의』 등 관련서적을 읽었는데, 주자의 책과 장재張載,
1020~1077(북송의 대사상가로서 주자의 선하)의 『서명西銘』 등을 같이 읽었다.
이들은 모두 성호星湖 이익李漢, 1681∼1763의 제자들이었다. 성호는 판토하Diego de Pantoja, 1571~1618(스페인 출신의 중국에서 선교활동한 제수이트, 북경에서마테오 리치를 보좌함) 신부의 선교책자인 『칠극七克』을 읽고 극기복례克己復禮의 공정功에 도움이 크다고 생각하였다. 남인의 진취적 사상가였던 그는낡아빠진 유교의 관념 속에만 머물러있을 것이 아니라, 유교적 이상을 달성하는 방편으로 신사조들은 무엇이든지 받아들여도 좋다는 개방적 태도를 견지했던 것이다.
그 후 이 세미나에 참석하였던 이승훈李承薰, 1756~1801이 아버지 서장관이동욱李東都을 따라 북경에 갔다가 프랑스 신부 그라몽Jean de Grammont에게서 영세를 받고 베드로(반석)라는 세례명을 가지고 귀국하여, 서울 수표교부근에 있던 이벽李藥, 1754~1786의 집에서 이벽에게 세례를 줌으로써 조선땅에 최초의 신앙공동체를 이루었다. 이 1784년의 사건을 우리역사에서 조선교회의 창설로 본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조선교회의 창설이 외래 선교사에 의한 외인성外因性의 exogenous 사건이 아니라, 조선의 유학자들이 자신의 내재적 모순을 통하여 스스로 개척해나간 내인성內因性의 endogenous 사건이라는 것이다. 조선의 기독교는 어디까지나 갈릴리 지평의 예수의 소유나,
부활 지평의 바울의 소유가 아니다. 조선의 기독교는 오로지 조선인의 조선역사의 내재적 종교활동일 뿐이다.
내가 이 책을 쓰는 이유는 기독교를 이해시키기 위한 것이다. 대부분의 기도교인들이 기독교를 "이해 하려 들지 않는다. 그냥 믿기만 하려하고, 타인에게 믿음을 강요하는 에반젤리즘을 기준으로 해서 자신의 신앙의 품표를 살으려고 한다. 기독교를 신앙하는 사람은 기독교를 이해하지 않으려는 경향이있다. 이해하게 되면 신앙심이 줄어든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신앙과 이해는 별개의 문제이다. 아무리 열렬한 신앙을 고집해도이해는 신앙을 위해서도 필히 수반되는 과제상황이다. 우리가 살고있는 21세기는, 이미 불트만이 비신화화를 말할 필요도 없이, 역사, 환경, 의식, 일상적삶, 그 모두가 비신화화 되었다. 다시 말해서 까발겨질대로 까발겨진 세기라는 것이다. 이 새로운 세기 속에 기독교는 새로운 신화를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새로운 신화는 반드시 "이해"를 바탕으로 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해란 무전제적인 토론을 의미하는 것이다. 기독교인이 나와 토론하는것을 거부한다면 그들은 점점 독단의 굴레 속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들이꾸며가는 사회는 KKK나 트럼프류의 독단과 광포를 지향해갈 수밖에 없다.
한국기독교는 기껏해야 200년밖에 안된다. 교회는 사람이 가지 않으면 문을닫아야 한다. 장사가 안되면 그만이다. 한국의 기독교가 과연 이 모습대로 앞
‘으로 1세기나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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