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서연이 꿈이 오랜만에 바뀌었다.
피아노 막 배우면서 피아노선생님이 꿈이더니 미술학원 다니면서 미술선생님이었다.
최근에 4행시를 멋지게 짓고 칭찬받더니 시인이 되겠단다.
참 그럴듯해 보이긴 하지만 또 어떻게 바뀔지...
언젠가 서연이가 지은 시가 참 좋았다.
- 버드나무 -
나무에서 분수가 쏟아진다.
초록물이 쏟아진다.
엄마가 문예반 활동한 경험상 시인을 꿈으로 갖는 것도 좋을 듯하다.
최근에 도서관 못가는 죄로 전집을 여러 질 사줬다.
덕분에 마루에 책장도 하나 들였다.
이리저리 책 꽂으니 또 공간이 부족하다.
다시 책장을 들여야 할 형편이다.
열심히 창작동화 전래동화 위인전을 읽던 서연이
어제는 갑자기 이상한 이야기를 한다.
"엄마 난 훌륭한 사람이 못 될것 같아"
아니 이게 왠 패배적인 시각! 깜짝 놀라 상당히 당황했다.
뭐 역사에 길이 남을 위인이야 어디 쉽게 되겠냐만은 어린 아이가 왜 이런 패배적인 말을!!
'왜 그렇게 생각하냐'라는 질문에
"내가 책을 보니까 훌륭한 사람들은 다 가난한 사람들이던데. 난 가난하지 않잖아""나이팅게일은 귀족이었지만"
그렇구나! 이전에 위인들은 다 가난한 사람들로 시작했구나.
지나치게 위인을 만들려다 보니 더 상황을 비참하게 설정한 경우도 있겠고...
"서연아 잘 사는 사람들이 좋은 형편에 위인이 된 경우보다 가난한 상황에서 휼륭한 사람이 된 경우에 더 훌륭해서 책에 나오는 거야. 그런데 책에 나오지 않지만 좋은 형편에 휼륭한 사람이 된 경우도 많단다. 서연이도 휼륭한 사람 될 수 있단다."
"그렇구나"라는 서연.
수긍하는 아이를 보면 안심했지만 씁쓸한 기분...
우리 서연이는 우리가 잘 사는 형편이라 생각하나 보다.
승자독식이라는 대한민국 현실에서 개천에서 용은 이제 안난다.
엄청난 사교육비에 무한경쟁의 구도에서 절대 좋은 형편에 놓여 있지 못한 현실을 알게 되면 우리 서연이는 또 어떤 고민을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