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가 사는 낙은 베드민턴이다.
지지난 학교에서 베드민턴 열풍이 불때 함 배워볼라고 채도 새로 사고 레슨도 받았는데 한달도 안되 둘째를 가지고 그만 뒀다.
그 채가 썩은지 6년째. 볼때마다 저걸 한번 써야 되는데.
맘은 있지만 학교에 강당이 없다보니 계속 미련만 남다가 올해 새로 옮긴 학교가 강당에 베드민턴 동호회까지 있다길래 욕심을 내어봤다.
근데 욕심은 욕심일뿐 다들 날고 기는 선수들이라 내같은 초짜에 운동신경이라고는 전혀 없는 몸치 아줌마가 끼어드는 것은 그 자체로 민폐더라.
성격이 뭘 배우기에 좋은 것이 못되 공이 떨어지면 미안해하고 더욱 안으로 소극적이 되는 편이라 기냥 아이들 사이에서 동네 베드민턴만 쳤다.
점심시간마다 아이들 꼬드겨서 채도 일부러 집에서 갖다주고 놀았다.
근데 이놈들이 날아다니는 독수리마냥 마구 스매싱에 선생님 공 맞추는 재미를 즐기는 지라 오기가 생겼다.
그래 내가 수련받아 너희들을 평정하리라.
작년 레슨때 마음에 상처만 받고 탈락했던 자칭 운동치 여교사들을 끌어모아 겨우 레슨반을 조직했다.
이게 웬떡이냐! 강사가 20대 중반에 잘생긴 미남에 친절하기까지 하다.
일단 출발 좋게 월수금 점심시간마다 레슨을 받았다.
진짜 우리 스스로도 우리 자세를 못봐주겠다.
강사 선생님 착하기도 하지.
그리 못하는 우리 여교사들을 일일히 격려 해주신다.
그러면서 연신 "허허허 운동 많이 하셔야 겠어요"
"춤을 춰도 예쁘게 춰야지요" ㅠ.ㅠ.
그렇게 우리의 수련은 계속 되었다.
난 한번 빠지면 뿌리를 뽑는다.
강습없는 날엔 거울보면서 누가 봐도 저게 현대무용이가 고전무용이가 할 자세를 열심히 자습한다.
처음 몇 주는 숨이 턱에 차서 딱 죽을 것 같더니만 이제 매일 운동을 해서 그런지 숨은 안찬다.
뭉친 다리와 어깨에 케펜텍을 붙이고 남편에게 나 죽는다고 다리 주무르라 했지만 점점 강해지는 나의 체력...
자세 나쁘고 아직 폼도 안나지만 숨도 안차고 지구력, 체력 하나는 정말 좋다는 강사의 칭찬아닌 칭찬을 든는다.
점심시간을 기다린다. 시험기간이 끝나고 다시 체육관에 모여든 우리 반 아이들
"선생님 실력이 좀 늘었어요."
"옛날의 샘이 아니에요."
"어허 샘 쩌네요."
그럼 이녀석들아 내가 얼마나 열심히 수련했는데
나의 놀라운 실력을 보여주마.ㅎㅎ
하지만 나의 놀라운 실력은 아직 보여지지 않는다.
아이들과 베드민턴 치다 보면 아이들 성격도 다 안다.
얕게 치는 녀석, 젠틀하게 치는 녀석, 개구장이 식으로 치는 녀석, 멋있게 치는 녀석...
이제 한달째.
점심시간 체육관은 어디선가 몰려든 아이들과 여러 교사들로 북적거린다.
완전히 학교가 베드민턴 열풍에 휩싸였다. 다들 원인제공자로 날 지목한다.
어제는 혹시 유니폼이나 전용 신발이 없어서 실력이 늘지 않나 해서 거금을 긁었다.
그래도 즐겁다.
수련이 더 되면 녀석들과 대등하게 게임을 할 수도.
그땐 아이스크림 내기 승부를 신청한 효*이도, 울반 반장도 내가 다 평정할 것이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