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이야기 하는 아사히 맥주

눈은 안오고 계속 비가 온다.

그것도 추적추적 아주 서글프게 내린다.

아침마다 아이들 유치원 보내기가 힘들다.

우산쓰고 큰길까지 냅다 달리는데 바람까지 불면 너무 춥고 괴롭다.

비오는데 아들 데리고 병원가는것도 넘 힘들다.

우산든 아들 무거울까 내가 우산을 잡아주고 내우산 잡고 비 바람 막으며 차가 오는 곳까지 내려간다.

용케 택시를 빨리 잡으면 고생을 덜하고 택시 타기 애매한 거리에선 다리 아프다는 녀석을 업고 우산도 들고 거의 초인적으로 걸어간다.

집이 산 옆이라 차를 타기 어렵기 때문에 겪는 고초다.

하지만 두 녀석을 다 유치원에 보내고 혼자 보는 비는 제법 운치 있다.

읽고 있는 책에서 밤에 내리는 비에 대한 구절이 앞 산을 새롭게 보게 했을 수도 있다.

검은 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밤비가 내리는 날, 혹시 중국 역사의 흐름이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장군은 찌푸린 눈썹을 펴고, 모사꾼들은 후회를 하며, 군왕은 화를 삭이고, 영웅호걸도 냉정을 뒤찾으며, 협객은 발걸음을  멈추고, 전장의 북소리가 멈추며, 준마가 말구유로 돌아오고, 날카로운 칼이 다시 칼집으로 들어가며, 상소도 끊기고, 칙령이 회수되며, 배의 닷이 내려지고, 술기운도 사라지며, 광란이 해소되고, 호흡이 편안해져 마음이 평온해 진다. 밤비는 이렇게 모든 것을 바꾼다. 

문득 베란다에서 보는 앞 산을 찍어봤다.


비가 내리는 앞 산

우산쓰고 등산가는 사람들

겨울 비가 내려 다시 봄이 올 준비를 하겠지.

내일 상하이 가는 비행기가 비로 많이 흔들리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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